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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에 연기를 쐬어 익히거나, 향이나 맛을 입혀주는 요리 방법. 또는 그렇게 만든 음식. 연기를 쐬는 것 자체는 '훈연'이라는 말도 쓰인다. | 식재료에 연기를 쐬어 익히거나, 향이나 맛을 입혀주는 요리 방법. 또는 그렇게 만든 음식. 연기를 쐬는 것 자체는 '훈연'이라는 말도 쓰인다. | ||
훈제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조리법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나무로 불을 피우고 음식을 익혀 먹었을 것인데, 모닥불에서 나오는 연기를 쐰 음식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나는 것도 발견하고, 보존성도 좋아지는 것도 발견하면서 훈제법을 자연스레 터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훈제법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는데, 부엌의 구조를 보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긴 하지만 연기는 방 아래를 지나서 위쪽 굴뚝으로 | 훈제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조리법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나무로 불을 피우고 음식을 익혀 먹었을 것인데, 모닥불에서 나오는 연기를 쐰 음식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나는 것도 발견하고, 보존성도 좋아지는 것도 발견하면서 훈제법을 자연스레 터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훈제법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는데, 부엌의 구조를 보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긴 하지만 연기는 방 아래를 지나서 위쪽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온돌 구조이기 때문에 부엌에서 연기를 활용할 수 없다. 다만 숯불구이로 고기나 생선을 구우면 숯에서 나오는 연기로 훈제의 향과 맛을 낼 수는 있다. | ||
나무를 태운 연기를 쐬면 [[목초액]] 성분이 재료 속에 스며듦으로써 살균 효과가 있고, 훈연 과정에서 수분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므로 보존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훈제 특유의 갈색이 도는 효과도 있다.<ref>재료를 익히지 않는 냉훈법으로도 해도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치즈]]를 훈제해 보면 겉껍질이 갈색빛을 띤다.</ref> 초기에는 주로 보존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훈제를 사용했지만 냉장 냉동 기술도 발전했고 소르빈산칼륨이나 아질산나트륨 같은 방부제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지금은 훈제를 통한 보존 효과는 앞의 방법들보다 훨씬 떨어지므로 별 의미가 없고, 훈제를 통한 독특한 맛과 향, 질감을 즐기려는 목적이 주를 이룬다. | |||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소금]]을 뿌리는 염장, 재료를 바짝 말리는 건조와 같은 방법으로 보존성을 늘렸지만 [[소금]]은 지금이야 싸지 옛날에는 그렇게 싼 물건이 아니었으며<ref>영어로 월급을 뜻하는 salary의 어원이 '소금'으로, 로마시대 때 월급으로 [[소금]]을 줬던 데서 유래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대표적인 무역 상품 중 하나이기도 했다. 화폐 구실을 할 정도로 옛날에 [[소금]]은 싼 물건이 아니었다. 암염이나 소금호수가 있어서 쉽게 캘 수 있거나 지중해처럼 여름에 햇빛이 쨍쨍하고 건조하면 낫지만 기후 조건이 [[소금]]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거나 내륙에 있어서 다른 곳에서 사다 써야 할 처지라면 소금값이 정말 비쌌다. 기후가 좋아도 너른 개펄이 있어서 바닷물을 가두기 쉬운 곳에서나 소금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소금의 주산지는 개펄이 발달한 서해 쪽이고 동해 쪽은 소금 만드는 광경을 찾아볼 수 없다. [[제주도]]도 지형 때문에 [[소금]]이 귀했다.</ref>, 건조는 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정도까지 말리면 수분이 거의 없어서 먹기가 힘들어지는 게 많다.<ref>[[북어]]를 생각해 보자. 국이라도 끓이면 다듬잇돌 위에 놓고 방망이로 팡팡 두들겨 패야 했다.</ref> 게다기 기후 조건 때문에 건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ref>너무 습하면 수분은 잘 안 마르는데 미생물은 살기 좋은 온도가 되어 썩어버릴 수도 있고, 극지방은 겨울에는 해가 거의 나지 않으므로 말리기가 힘들다.</ref> 다만 훈제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으므로 염장을 먼저 하고 훈제를 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소금]] 값도 싸고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방부제도 있기 때문에 [[소금]]에 절여서 훈제하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하면 훈제를 옛날처럼 길게 하지 않아도 되고 수분도 덜 빠져나간다. | |||
