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돼지뼈를 고은 국물에 삶은 돼지고기를 썰어서 밥과 함께 말아서 내는 음식. 돼지판 설렁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의 서민 음식이라면 밀면, 부산어묵과 함께 먼저 생각나는 음식으로 부산 사람들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좋을 듯. 부산 전역에 퍼져 있고 밀양이나 합천을 비롯한 경남권 이곳저곳에 있다. 부산에도 밀양돼지국밥이라는 이름을 건 음식점들이 은근히 많다.
순댓국과 헷갈리기 쉬운데 닮은 점도 많고, 순대를 넣어주는 돼지국밥집도 있어서 더더욱 그게 그걸로 보이지만 차이점은 분명 있다. 순댓국은 돼지뼈 말고도 소 잡뼈나 돼지 부속을 넣고 고아내기도 하지만 돼지국밥은 돼지뼈가 기본이다. 돼지국밥은 원래는 내장을 잘 안 쓰고 돼지고기를 듬뿍 썰어내는 게 기본인데, 고기와 내장, 순대를 원하는 대로 섞어서 주는 곳이 많다.
돼지국밥집도 나름대로 분파가 많아졌고 다른 지방의 식문화와 섞이면서 달라진 부분도 많지만 기본은 돼지뼈 국물 + 삶은 돼지고기 + 토렴으로 말은 밥이다. 하지만 토렴이 귀찮기도 하고 하니 토렴 안 하고 밥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식이 많아졌다. 그래도 순댓국처럼 팔팔 끓여서 내오지는 않는지라 뚝배기에 국밥을 담고 팔팔 끓여서 낸다면 정통은 아니다. 맛만 있다면야 모든 게 용서되지만.
보통 부추가 딸려 나온다. 따로 먹어도 되지만 젓가락으로 듬뿍 집어 국밥에 푹 넣고 먹는다. 다만 돼지국밥 중 상당수는 다대기가 미리 들어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부추까지 넣으면 너무 짜진다. 보통은 대파 썰은 것을 뿌려서 낸다. 대파를 따로 넣을 수 있게 하는 설렁탕과 차이가 나는 부분.
제주도의 고기국수나 일본의 돈코츠라멘을 생각나게 한다. 사실 돼지국밥이 원래는 국수를 말아먹던 거라고 한다. 지금도 소면을 약간 내주는 집들이 있다. 이러나 저러나 돼지고기판 설렁탕.
돼지국밥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은 특유의 누린내를 싫어할 수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부산이나 경남 바깥으로 벗어나면 누린내를 줄이려고 소뼈를 섞어서 국물을 내는 곳이 많다. 특히 서울 쪽으로 온 돼지국밥집들은 부산에 기반을 두고 상경한 게 아니라 그냥 부산 돼지국밥의 기본 개념만 가져온 거라, 깔끔한 맛을 위해 소뼈도 넣는다고 한다. 서울 사람들 입맛에야 이쪽이 더 잘 맞겠지만 너무 깔끔한 쪽으로만 간 나머지 돼지국밥 특유의 푸근하고 텁텁한 맛이 실종되어 서울에 왔다가 먹어본 부산 사람들은 이게 무슨 돼지국밥이냐고 불만스러워 한다. 어차피 돼지국밥이라는 게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음식이기 때문에 너무 깔끔한 것 찾지 말자. 부산에서도 냄새 잘 잡는 집은 꽤 잘 잡는다.
돼지국밥의 고기를 줄인 대신 고기를 수육으로 따로 내는 것을 수육백반이라고 한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가볼 만한 곳
부산 일대의 좀 유명하다 싶은 돼지국밥집 몇 개만 꼽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