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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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낳은 . 닭알이 변해서 달걀이 되었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한자말인 계란을 더 많이 쓴다.

구조를 크게 나눠보면 흰자, 노른자, 껍질 세 가지이고, 더 자세하게 보면 노른자의 위치가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잡아주는 알끈, 그리고 껍질 안쪽의 얇은 막이 있다. 노른자가 병아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노른자가 가운데에 있다는 것, 그리고 병아리도 노란색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병아리가 되는 것은 흰자고 노른자는 병아리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요리 재료로 아주아주 사랑받는다. 달걀 프라이삶은 달걀처럼 달걀 한 가지만으로도 요리가 되고 온갖 요리, 제과, 제빵의 감초같은 재료로 쓰인다. 상온에서는 액체지만 가열하면 굳어서 온갖 모양 만들기도 좋고, 흰자노른자라는 색깔과 특성이 다른 녀석이 함께, 하지만 분리되어 들어 있으므로 활용도가 높다. 흰자는 휘저으면 거품이 잘 나고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제과에서는 약방의 감초 같은 재료로 대접 받는다. 달걀 노른자의 레시틴은 유화제 구실을 하므로 이걸 이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유화제가 있으면 안 될 때는 노른자는 철저하게 빼고 흰자로만 만들기도 한다. 에는 들어가는 일이 적지만 케이크에는 달걀이 거의 필수로 들어간다. 케이크효모 발효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공기구멍을 충분히 내서 부드럽고 푹신한 식감을 내기 위해서는 달걀이 필수다. 특히 카스텔라에는 정말 많이 들어간다. 색소 따로 안 넣어도 달걀 노른자만으로도 카스텔라가 노란 색을 낸다. 흰자와 설탕으로 만드는 머랭은 제과 제빵에서 정말 광범위하게 쓰인다.[1] 그래서 달걀 값이 오르면 제과업계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는 아예 요리도 안 하고 날달걀을 그대로 밥에 넣고 기름간장만 넣어서도 비벼 먹는다. 밥의 열 때문에 날달걀이 조금 따뜻해지기는 하지만 제대로 익지는 않는다.

와인 양조할 때에도 쓰인다. 와인에 달걀을 ? 싶어서 뜨악할 수 있겠는데, 잡스러운 불순물을 걸러대는 청징제로 쓰인다. 달걀 흰자만 쓰는데, 양조가 끝난 와인을 숙성할 때 중간에 흰자를 넣으면 와인을 맑게 만든다. 흰자는 그대로 가라앉으므로 그 위에 있는 와인만 따라내면 된다. 물고기 부레도 청징제로 쓰이는데, 그래서 완전채식주의자, 즉 비건들을 위해서 이런 것들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표시하는 와인들도 있다.

콜레스테롤 때문에 특히 노른자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노른자에 풍부한 레시틴이 흡수를 억제한다. 무엇보다도 콜레스테롤 자체가 너무 악당으로 과대포장된지라...

단백질 덩어리라서 한 개만 먹어도 은근히 포만감이 생긴다. 그런데 열량은 100 그램 당 155 kcal, 한 개에 75~80 kcal 로 높지 않은 편이다. 다이어트에는 고단백 저지방이 좋다고 하니, 달걀은 꽤 좋은 다이어트식이다. 이 중에서 단백질 덩어리인 흰자는 15 kcal 정도니까 대부분의 열량은 지방이 많은 노른자에서 나온다. 그래도 달걀 한두 개는 열량이 낮다. 다만 기름 듬뿍 넣어서 달걀 프라이스크램블드 에그로 먹으면 열량이 확 올라간다. 삶은 달걀로 먹거나 포치드 에그로 먹으면 기본 열량에 가까워진다.