추운 지방에서 겨울에 생선을 장기보관하기 위해 훈제를 하는 문화가 발달했고, 그 때문에 주로 불을 많이 피우는 추운 지방에서 훈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후와는 별 관련이 없으며, [[아프리카]]도 잡은 생선을 바로 훈제 처리해서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이 발달해 있다. 이쪽은 이쪽대로 식재료가 더운 날씨에 상하기 쉽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훈제를 활용한다. | |||
훈제를 할 때에는 재료를 놓고 연기를 쐬어야 하므로 계속 불을 지펴서 연기를 지속 굥급하거나 연기를 가두어야 한다. 적은 양을 짧게 훈제한다면 크고 깊이가 깊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쓸 수도 있고 조금 더 양이 많다면 훈제하기에 편리한 구조를 가진 스모커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대량으로 훈제할 때에는 아예 방이나 창고 하나를 훈제 시설로 만들며 이를 스모크하우스(smokehouse)라고 한다. | |||
==종류== | |||
훈제는 크게 냉훈과 온훈, 열훈, 습훈, 액훈으로 나뉜다. 냉훈(cold smoking)은 섭씨 20~30도 정도의 낮은 온도로 훈연하는 것으로, 음식을 익히는 효과는 거의 없다. 주로 연기의 향과 맛을 입히기 위한 것으로 훈제연어가 대표적으로 냉훈법을 사용한다. 또한 지방이 녹아서 빠져나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냉훈법을 사용한다. 온훈(warm smoking)은 25~40도 정도에서 훈연하는 것이며, 역시 단백질 변성은 별로 일어나지 않지만<ref>콜라겐과 같은 일부 단백질만 40도부터 변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저온 조리법인 [[수비드]]도 50~55 정도를 주로 사용한다.</ref> 지방은 빠져나갈 수 있다. 열훈(hot smoking)은 52~80도 정도의 높은 온도로 연기를 쐬며 재료를 가열시켜서 익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열훈이라고 해도 온도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므로 익히는 효과가 아주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적게는 한 시간에서 많게는 24시간 또는 2~3일에 걸쳐 훈제하기도 한다. | |||
그밖에도 습훈은 훈제 공간 안에 물을 두어서 습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훈연 과정에서 식재료로부터 과도하게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앞의 훈제방법 중 어느 것과도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액훈은 숯을 만들 때 나오는 연기를 냉각 및 건류한 [[목초액]]을 물에 희석시킨 다음 식재료에 뿌리거나 재료를 담가서 만드는 방법으로, 직접 연기를 쐬지는 않으므로 훈제라고 보기에는 애매하고 그냥 향을 첨가하는 것에 가깝다. | |||
==훈제로 만드는 것들== | |||
[[고기]], [[생선]]이 주로 쓰이는 재료지만 훈제할 수 있는 재료는 그보다는 훨씬 광범위하다. 해산물, [[채소]], [[과일]], [[달걀]], [[치즈]], [[견과류]], [[두부]]와 같이 정말 다양한 재료들을 훈제할 수 있다. | |||
훈제 식품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햄]]과 [[소시지]]일 것이다. [[프로슈토]]나 [[하몽]] 같은 [[생햄]]을 제외하면 [[햄]]과 [[소시지]]를 만들 때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훈연법이 널리 쓰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햄]] 제품을 보면 '스모크햄'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햄]]은 훈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시중 제품 중에는 제대로 훈제해서 만든 것은 보기 드물고, 그냥 스모크향을 첨가한 것들이 많다. [[육포]]도 훈제가 주요한 제조법 중 하나다.<ref>햇볕에 말리거나 오븐으로 말리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시중 제품 중에는 오븐으로 만들어 놓고 스모크향을 첨가하는 것들도 많다.</ref> [[싱가포르]]의 유명 브랜드인 비첸향은 아예 매장에서 직접 숯불에 훈제하듯이 구워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 |||
