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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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1월 30일 (월) 05:33 판 (→‎논란의 종식)

Halo.

포뮬러 카의 콕핏에 장착함으로써 외부에서 날아오는 물체에 드라이버가 직접 맞아서 생기는 치명상을 막기 위한 장치. 2018년부터 포뮬러 1에서 헤일로 장착을 의무화 하기로 결정했다. 장착된 모습은 여기[1]에서 볼 수 있다. T자 형태로 된 카본 프레임을 드라이버 헬멧 위로 지나가게 하여 콕핏에 장착하는 것으로, 포뮬러 카를 위한 롤케이지라고 볼 수도 있다.[2]

채택 과정

포뮬러 1의 안전성은 계속해서 높아져 와서 이제는 일반 교통사고였다면 빼박 즉사할 만한 대형 사고에서도 드라이버가 멀쩡하게 걸어나올 정도이지만 해결되지 못한 주요한 문제들도 여럿 있었다. 그 중 가장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 것은 외부 물체에 드라이버가 타격을 받는 것. 예를 들어 2009년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펠리페 마사는 앞서 가던 루벤스 바리켈로의 차량으로부터 튕겨 나간 서스펜션 스프링이 헬멧을 강타하는 바람에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고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다. 큰 수술을 몇 차례 거치고 나서 완쾌되어 2017년까지도 F1에서 활약하고는 있지만 이 사건은 외부 물체로 드라이버가 입을 수 있는 치명상에 대한 우려를 높이게 되었다. 또한 포뮬러 레이싱에서는 한 차량이 다른 차량 위로 날아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차체에 드라이버가 부딪칠 경우에도 치명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또다른 사건은 같은 해인 2009년 영국 브랜즈해치에서 열린 포뮬러 2 경기. F1의 전설 존 서티스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던 유망주 헨리 서튼이 다른 차량으로부터 날아온 휠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이러한 사고를 통해 콕핏에 뭔가 보호 장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드라이버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3] FIA 차원에서 오픈 콕핏 자동차의 드라이버 보호 장치에 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11년이며, F1 드라이버들의 모임인 GPDA에서는 2015년부터 전방 콕핏 보호 장치에 관한 지지를 공개 표명했다.

FIA에서 검토한 장치는 크게 세 가지로, 헤일로 말고도 에어로스크린, 실드가 있었다. 이 중 헤일로는 T자 모양의 프레임을 사용했고 에어로스크린과 실드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일종의 캐노피를 만들어 장착하는 방식이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서, 특히 실제 F1 휠을 225 km/h 속도로 콕핏을 향해서 발사했을 때 드라이버의 신체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가장 합리적인 장치로 선택된 게 헤일로. 포뮬러 E도 2018-2019 시즌부터는 헤일로를 장착할 예정으로 있다.

논란

헤일로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일단 콕핏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지 않으면 그게 과연 포뮬러 카인가 하는 반응이 많다. 관객들에게는 드라이버의 헬멧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외부에서 보이는 게 볼거리라 할 수 있는데, 헤일로 때문에 일부가 가려지기도 하고 콕핏 위에 걸쳐 있 그 크고 아름다운 사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모양도 관객들이 보기에는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으니...[4] 물론 안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팬들의 반응은 "어차피 모터스포츠는, 특히 F1은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이고, 팬들도 그 때문에 보는 것이고, 당신들도 그 때문에 돈을 많이 벌지 않는가? 싫으면 다른 차를 타지 왜 보기 싫게 저딴 걸 다느냐?"는 식이다. 물론 모든 팬들이 부정적인 건 아니라서 "보기 좋은 것 찾다가 드라이버가 치명상을 입는 장면을 보는 것보다는 헤일로 같은 것을 다는 게 낫다.", "누가 또 죽어 나가는 걸 봐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하고 반박하는 팬들도 있지만 헤일로 관련 기사에 달리는 반응을 보면 비난이 압도적이다. 안 그래도 F1을 비롯한 모터스포츠가 팬 감소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데 헤일로가 F1 팬들의 이탈을 부채질 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또 한 가지 주요한 논란은 과연 헤일로로 막아줄 수 있는 치명적인 사고가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의문이다. 프레임 구조의 헤일로는 날아들어오는 휠 같은 커다란 물체를 막는 데에는 FIA가 검토한 세 가지 안 중에서 가장 효과적일 수 있지만 문제는 콕핏에 있는 드라이버를 위협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중에 오로지 큰 물체가 날아들어서 생기는 사고에만 효과적이라는 것. 앞서 이야기한 펠리페 마사의 사고와 같이 작은 물체가 날아들어 왔을 때에는 헤일로의 프레임을 피해 날아들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치명상으로부터 드라이버를 보호하는 효과가 떨어지며, 작은 물체로도 얼마든지 드라이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마사의 사고로 입증되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헤일로보다는 오히려 드라이버 앞쪽을 앞을 투명하게 스크린으로 보호해 주는 에어로스크린이나 실드가 더 효과적이지 헤일로로 막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고, 쥘 비앙키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역시 차량이 트랙터 밑을 파고 들면서 머리가 트랙터 차체에 부딪친 건데 그 정도의 충격은 헤일로로도 못 막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사실 에어로스크린이나 실드가 더 안전한데 페라리가 헤일로를 선호해서[5] FIA가 억지로 그쪽으로 연구 결과를 끼워 맞춘 거 아니냐는 카더라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FIA = Ferrari Internatoinal Assistant

한편으로 본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그동안 쌓여 왔던 불만의 연장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14년부터 2.4 V8에서 1.6 V6 터보차저 엔진으로 대폭 다운그레이드 되면서 귀를 찢는 듯한 굉음도 사라져버렸고[6], DRS는 앞지르기 경쟁을 드라이버의 실력보다는 장치에 의존하게 만들었다는 불만도 있다.[7] 여기에 헤일로라는, 팬들이 보기에는 영 보기 안 좋은 물건을 콕핏 위에 덮어 씌우겠다고 하니 이전에 쌓인 불만에 플러스 알파를 얹은 꼴이 된 측면도 있다.

