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프레스
French press.
커피를 우려내는 도구. 스타벅스에서는 프렌치 프레스 대신 '커피 프레스'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프렌치 프레스'가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다.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는 프랑스어에서 온 카페테리에르(cafetière)도 많이 쓰이며,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쪽에서는 커피 플런저(coffee plunger)라는 말을 많이 쓴다. 실제로 이 도구가 처음 개발된 곳이 프랑스다. 19세기에 그 원형이 나왔으며, 자크-빅토르 델포르쥬와 앙리-오토 마이어가 1852년에 프랑스에 첫 특허를 냈다. 하지만 이 때에는 필터로 치즈 압착에 쓰이는 성긴 천을 썼으며, 지금처럼 금속망, 그리고 바깥에 스프링을 둘러서 커피 찌꺼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는 방법은 이탈리아에서 고안했다.
구조는 커피와 물을 담는 원형 비커, 그리고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뚜껑, 이 구멍을 지나가는 긴 막대인 플런저, 그리고 그 끝에 달린 스테인레스 필터가 있다. 이 필터는 비커의 지름에 맞게 되어 있으며, 가장 자리가 위로 말려 올라가 있고, 가장자리를 스프링이 두르고 있어서 최대한 커피 찌거기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틈을 막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일종의 실린더 구조다.
커피를 만들려면 먼저 갈은 커피를 비커에 담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붓고 플런저를 당겨 필터를 위로 끌어올린 상태로 뚜껑을 닫는다. 정해놓은 시간이 지난 다음 플런저 위쪽 끝에 달린 손잡이를 눌러 필터를 밑으로 내린 다음, 비커의 주둥이를 통해 커피를 따라내면 찌꺼기는 필터로 걸러지고, 커피만 따라낼 수 있다. 다만 금속망을 필터로 사용하기 때문에 종이 필터처럼 커피의 미분까지 완전히 걸러내지는 못 한다.
철저하게 침출에 의존하는 방식이므로, 종이 필터로 드립할 때에 비해 커피를 굵게 갈아서 쓴다. 커피 그라인더 중에 어떤 도구에 맞는 굵기인지 표시가 되어 있는 제품들을 보면 가장 가는 굵기부터 에스프레소 머신 → 모카 포트 → 푸어오버 → 프렌치 프레스 → 콜드 브루와 같은 순서로 되어 있는 게 보통이다.
콜드 브루드 커피를 만들 수도 있다. 콜드 브루드 커피라고 하면 물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아름다운 장치를 생각하기 쉽지만, 그냥 프렌치 프레스에 커피 넣고 찬물 넣고 몇 시간 우려내서 만들 수도 있다.
장점
- 간편하다. 커피 넣고 뜨거운 물 붓고, 뚜껑을 닫고 놔뒀다가 플런저를 꾹 누른 다음 커피를 따라내면 끝. 다만 그 뒤에 커피 찌꺼기를 버리고 헹구는 과정이 있다.
- 쉽다. 드리퍼와 필터를 사용할 때에는 바리스타의 숙련도가 중요하고, 드립 레시피의 차이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프렌치 프레스는 커피를 가는 굵기, 물 온도, 그리고 시간 정도의 변수만 있을 뿐이어서 결과물의 일관성이 좋다. 또한 변수가 적다는 것은 똥손도 그 몇 가지 변수만 잘 지키면 전문가가 만든 것과 거의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1]
- 소모품이 없다. 종이 필터가 아닌 스테인레스 필터를 사용하기 때문.
- 커피가 가진 본연의 향미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다. 종이 필터는 과도한 오일을 잡아주거나, 잡맛을 잡아주거나 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커피가 가진 향미도 잡아버릴 수 있다. 스테인레스 필터는 이러한 역할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거꾸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 다양한 크기가 있으며, 큰 것을 사용하면 한 번에 많은 양의 커피를 만들 수도 있다.
- 커피 말고도 차도 우려낼 수 있다. 다만 커피를 내리던 커피 프레스는 커피의 향이 어느 정도 배어 있기 때문에 그냥 차를 우리면 향이 섞여들어갈 수 있다.
단점
프렌치 프레스의 장단점은 대체로 프렌치 프레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금속 필터를 사용해서 커피를 거르는 방식이라면 대체로 공통으로 해당된다.
- 오일을 걸러내지 않는다.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드립 커피는 종이가 오일을 잡아주지만 스테인레스 필터는 그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커피에 있는 성분으로 콜레스테롤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카페스테롤은 종이 필터는 잘 잡아주지만 스테인레스 필터는 거의 거르지 못한다.
- 미세한 커피 가루가 빠져나올 수 있다. 아무리 스테인레스 필터를 촘촘하게 만들어도 종이 필터와 같은 수준으로 걸러내지는 못한다.
- 관리가 편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스테인레스는 녹이 잘 안 슬지만 그렇다고 사용하고 나서 잘 말려주지 않으면 녹이 슨다.
- 커피 찌꺼기 뒤처리가 은근 까다롭다. 필터로 커피를 내렸다면 필터를 드리퍼에서 들어낸 다음 커피 찌꺼기와 함께 버리고, 드리퍼와 서버를 물로 간단히 헹궈주면 그만이지만 프렌치 프레스는 비커에 깔려 있기 때문에 커피를 따라낸 다음 물을 넣어서 씻어내야 한다. 그냥 하수구에 버리기도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도 있는 데다가 가루가 쌓이면 하수구가 막힐 수도 있다. 따로 걸러내든지 해야 하는데 꽤나 귀찮다. 게다가 스테인레스 필터에 끼어 있는 미세한 커피 가루도 따로 물로 씻어야 하므로 뒤처리가 상당히 귀찮다.
- 오로지 침출로만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 드립 커피를 만들 때 커피가 우러나오는 방식을 흔히 '확산'과 '세정', 두 가지로 얘기하는데, 프렌치 프레스는 전적으로 '확산'에만 의존해야 한다.[2]
- 결과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변수가 적다는 것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변수가 많다는 것은 뛰어난 바리스타는 이들 변수를 조절해서 커피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거나, 같은 커피라도 마시는 사람이 원하는 특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변수가 적으면 이러한 여지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