[[치즈]] 역시 훈제가 꽤 인기가 있어서, '스모크 치즈'라는 이름으로 제품화 되어 잘 팔리고 있다. 특히 [[와인]]이나 [[위스키]]에 곁들이는 술안주로 인기가 좋다. | |||
[[일본]]의 국물 요리에 필수이자 [[오코노미야키]]를 비롯한 여러 요리의 고명으로도 쓰이는 [[가쓰오부시]] 역시 [[가다랭이]]를 훈제해서 만든다. 그런데 엄청 단단해질 정도까지 수분을 빼기 때문에 얇게 저미기 위해서는 대패로 밀든가 해야 한다. 둔기로도 쓸 수 있을 정도다. | |||
차도 훈제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홍차]]인 [[정산소종]]은 찻잎에 백송 연기를 쐬어서 특유의 향을 낸다. [[알코올]] 없는 [[몰트 위스키]]라고 할 정도.<ref>[[위스키]]나 [[브랜디]]를 숙성하는 [[오크통]]은 안쪽을 불에 그을려서 향미를 만들어 낸다.</ref> 일본의 [[녹차]] 중에도 훈연처리하는 것들이 있다. | |||
[[위스키]], 특히 [[몰트 위스키]]도 훈제와 관련이 있다. 원료인 [[맥아]]를 지표에서 가까운 곳에 드러나 있는 석탄인 [[이탄]]으로 훈연 건조시키기 때문. 그 효과로 [[위스키]]에 스모키한 향이 나타나며, 특히 훈연을 강하게 하는 [[아일라 위스키]]와 같은 것들은 스모키향이 강하다 못해 크레졸 냄새에 가까운 강렬한 향을 내기 때문에 호불호가 엇갈린다. 반대로 아예 [[맥아]]를 훈연처리하지 않는 [[위스키]]도 있다. 이런 것들은 스모키한 향이 덜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 |||
==건강== | |||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암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연기를 통해 식품에 스며드는 물질 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nuclear aromatic hydrocarbons), 헤테로사이클릭아민(Heterocyclic Amine), N-니트로소화합물(N-nitro dimethylaniline)과 같은 성분을 발암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ref>[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60219020015697 "훈제요리 자주 드시지 마세요 … 과일·채소와 곁들여 먹어야 건강"], 브릿지경제, 2016년 2월 19일.</ref> 그렇다고 무조건 먹지 말라는 건 아니고, 너무 자주 먹으면 안 좋다는 거지 가끔 한 번씩 먹는 건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요즈음의 훈제 음식들은 연기 말고도 [[소금]]을 많이 쓰는 편이므로 건강에 좋을리는 없다. 여기에 훈제 흉내를 내기 위해 스모크향을 첨가하고 훈제와 비슷한 색깔을 내기 위해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한 공장 제품이라면 역시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없을 것이다. | |||
==그밖에== | |||
캠핑 문화가 발전하면서 훈제 [[바비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재료를 바로 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가장 인기가 많지만 스모커를 사서 야외에서 직접 훈제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된 요리책도 여러 가지 나와 있다. 도구만 있으면 훈제 자체는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연기를 쐬는 게 주 목적이므로 재료가 직접 불에 닿는 게 아니라서 쉽게 타거나 하지 않으며, 조리 시간이 어느 정도 긴 만큼 오히려 짧은 타이밍 차이가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볶거나 구울 때처럼 계속 뒤적여주거나 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타이머 맞춰 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끝. | |||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도 훈제를 즐길 수 있다. 깊이가 있는 큰 냄비나 [[프라이팬]]<ref>낡거나 코팅이 벗겨져서 그냥은 못 쓰는 것도 훈제에 활용할 수 있다.</ref>에 알루미늄 포일을 깔고 그 위에 훈제용으로 나와 있는 오크칩을 적당히 깐 다음, 그 위에 적당한 간격이 만들어지도록 석쇠를 올려놓고 재료를 올려놓는다. 뚜껑을 덮고 밑에서 가열을 하면<ref>오크칩에 직접 불을 붙이는 게 아니라 가열을 시켜 연기만 내게 한다. 캠핑 때에도 숯 위에 오크칩을 올려놓는 식으로 연기를 낸다.</ref> 집에서도 훈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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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0일 (토) 00:58 기준 최신판
식재료에 연기를 쐬어 익히거나, 향이나 맛을 입혀주는 요리 방법. 또는 그렇게 만든 음식. 연기를 쐬는 것 자체는 '훈연'이라는 말도 쓰인다.
