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
中華料理.
사전에 나오는 뜻으로는 중국요리와 같지만 주로 중국요리가 외국으로 건너가서 현지의 사정에 맞춰서 변형 및 진화한 것을 뜻한다. 워낙에 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인들이 많으니 세계 각지, 특히 가까운 나라에는 중국요리점도 생겨나게 마련인데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차이, 현지인들의 식습관(현지인들 대상으로도 장사는 해야 하니까), 경제 형편과 같은 여러 가지 사정에 맞춘 것이다.[1]
한국의 중화요리
처음에는 한국에 살고 있던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발전했다. 특히 중국인 부두 노동자들이 많았던 인천항 일대에 차이나타운이 형성되면서 이곳에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 음식점도 많이 생겼다. 지금의 인천역 근처 차이나타운은 박정희 시대 때 화교들을 탄압하면서 무너졌던 것이 훗날 다시 형성된 것. 점점 한국인들도 대상이 되면서, 매운 것을 좋아하고 향신채를 싫어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변화했다. 물론 가난했던 시절의 사정도 상당 부분 작용해서 값싸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수십 년애 걸쳐 한국식 중화요리가 발달되어 왔다. 물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스며든 일본의 식문화도 알알이 박혀 있다. 중국집 반찬으로 꼭 나오는 다꾸앙이 어느 나라 건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한지? 일본도 은근히 중국요리가 건너와서 중화요리로 녹아든 게 많다 보니 한중일이 짬뽕이 되어서 얼키고설킨 모양새가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에 많이 살고 있는 화교 요리사들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인 중화요리사도 많아졌고 더더욱 한국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일단 중국집의 대표 음식인 짜장면과 짬뽕 모두 중화요리다. 짜장면은 그래도 중국 산둥지방에 있던 요리가 인천 부두의 중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변형된 거라 직접 중국요리가 건너온 셈이지만, 짬뽕은 일본의 중화요리인 나가사키 짬뽕이 수입되는 과정에서 매운 맛이 많이 나는 빨간 짬뽕으로 변형되었다. 한국의 중국집에 있는 음식 중의 대부분은 알고 보면 진짜 중국음식과는 좀 거리가 있는 중화요리다. 이름은 같아도 중국 본토의 음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요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탕수육도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은 튀김옷이 두껍고 소스가 따로 나온다.[2] 과거에는 소스도 토마토 케첩을 가지고 만들었다. 요즘은 설탕과 식초로 만든 소스가 대세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탕수육과 가장 가까운 중국요리는 탕추리지(糖醋里脊)인데, 이건 만드는 과정에서 소스에 버무린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우동이나[3] 덴뿌라는 아예 말 자체가 일본에서 온 것이다.
그밖에도 중국집에 있는 요리는 상당수가 한국화된 중화요리다. 중국에 가면 비슷한 건 있지만 맛이 전혀 다르거나 한 것들이 많다. 오히려 한국에 관광 온 중국인들이 신기해 하면서 중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맛이라고 오오~를 외치기도 한다.
만두는 좀 더 복잡한데, 만두가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면 중국이 원조지만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만두가 발달해 왔다. 북쪽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던 방식의 만두는 중화요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 교자만두는 분명한 중화요리.
종종 '짱깨'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여기서 파생되어 중국집을 '짱깨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중국인들을 '짱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당연히 당사자들은 싫어하는 말이다. 원래는 상점의 주인을 뜻하는 掌柜(zhǎngguì, 짱퀘이)라는 말에서 나왔다.[4] 사실 이 말 자체로 보면 비하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쨌거나 얕잡아보는 표현으로 쓰고 있으니 중국인이나 중국음식점에서 대놓고 쓰는 건 삼가하도록 하자. 짱꼴라는 더더욱 안 된다!
