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차나무 잎을 말려서 곱게 가루를 낸 것. 흔히 가루 녹차로 잘 알려져 있는데 비슷하긴 하지만 약간 다른 면도 있다. 덖어서 만든 녹차는 잎이 짙은 녹색을 띠지만 말차는 증기로 찐 다음에 말려 가루를 내며, 색소를 넣었나 싶을 정도로 선명한 연두색을 띠고 있다. 녹차도 쪄서 만드는 증제차는 선명한 연두색을 띤다. 마실 때에는 녹차처럼 우려내는 게 아니라 말차를 뜨거운 물에 마치 미숫가루 풀듯이 넣고 저어서 마신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말차가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에 쉬엄쉬엄 마실 때에는 한 번씩 저어서 마신다. 또한 차를 담는 잔도 작은 사발처럼 일반 찻잔보다 크고 두 손으로 들어서 마신다.
많은 사람들은 녹차보다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녹차는 물에 녹는 일부 성분을 우려내는 것이지만 말차는 찻잎을 통째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물에 잘 안 녹는 성분은 물론 잎의 섬유질까지 모조리 먹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만큼 카페인 함량도 높다는 점에는 유의하자. 다만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차 중에는 납을 비롯한 중금속 함량이 높은 것들이 있는데 이걸 말차로 마시면 중금속 섭취도 늘어나니까 잘 보고 고르자. 일본 것은 잘못 먹으면 방사능 홍차에 필적하는 방사능 말차가 될지도.
특히 일본인들이 말차를 많이 마신다. 일본 사극에서도 말차를 마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오다 노부나가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선생이었던 센노 리큐는 말차 중심의 일본 차 문화를 정립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교토 쪽에 가면 말차와 화과자를 곁들인 더럽게 비싼 말차 세트를 파는 카페를 많이 볼 수 있다.
말차는 다른 음식의 재료로도 종종 쓰인다. 국수, 아이스크림, 빙수, 빵과 케이크를 비롯해서 특히 일본에서는 아무튼 뭔가 넣을 만한 데는 다 넣어본다. 여름에 4대강에 가면 언제든 마실 수 있는 녹차라테를 만들기도 한다. 말차 탄 물에 밥 넣고 후리가케 뿌리면 차즈케. 아침에 간단히 먹기 좋다. 물론 일본의 전문 음식점에 가면 호화스럽게 만든 차즈케도 많지만 이상하게 대충 만든 차즈케가 더 맛있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것은 아마도 후리가케에 풍부한 MSG 때문이리라. 2017년 들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말차 열풍이 풀어서 말차 초코파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그 이전의 허니버터 열풍이나 바나나 열풍처럼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갈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