훈제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조리법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나무로 불을 피우고 음식을 익혀 먹었을 것인데, 모닥불에서 나오는 연기를 쐰 음식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나는 것도 발견하고, 보존성도 좋아지는 것도 발견하면서 훈제법을 자연스레 터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훈제법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는데, 부엌의 구조를 보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긴 하지만 연기는 방 아래를 지나서 위쪽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온돌 구조이기 때문에 부엌에서 연기를 활용할 수 없다. 다만 숯불구이로 고기나 생선을 구우면 숯에서 나오는 연기로 훈제의 향과 맛을 낼 수는 있다.
나무를 태운 연기를 쐬면 목초액 성분이 재료 속에 스며듦으로써 살균 효과가 있고, 훈연 과정에서 수분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므로 보존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훈제 특유의 갈색이 도는 효과도 있다.[1] 초기에는 주로 보존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훈제를 사용했지만 냉장 냉동 기술도 발전했고 소르빈산칼륨이나 아질산나트륨 같은 방부제가 광범위하게 쓰이는 지금은 훈제를 통한 보존 효과는 앞의 방법들보다 훨씬 떨어지므로 별 의미가 없고, 훈제를 통한 독특한 맛과 향, 질감을 즐기려는 목적이 주를 이룬다.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소금을 뿌리는 염장, 재료를 바짝 말리는 건조와 같은 방법으로 보존성을 늘렸지만 소금은 지금이야 싸지 옛날에는 그렇게 싼 물건이 아니었으며[2], 건조는 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정도까지 말리면 수분이 거의 없어서 먹기가 힘들어지는 게 많다.[3] 게다기 기후 조건 때문에 건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4] 다만 훈제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으므로 염장을 먼저 하고 훈제를 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소금 값도 싸고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방부제도 있기 때문에 소금에 절여서 훈제하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하면 훈제를 옛날처럼 길게 하지 않아도 되고 수분도 덜 빠져나간다.
추운 지방에서 겨울에 생선을 장기보관하기 위해 훈제를 하는 문화가 발달했고, 그 때문에 주로 불을 많이 피우는 추운 지방에서 훈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후와는 별 관련이 없으며, 아프리카도 잡은 생선을 바로 훈제 처리해서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이 발달해 있다. 이쪽은 이쪽대로 식재료가 더운 날씨에 상하기 쉽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훈제를 활용한다.
훈제를 할 때에는 재료를 놓고 연기를 쐬어야 하므로 계속 불을 지펴서 연기를 지속 굥급하거나 연기를 가두어야 한다. 적은 양을 짧게 훈제한다면 크고 깊이가 깊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쓸 수도 있고 조금 더 양이 많다면 훈제하기에 편리한 구조를 가진 스모커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대량으로 훈제할 때에는 아예 방이나 창고 하나를 훈제 시설로 만들며 이를 스모크하우스(smokehouse)라고 한다.