일본의 중화요리
일본도 요코하마나 나가사키에 일찌감치 차이나타운이 발달한만큼, 중화요리도 발달해 왔다. 앞의 두 도시에는 상당한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지금도 성업 중이며, 당연히 중화요리점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일본식 중화요리가 궁금하다면 이쪽으로 가 볼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라멘.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라멘을 일본의 대표 대중 요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전국 각지에 라멘 전문점이 많이 생겼고, 각지에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발달해 왔기 때문에 중국보다 일본에서 훨씬 꽃이 핀 음식이긴 하지만 일본 사람들조차 라멘을 일본 고유음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화요리점과 일부 라멘 전문점에서도 중화소바라는 이름으로 라멘을 파는 곳이 많다. 만두의 일종인 교자 역시도 일본에서 대단히 인기 있는 대중 음식이지만 역시 중화요리에 속한다. 라멘과 교자를 같이 파는 곳도 많다. 여기에 더해서 챠항[5] 또는 야키메시라고 부르는 볶음밥 역시 대중화된 중화요리.
이름처럼 나가사키에 터잡고 살던 중국인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나가사키 짬뽕이나 사라우동도 잘 알려져 있는 중화요리 가운데 하나다. 짜장면과 함께 한국 중화요리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짬뽕의 원조가 바로 나가사키 짬뽕이다. 한국의 짜장면과 닮아 있는 모리오카의 쟈쟈멘도 역시 중화요리다.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발전해서 간토지방에는 널리 퍼진 탕면인 '탄멘'도 나가사키 짬뽕과 비슷해 보이지만 해산물을 사용하지 않으며 좀 더 담백한 편이다. 큐슈의 쿠마모토 일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타이피엔 역시 여러 모로 나가사키 짬뽕과 닮아 있다. 나가사키 짬뽕에서 국수만 당면으로 바꾸면 타이피엔이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
서양의 중화요리
서양에도 중국인들이 많이 퍼져서 살고 있기도 하고, 서양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가 많기 때문에 서양 쪽에도 중화요리가 꽤 널리 퍼져 있다. 아시아요리 중에서는 가장 널리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테이크아웃으로도 인기가 좋다. 미국에서는 손에 들 수 있는 종이상자에 면이나 밥 요리를 담아서 파는 테이크아웃 음식점이 인기가 많고 푸드 트럭도 많다. 유럽 역시도 중화요리 식당을 쉽게 볼 수 있고, 오세아니아의 호주나 뉴질랜드도 시골 마을까지 중화요리 음식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식 중화요리가 한국에도 들어와서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양의 중화요리에도 탕수육과 비슷한 스위트 앤드 사워(sweet & sour)라는 중화요리가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에 비해 소고기, 닭고기도 사용하기 때문에 고기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스를 넣고 한번 웍에 볶아서 나오기 때문에 전혀 바삭하지 않다. 그런데 원래 중국의 탕수육도 이런 식이다.
궁보계정이 서양화된 쿵파오 치킨 역시 인기 많은 중화요리. 닭고기와 캐슈넛을 주 재료로 굴소스에 볶아서 만드는 요리로 단순화 되었다. 원래 궁보계정은 쓰촨요리인 만큼 고추를 넣어서 맵게 만들지만 서양화된 쿵파오 치킨은 아예 고추를 안 넣거나 두반장 정도를 써서 매운맛을 조금 주는 정도다. 여기서 파생돼서 소고기나 새우를 사용하는 버전도 있다.
각주
- ↑ 중국요리만 이런 건 아니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가 다른 나라로 가면 현지의 식문화, 재료의 특설 비롯한 다양한 요소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한국음식도 외국으로 나가면 비슷한 듯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다.
- ↑ 원래는 우리나라도 소스를 미리 부어서 나오는 게 당연했지만 배달 문화가 발전하고 튀김이 눅눅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소스를 따로 내는 쪽으로 바뀌었다.
- ↑ 이건 실제로는 나가사키 짬뽕에 가깝다. 짬뽕이 우리나라로 건너와서 고춧가루를 넣은 빨간 국물로 진화하면서 안 매운 하얀국물의 짬뽕은 '우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 ↑ 요즈음은 중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옛말이다. 요즘은 주로 老板(라오빤)을 쓴다.
- ↑ 챠항(チャーハン)이라는 말부터가 중국어로 '볶음밥'을 뜻하는 차오(炒饭)에서 '밥'을 뜻하는 饭만 일본식으로 항(ごはん)으로 읽어서 '챠항'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