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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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쓰면 布帳馬車다. 여기서 布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건을 감싼다는 뜻의 '포장'의 한자인 包裝과는 다른 布帳이다. 뜻은 '무명이나 베로 만든 휘장'이다.

마차의 일종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먼 거리를 이주할 때에는 사람은 물론 이삿짐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큰 포장을 둘러친 마차를 썼고, 이를 코네스토거 마차(Conestoga wagon)이라고 했다. 이게 좀 더 소형화 된 게 흔히 미국 서부극에서 보이는 포장마차. 척박환 서부 환경에서 따가운 햇빛이나 비바람, 흙먼지를 어느 정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긴 거리를 여행할 때에는 안에서 잠도 잘 수 있지만 공간이 비좁다 보니 가족이 함께 여행한다든가 할 때에는 밖에 따로 텐트나 쉘터를 치든지 해야 했다고.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마차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장마차를 정말 '마차'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아래의 뜻이 훨씬 강하다.

노점의 일종

포장을 두르고 옮기기 간편하게 바퀴가 달린 수레를 놓고 상품이나 음식을 파는 노점의 일종. 마차와는 관계도 없고 옛날이라고 해도 이런 건 손으로 끌고 다녔지 말로 끌고 다녔을 리도 없는 데다가 모양도 상당히 다르지만[1] 어쩌다 보니 포장마차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무 수식어 없이 포장마차라고 한다면 보통 간단한 조리 시설을 갖춰 놓고 과 간단한 안주 및 음식을 파는 노점을 뜻한다. 포장마차 형태로 떡볶이어묵, 튀김 위주로 분식을 파는 곳도 많지만 그냥 '포장마차'라고 하면 노점 술집 이미지가 강하다.

노점에서 하는 만큼 보통 가게처럼 전기나 수도, 가스를 쓰기가 어렵다. 가스는 그냥 LPG 통 사다 쓰면 되므로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전기는 돈을 내고 근처에서 빌려서 쓰거나, 간이 발전기를 돌려셔 불을 켠다.[2] 물이 가장 문제인데 미리 큰 탱크에 물을 가져가 쓰거나 그때 그때 조달해서 쓰거나, 근처에서 끌어다 쓸 수 있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역시 일반 가게처럼 쓰기는 어렵다. 특히 설겆이가 문제인데 아예 그릇을 잔뜩 가져와서 설겆이는 영업 끝나고 집에 가서 하거나, 적당히 들통에 물과 세제를 붓고 담가서 닦은 다음 헹굴 때에만 물을 좀 쓰거나 하는 식으로 해결한다. 그릇은 비닐로 뒤집어 씌우고 나무젓가락을 써서 설겆이 할 일을 대폭 줄이는 방법도 많이 쓰인다. 1회용 제품 사용 비율도 높은편이다.

길거리에 추레하게 수레를 놓고 장사하는 술집이고 손님들도 퇴근길에 잠깐 들러서 한잔 하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서민 이미지가 강하다. 노래 소재로도 종종 등장했다. 현숙의 <포장마차>라든가, 이용식의 <포장마차>[3] 같은 노래들도 꽤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보면 가격이 절대 싸지 않다. 보통 술집에서 먹고 마시는 거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가게 얻어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근처 포장마차가 눈엣가시다. 임대료도 제대로 안 내고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그런데 가격은 자기들이랑 별 차이도 없는데 손님들이 있는 걸 보면 짜증날 일. 주방 시설을 제대로 갖춰놓기도 어려우니 당연히 위생 문제도 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조폭들이 활개를 치던 시기에는 '자릿세' 명목으로 포장마차를 비롯한 노점에 돈을 뜯어내는 게 조폭들의 주 수입원이었다. 지금은 조폭들이 그런 정도로 활개를 치지는 못하기 때문에 자릿세도 대부분은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 지방정부에서 구역을 정해서 관리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곳은 카드도 받고 세금도 낸다.

실내 포장마차, 줄여서 실내포차라는 것도 있다. 즉 노점이 아니라 가게에서 영업하는 술집인데 인테리어나 메뉴 구성이 포장마차와 비슷하다는 것. 포장마차가 가지고 있는 서민적인 분위기를 내세우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포장마차보다 메뉴의 음식 가짓수가 많다. 아무래도 가게에는 제대로 된 조리시설이 있고 냉장고를 비롯해서 식품 보관도 더 크고 아름답게 할 수 있으니...

일본에서는 야타이미세(屋台店), 혹은 줄여서 야타이(屋台)라고 부르며 '야타이'를 더 널리 쓴다.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들어졌지만 지금도 후쿠오카시 나카스의 나카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야타이촌은 관광객들에게 유명하고 한국인들도 이쪽 관광의 필수 코스로 여기고 있다. 여기는 정식으로 관청의 허가와 감독을 받아가면서 운영하고 있으며[4] 제대로 세금도 내고 있지만 신규 출점은 금지되어 있어서 기존에 영업하던 이들만 계속 영업할 수 있다. 자세한 것은 나카스 항목 참조. 이쪽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텐진이나 나가하마 쪽에도 야타이가 있다.

이게 좀 더 현대화 된 것이 서양식 푸드 트럭으로, 마차가 자동차로 바뀐 것처럼 포장마차가 푸드 트럭으로 바뀐 셈. 서양에서는 야외에서 음식장사를 한다면 주로 이쪽이다. 특히 축제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에서는 정말로 즐비하게 늘어선 푸드 트럭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푸드 트럭이 늘고 있다.

라면의 일종

삼양라면에서 출시했던 라면의 일종. 정확한 이름은 '포장마차우동'으로 '우동'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농심 너구리와 경쟁 제품이었다. 이름에 '우동'이 들어가는 것처럼 처음에는 가락국수를 흉내낸 제품이었다. 너구리도 처음에는 순한 가락국수맛이 먼저 나왔기 때문에 애초부터 너구리와 경쟁을 염두에 둔 제품. 이후 너구리 매운맛이 나오면서 포장마차우동도 매운맛을 강조한 포장마차 육개장을 출시했다.

하지만 너구리에 밀려서 존재감은 점점 떨어졌고, 결국 단종과 재출시를 몇 차례 되풀이하다가 지금은 일반 가게에서는 보기 힘들고 대형마트에서만 이따금 볼 수 있는 정도다. 그나마 둘 다 나오는 너구리와는 달리 포장마차는 얼큰한 맛만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포장마차 육개장'이었지만 지금은 '포장마차우동 얼큰한맛'이다.

한참 밀고 있을 당시 광고에는 배철수가 CM을 불렀고 포장마차 육개장은 이선희가 CM을 불렀다. 당대 톱클래스들을 쓸 정도로 상당히 공은 들였지만 어쨌든 너구리에게는 게임이 안 됐다.

각주

  1. 특히 우리나라는 술집형 포장마차는 거의 텐트에 가까운 모양이다. 여름에는 더우니까 막을 걷지만 쌀쌀할 때는 텐트처럼 막을 둘러친다.
  2. 옛날에는 불을 켜기 위해서는 카바이드 등을 썼고 냉장은 드라이아이스로 해결했다. 지금도 드라이아이스는 어느 정도 쓰이지만 아예 전기 냉장 쇼케이스를 쓰는 곳이 많다.
  3. 코미디언 이용식 맞다. 사실 코미디언들도 단발성으로 노래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활동 폭을 넓히는 의미도 있고 행사 MC 다닐 때에도 자기 노래가 있으면 일 잡기도 좋고 몸값도 높일 수 있는지라.
  4. 따라서 관청에서 요구하는 위생기준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