종류
훈제는 크게 냉훈과 온훈, 열훈, 습훈, 액훈으로 나뉜다. 냉훈(cold smoking)은 섭씨 20~30도 정도의 낮은 온도로 훈연하는 것으로, 음식을 익히는 효과는 거의 없다. 주로 연기의 향과 맛을 입히기 위한 것으로 훈제연어가 대표적으로 냉훈법을 사용한다. 또한 지방이 녹아서 빠져나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냉훈법을 사용한다. 온훈(warm smoking)은 25~40도 정도에서 훈연하는 것이며, 역시 단백질 변성은 별로 일어나지 않지만[5] 지방은 빠져나갈 수 있다. 열훈(hot smoking)은 52~80도 정도의 높은 온도로 연기를 쐬며 재료를 가열시켜서 익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열훈이라고 해도 온도가 아주 높은 것은 아니므로 익히는 효과가 아주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적게는 한 시간에서 많게는 24시간 또는 2~3일에 걸쳐 훈제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습훈은 훈제 공간 안에 물을 두어서 습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훈연 과정에서 식재료로부터 과도하게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앞의 훈제방법 중 어느 것과도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액훈은 숯을 만들 때 나오는 연기를 냉각 및 건류한 목초액을 물에 희석시킨 다음 식재료에 뿌리거나 재료를 담가서 만드는 방법으로, 직접 연기를 쐬지는 않으므로 훈제라고 보기에는 애매하고 그냥 향을 첨가하는 것에 가깝다.
훈제로 만드는 것들
고기, 생선이 주로 쓰이는 재료지만 훈제할 수 있는 재료는 그보다는 훨씬 광범위하다. 해산물, 채소, 과일, 달걀, 치즈, 견과류, 두부와 같이 정말 다양한 재료들을 훈제할 수 있다.
훈제 식품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햄과 소시지일 것이다. 프로슈토나 하몽 같은 생햄을 제외하면 햄과 소시지를 만들 때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훈연법이 널리 쓰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햄 제품을 보면 '스모크햄'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햄은 훈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시중 제품 중에는 제대로 훈제해서 만든 것은 보기 드물고, 그냥 스모크향을 첨가한 것들이 많다. 육포도 훈제가 주요한 제조법 중 하나다.[6] 싱가포르의 유명 브랜드인 비첸향은 아예 매장에서 직접 숯불에 훈제하듯이 구워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치즈 역시 훈제가 꽤 인기가 있어서, '스모크 치즈'라는 이름으로 제품화 되어 잘 팔리고 있다. 특히 와인이나 위스키에 곁들이는 술안주로 인기가 좋다.
일본의 국물 요리에 필수이자 오코노미야키를 비롯한 여러 요리의 고명으로도 쓰이는 가쓰오부시 역시 가다랭이를 훈제해서 만든다. 그런데 엄청 단단해질 정도까지 수분을 빼기 때문에 얇게 저미기 위해서는 대패로 밀든가 해야 한다. 둔기로도 쓸 수 있을 정도다.
차도 훈제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홍차인 정산소종은 찻잎에 백송 연기를 쐬어서 특유의 향을 낸다. 알코올 없는 몰트 위스키라고 할 정도.[7] 일본의 녹차 중에도 훈연처리하는 것들이 있다.
위스키, 특히 몰트 위스키도 훈제와 관련이 있다. 원료인 맥아를 지표에서 가까운 곳에 드러나 있는 석탄인 이탄으로 훈연 건조시키기 때문. 그 효과로 위스키에 스모키한 향이 나타나며, 특히 훈연을 강하게 하는 아일라 위스키와 같은 것들은 스모키향이 강하다 못해 크레졸 냄새에 가까운 강렬한 향을 내기 때문에 호불호가 엇갈린다. 반대로 아예 맥아를 훈연처리하지 않는 위스키도 있다. 이런 것들은 스모키한 향이 덜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건강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암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연기를 통해 식품에 스며드는 물질 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nuclear aromatic hydrocarbons), 헤테로사이클릭아민(Heterocyclic Amine), N-니트로소화합물(N-nitro dimethylaniline)과 같은 성분을 발암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8] 그렇다고 무조건 먹지 말라는 건 아니고, 너무 자주 먹으면 안 좋다는 거지 가끔 한 번씩 먹는 건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요즈음의 훈제 음식들은 연기 말고도 소금을 많이 쓰는 편이므로 건강에 좋을리는 없다. 여기에 훈제 흉내를 내기 위해 스모크향을 첨가하고 훈제와 비슷한 색깔을 내기 위해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한 공장 제품이라면 역시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없을 것이다.