달걀 껍질에는 은근히 세균이 많다. 가장 큰 원인은 달걀이 나오는 구멍과 배설하는 구멍이 같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닭똥이 조금 묻어 있는 달걀도 그대로 시장에서 팔기도 했는데, 이건 배설과 산란을 같은 기관에서 하기 때문이다. 요즘 시판되는 달걀들은 대부분 세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닭똥이 묻어 있는 모습은 보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유통 과정에서 세균이 낄 가능성은 충분하고, 실제로 검사를 해 보면 그와 같은 결과가 종종 나오기도 한다. 사실 세척 과정을 거치면 달걀이 더 깨끗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반대로 더 위험할 수 있다. 달걀을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큐티클층이 세척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면 오히려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2] 달걀을 깨서 조리하기 전에 물로 한번 씻어 주는 게 가장 안전하다.

달걀 껍질은 주로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고 질도 좋아서 칼슘이 들어가는 영양제나 의약품 재료로도 활용된다. 영양제나 영양강화 식품 같은 것들을 보면 '난각칼슘'이라고 되어 있는데 '난각'이 바로 달걀 껍질을 뜻하는 말. 그렇다고 칼슘 보충을 위해서 달걀 껍질을 부숴서 먹으려 들지는 말자. 이렇게는 흡수가 잘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깨끗이 씻은 달걀을 식초에 담가 놓으면 점점 껍질이 흐물흐물해지고 결국은 녹는데 이걸 '초란'이라고 한다. 이 상태가 된 달걀은 껍질 안쪽 막에 담긴 흐물흐물한 상태가 되는데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꺼낸 다음 작은 그릇에 담고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터뜨려 막을 벗겨낸 다음 먹는다. 이 때 달걀에 스며든 식초에 녹은 칼슘은 소화 흡수가 잘 된다. 껍질이 녹아나온 식초도 건강식품 삼아서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논란들

무정란이냐 유정란이냐

흔히 유정란과 무정란으로 나뉜다. 유정란은 조건이 맞으면 병아리가 부화될 수 있는 알이고, 무정란은 병아리가 부화되지 않는 알이다. 닭이 부화도 안 되는 무정란을 낳는 이유는, 사람의 난자와 같은 것이 닭에게는 달걀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배란이 되고 나서 수정이 되지 않으면 생리를 통해서 난자와 생리혈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마찬가지로 암탉도 수정이 되든 안 되든 달걀은 생기고, 수정이 되든 안 되든 때가 되면 몸 바깥으로 내보낸다. 영어로는 난자도 egg라고 하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산란계 닭 품종은 이런 과정을 극단적으로 자주 하도록 개량된 품종이고, 생육 조건도 어떻게든 알을 많이 낳는 쪽으로 혹사시킨다.

흔히들 유정란이 무정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유정란은 병아리가 될 수 있으니까 영양가도 더 좋을 거고 생명력도 더 있을 거고... 하지만 차이 없다는 게 오랜 연구 끝의 결론. 오히려 유정란이 껍질이 얇아서 더 상하기 쉽다고 한다.

사실 유정란이나 무정란이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둬놓고 키우느냐 풀어놓고 키우느냐다. 대량생산되는 달걀은 암탉을 좁은 우리 안에 꼼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오로지 알만 낳는 기계로 기른다. 평생 제대로 몸 한 번 움직여보지도 못하고 평생을 학대당하는 닭이 건강할 리가 없다. 죽도록 알만 낳다가 그나마 알 낳는 능력이 떨어지면 도축된다. 이런 닭을 폐계, 또는 폐닭이라고 해서 닭백숙이나 닭곰탕, 닭육수 같은 데에 쓰인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보니 닭 진드기와 같은 해충이 들러붙어도 풀어서 기를 때처럼 모래에 몸을 비벼서 떨궈낼 방법도 없다. 그러니 농장에서는 살충제를 뿌려서 해충을 잡게 되는데, 살충제를 뿌리면 호흡이나 살충제 묻은 모이를 먹거나 해서 닭의 몸 속에도 들어가고 결국은 달걀에까지 일부 스며들게 된다. 이래서 터진 게 바로 살충제 달걀 파동이다.

