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구이
평평하고 두툼한 철판을 달궈서 여러 가지 음식들을 굽거나 볶는 조리법.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손님 테이블마다 철판이 있어서 거기서 굽는 방식이고[1], 다른 하나는 주방에 손님이 잘 볼 수 있는 크고 아름다운 철판을 놓고 거기서 구워낸 다음 손님에게 가져다 주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철판 바로 앞에 카운터 좌석을 놓아서 조리한 음식을 곧바로 손님 앞에 낼 수도 있다. 예전에는 가스불을 주로 썼지만 요즈음은 전기를 이용한 핫 플레이트도 많이 쓴다. 우리니라의 시골에 있는 음식점들 중에는 장작을 쓰는 곳들도 있다.
철판구이는 상당 부분은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팬을 엄청 크게 만든 것과 비슷한데, 손님이 보는 앞에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기대치를 확확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알코올 함량이 높은 증류주를 부어서 순간적으로 불을 일으키는 불쇼까지 하면[2] 더더욱 퍼포먼스가 끝내준다. 철판구이 전문점 요리사들 중에는 이러한 퍼포먼스로 명성을 날리는 사람들도 많다. 굽는데 쓰는 도구들을 손에서 온갖 화려한 기술로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일부러 동작을 빠르고 크게 해서 퍼포먼스 효과를 극대화 하기도 한다.
일본어로는 텟판야키(鉄板焼き)라고 한다. 이 말도 풀어보면 '철판구이'다. 큼직한 불판에 요리사가 직접 빠르게 조리하는 방식은 일본에서 발달했다. 우리에게도 많이 친숙한 오코노미야키나 야키소바도 텟판야키의 일종이고, 스테이크와 같은 서양식 구이 요리도 철판구이로 재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철판구이도 대부분은 일본 쪽에서 건너온 것이다. 몽골식 철판구이나 몽골식 철판볶음밥 어쩌고 하는 곳도 있지만 사실 이른바 '몽골식 철판구이'도 알고 보면 일본이나 중국 남부에서 건너온 것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철판구이는 구이라기보다는 볶음인 경우도 많다. 구이와 볶음의 차이라면, 볶음은 프라이팬이나 철판으로 열을 가하되, 눋거나 타지 않도록 계속 뒤적여 가면서 빠르게 조리하는 것을 뜻한다. 구이는 대체로 열을 계속 가해서 익히는 방식이다. 당장 철판볶음밥은 아예 '볶음밥'이고, 야키소바나 몽골식 철판요리도 조리 방법으로는 볶음에 속한다. 오코노미야키, 몬자야키와 같은 것들은 부침 요리에 가깝다. 이는 두툼한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굽는 빈대떡도 비슷하다. 일본의 텟판야키(鉄板焼き)라는 말도 '焼き'가 구이와 함께 볶음까지 포괄하는 말이기 때문에 철판구이와 철판볶음을 아우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