그밖에
캠핑 문화가 발전하면서 훈제 바비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재료를 바로 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가장 인기가 많지만 스모커를 사서 야외에서 직접 훈제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된 요리책도 여러 가지 나와 있다. 도구만 있으면 훈제 자체는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연기를 쐬는 게 주 목적이므로 재료가 직접 불에 닿는 게 아니라서 쉽게 타거나 하지 않으며, 조리 시간이 어느 정도 긴 만큼 오히려 짧은 타이밍 차이가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볶거나 구울 때처럼 계속 뒤적여주거나 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타이머 맞춰 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끝.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도 훈제를 즐길 수 있다. 깊이가 있는 큰 냄비나 프라이팬[9]에 알루미늄 포일을 깔고 그 위에 훈제용으로 나와 있는 오크칩을 적당히 깐 다음, 그 위에 적당한 간격이 만들어지도록 석쇠를 올려놓고 재료를 올려놓는다. 뚜껑을 덮고 밑에서 가열을 하면[10] 집에서도 훈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각주
- ↑ 재료를 익히지 않는 냉훈법으로도 해도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치즈를 훈제해 보면 겉껍질이 갈색빛을 띤다.
- ↑ 영어로 월급을 뜻하는 salary의 어원이 '소금'으로, 로마시대 때 월급으로 소금을 줬던 데서 유래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대표적인 무역 상품 중 하나이기도 했다. 화폐 구실을 할 정도로 옛날에 소금은 싼 물건이 아니었다. 암염이나 소금호수가 있어서 쉽게 캘 수 있거나 지중해처럼 여름에 햇빛이 쨍쨍하고 건조하면 낫지만 기후 조건이 소금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거나 내륙에 있어서 다른 곳에서 사다 써야 할 처지라면 소금값이 정말 비쌌다. 기후가 좋아도 너른 개펄이 있어서 바닷물을 가두기 쉬운 곳에서나 소금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소금의 주산지는 개펄이 발달한 서해 쪽이고 동해 쪽은 소금 만드는 광경을 찾아볼 수 없다. 제주도도 지형 때문에 소금이 귀했다.
- ↑ 북어를 생각해 보자. 국이라도 끓이면 다듬잇돌 위에 놓고 방망이로 팡팡 두들겨 패야 했다.
- ↑ 너무 습하면 수분은 잘 안 마르는데 미생물은 살기 좋은 온도가 되어 썩어버릴 수도 있고, 극지방은 겨울에는 해가 거의 나지 않으므로 말리기가 힘들다.
- ↑ 콜라겐과 같은 일부 단백질만 40도부터 변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저온 조리법인 수비드도 50~55 정도를 주로 사용한다.
- ↑ 햇볕에 말리거나 오븐으로 말리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시중 제품 중에는 오븐으로 만들어 놓고 스모크향을 첨가하는 것들도 많다.
- ↑ 위스키나 브랜디를 숙성하는 오크통은 안쪽을 불에 그을려서 향미를 만들어 낸다.
- ↑ "훈제요리 자주 드시지 마세요 … 과일·채소와 곁들여 먹어야 건강", 브릿지경제, 2016년 2월 19일.
- ↑ 낡거나 코팅이 벗겨져서 그냥은 못 쓰는 것도 훈제에 활용할 수 있다.
- ↑ 오크칩에 직접 불을 붙이는 게 아니라 가열을 시켜 연기만 내게 한다. 캠핑 때에도 숯 위에 오크칩을 올려놓는 식으로 연기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