반면 풀어놓고 키우는 닭은 적어도 큰 우리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더 건강하다. '방사란'이라고 되어 있는 달걀이 풀어놓고 키운 달걀. 서양에는 'cage egg'(우리에 가둬놓고 키운 달걀) 또는 'free range egg'(풀어놓고 키운 달걀, 즉 방사란) 같은 표시가 있다. 유정란은 정자를 강제 주입해도 만들 수 있으므로 유정란 여부보다는 방사란인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그런 놈들부터 닭장에 가둬야 한다. '목초를 먹여 키운 건강한 달걀' 따위 풀 뜯어먹는 소리는 믿지도 말자. 당신 같으면 옴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영양제만 주면 건강할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런데 방사란도 못 믿게 되어버렸다. 동물보호시민단체인 걸그룹 아니다 카라, 그리고 녹색당,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이 세 개 단체가 밝혀낸 바, 말로만 방사란이고 실제로는 가둬서 키우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CJ, 홈플러스와 같은 쟁쟁한 회사들이 걸렸다. [3]

갈색달걀이나 흰색달걀이냐

우리나라는 유독 갈색달걀이 인기가 좋다. 옛날에는 흰색달걀이 대세였으나 언제부터인가 갈색달걀이 마치 토종닭이 낳은 것처럼 와전되면서 흰색달걀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결론부터 말하면 갈색달걀이 토종닭이란 건 근거 없다. 외국 품종도 갈색달걀 잘만 낳는다. 일단 알 낳는 기계로 품종이 개량되지도 않은 토종닭으로는 대량생산이 안 된다. 반대로 이웃 일본은 달걀은 흰색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갈색달걀 보기가 오히려 힘들다.

다만 갈색달걀인 경우에는 닭이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껍질 색깔이 진해진다. 방사유정란이라고 해 놓고 달걀 색깔이 창백하면 의심해볼 만하다.

2016년 달걀 대란

2016년 10월 말부터 출현한 AI가 특히 산란계, 즉 알을 낳는 닭들을 키우는 농장들이 주로 감염되고 그에 따라 산란계 살처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달걀 수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역대 최악의 살처분으로 사태가 치달으면서 달걀값이 한 판에 만원까지 갈 정도로 치솟고, 그것도 모자라서 대형마트에서는 1인 1판으로 판매량을 제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살 수나 있으면 다행이지만 아예 품절이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다 보니,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산란계를 수입하고 달걀을 비행기로 수입해 오자는 것. 달걀은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배로 실어나르는 것은 불가능하고 물류비가 비싸도 비행기로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 수입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2017년 1월부터 수입 달걀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입 달걀이 나오자 이전까지 품귀 현상에 가까웠던 달걀이 갑자기 많이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달걀값 폭등은 업자들의 사재기 때문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집중된 달걀 생산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지만 AI가 출현하고 나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작된 늑장 대응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웃 일본이 빠른 초동 대처로 78만 마리 살처분으로 끝난 것과 비교한다면 뭐... 아무튼 산란계 심지어 씨암탉까지 쑥밭이 된 지라 문제가 빨리 풀릴 것 같지도 않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도 AI가 발생하는 바람에 2017년 3월 6일부터 미국산 닭고기와 달걀 수입이 금지되었다. 거기다 또 설상가상으로 6월에는 국내에 다시 AI가 발생하는 바람에 이러다가 아예 달걀 한 판에 만 원이 굳어지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 미국 대신 태국에서 달걀을 수입한다고는 하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달걀값 폭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달걀 대란 와중에 파라바게뜨, 던킨도너츠와 같은 브랜드를 거느린 SPC 그룹 직원들이 마트나 슈퍼 등등을 돌아다니면서 달걀을 사재기 한 사실이 들통나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 처음에는 충성심이 과한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얼버무렸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담당 직원을 두고 물량 할당까지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더더욱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4]

각주

  1. 단 노른자가 조금이라도 섞이면 레시틴이 거품이 일어나고 유지되는 것을 방해하므로 둘을 확실하게 분리해야 한다.
  2. 그때문에 달걀 세척을 아예 금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3. "마트에서 산 방사유정란..알고보니 공장에서 나온 달걀", <뉴스1>, 2015년 10월 1일.
  4. "SPC '달걀 사재기' 내부문건 입수..거짓 해명에 은폐 의혹까지", YTN, 2016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