드라이버들의 반응은 의견이 분분하다. 처음에는 그 모양도 그렇고 시야를 가린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계속 개량이 되고 있어서 부정적인 반응은 조금 줄어드는 분위기다. 그리고 자기 목숨이 소중하기도 하고, GPDA에서 이러한 콕핏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기 때문에 어쨌거나 뭐라도 장치를 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은 긍정적인 분위기.

드라이버의 목 골절을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된 HANS 장치 역시도 초기에는 드라이버의 목 움직임을 불편하게 한다는 불만이 많았지만 효과도 충분히 입증되고 해서 지금은 F1만이 아니라 많은 경기에서 의무화 되었는데 헤일로 역시 초기의 논란을 딛고 포뮬러 카 레이싱에서 널리 쓰이게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일. 아무튼 FIA에서 팬들의 불만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긴 하다.

한편 팀에서는 공기역학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통 팀에서는 1년 전부터 섀시 디자인을 시작하는데 중간에 헤일로가 끼어들면서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어차피 FIA야 어떻게든 공기역학 성능을 규제하려고 안달이기 때문에 팀들이 뭐라 하든 별 신경 안 쓸 분위기지만... 또한 헤일로가 버텨야 하는 하중도 어마어마한데, 메르세데스GP의 기술 감독 제임스 앨리슨에 따르면 런던의 2층 버스 한 대큼 되는 하중을 버텨야 한다고...

논란의 종식

그러나 실제 헤일로가 적용된 이후 대형사고에서 자칫 드라이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었던 위험을 여러 차례 방어하면서 헤일로가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특히 헤일로 이외에 다른 수단으로는 그 정도의 충격을 버티기 어려웠을 거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반대론은 쑥 들어가 버렸다.

2020년 F1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HASS 팀의 로맹 그로쟝이 다른 차량과 접촉 후 스핀,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큰 불이 나고 차량이 두 동강이 나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콕핏을 포함한 차량 앞쪽이 그대로 가드레일을 밀고 들어갔는데 그로쟝은 스스로 탈출했다. 만약 헤일로가 없었다면 그대로 드라이버의 머리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으며 자력 탈출은커녕 자칫 쥘 비앙키의 목숨을 앗아갔던 일본 그랑프리의 악몽이 재현될 뻔했다.[8] 모두들 헤일로의 1승 추가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밖에

F1 말고도 포뮬러 E, F2에서도 헤일로를 채택하고 있으며 헤일로를 쓰는 포뮬러 카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FIA로서는 모든 포뮬러 카에 헤일로를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위 클래스 쪽으로 가면 헤일로를 장착할 충분한 공간이 안 나오는 문제도 있다.

미국의 인디카도 2018닐부터 콕핏 보호장치를 채용했지만 이쪽은 헤일로가 아니라 레드불에서 제안했던 에어로스크린과 비슷한 형태로 투명 강화 플라스틱으로 드라이버 앞을 보호해 주는 장치다.

각주

  1. 2017년 3월 바르셀로나 테스트에서 시험한 모습이다.
  2. 사실 포뮬러 카도 안 보여서 그렇지 콕핏 앞 차체와 드라이버의 좌석 뒤쪽에 롤 후프가 장착되어 있다. 이들의 목적은 차량이 뒤집어졌을 경우에도 드라이버의 머리가 직접 지면과 부딪치지 않도록 버텨 주는 것으로, 그래서 드라이버가 좌석에 정상 상태로 앉았을 때 이 두 개의 롤 후프 꼭대기를 잇는 선이 드라이버의 헬멧 위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야 한다.
  3. 그런데 F1에서는 휠이 튕겨나가 다른 차량을 덮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휠이 튕겨져 나가 마샬이 사망하는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나자 FIA에서는 휠과 차체를 연결하는 강력한 와이어(휠 테더)를 설치하도록 의무화 했고, 규정이 계속 강화되어 요즘은 사고가 나서 서스펜션과 차축이 부러져도 휠이 튕겨져 나가지 않고 덜렁거리기만 한다. 물론 세상에 가능성 0%라는 것은 없긴 하지만.
  4. 외관으로 보면 FIA가 검토했던 세 가지 중에 가장 보기 안 좋기는 하다.
  5. 페라리는 헤일로를 밀었던 데 반해 레드불레이싱은 헤일로에 비판적이었고 나름 문제를 개선했다는 대안으로 에어로실드를 내놓았다. 여기를 보면 레드불이 헤일로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임을 알 수 있다.
  6. 유럽 쪽에서 F1 경기를 직접 관전해 보면 서포트 레이스인 F2보다도 소리가 작다고 관객들이 투덜거릴 정도다.
  7. 다만 FIADRS는 차후에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8. 설령 뇌 손상으로 치명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당시 화염에 휩싸인 콕핏 안에서 자력 탈출이 불가능했다면 중화상을 입을 위험이 높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