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장류의 일종으로, 대부분은 페이스트 정도의 상태인 한국의 장류 중에 거의 유일하게 완전히 액체 상태로 되어 있다.
메주를 소금물에 띄운 다음, 메주는 건져내서 된장을 만들고 남은 소금물을 달여서 만든다. 여기서 '띄운다'는 게 잠깐 소금물 위에 메주를 띄우는 게 아니라 몇 주 정도 소금물 속에서 발효를 시키는 것이므로, 간장에도 각종 아미노산과 된장의 성분들이 녹아나와서 특유의 검은 빛깔을 만들어낸다.
원래 아시아권에서는 육장, 즉 고기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나오는 국물이나 어장 혹은 어간장이라는, 여러 가지 생선을 발효시켜 나오는 국물을 조미료로 이용해 왔다.[1] 일종의 젓갈이었던 셈. 간장은 중국을 기원으로 보고 있는데, 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몰로 나오는 소금물을 달인 다음 숙성시켜 간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육식을 할 수 없었던 절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설이 있는가 하면, 고기나 생선을 발효시켜 만드는 장은 비쌌으니 궁중 또는 부자들이나 만들어 먹었고 서민들은 값싼 대체품으로 간장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당연히 중국의 문화권에 있었던 한국이나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역으로 간장이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는 메주를 띄우고 난 소금물을 그냥 메주와 같이 걸쭉하게 숙성시킨 콩장을 만들어 먹었지만 삼국시대 무렵 된장과 간장을 따로 담는 방법이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류
한식간장
흔히 국간장, 조선간장이라고 하는 것으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메주를 소금물에 띄우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물론 대량생산으로 만들기에 적합하도록 어느 정도 변형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 방법은 같다.[2] 소금 함량이 높아서 국에 간을 할 때 주로 쓰인다.
양조간장
양조간장이라고 해서 콩으로 만든 메주를 띄워서 전통 방식으로 담갔다고 생각하면 좀 곤란하다. 시중에 제품으로 나와 있는 양조간장들은 대부분은 콩과 밀을 섞어 발효시켜서 만든다. 아래에 나오는 산분해간장보다는 그래도 장처럼 담그긴 했다.
산분해간장
간장은 원래 한식간장처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대량생산을 위해서 여러 가지 속성 제조 방법이 개발되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자 악명 높은 것이 산분해간장. 염산을 사용하여 탈지대두(지방을 뺀 콩)의 단백질을 분해해서 만드는 방법이다. 발효를 전혀 하지 않아도 화학작용으로 간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흔히 '화학간장'이라고도 부른다. 양조 방식으로 간장을 만들면 최소 며칠은 걸리고 숙성까지 생각하면 몇 달 걸리지만 산분해간장은 몇 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 단백질이 꼭 콩일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머리카락으로도 간장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실험으로 보여준 바도 있다. 다만 콩이 엄청 싼데 굳이 머리카락을 수집해서 만들 이유가...
처음에는 일본에서 개발되었다가 한국으로 넘어온 후 큰 회사 작은 회사 가릴 것 없이 널리 쓰였지만 1985년, MBC <PD수첩>의 전신인 < ;MBC리포트>를 통해서 그 실체가 낱낱이 까발려졌다.[3] 사실 산분해간장도 엄격하게 만들면 염산 같은 것들은 100% 제거되기 때문에 독성이 있거나 몸에 해롭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당연히 간장은 양조해서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재료가 공정이 불량하기 짝이 없는 중소업체의 화학간장 공장을 보고 경악했다. 게다가 샘표를 비롯한 대형업체들도 알고 보니 다 화학간장이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그야말로 멘붕... 이 때 일본 기꼬만 간장 판매량이 확 늘었다고 한다.
아무튼 산분해간장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로는 점점 산분해간장이 줄어들었고, 제품에 양조간장인지 산분해간장인지, 또는 배합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표시하도록 의무화 되었다. 그래도 가장 싼 간장은 여전히 이 방식으로 만들거나 여기다가 양조간장을 섞거나 한다. 지금은 중국으로 건너가서 중국에서 많이 만들고 있다.
진간장
원래 진간장이라는 말은 간장을 오래 묵혀서 짠맛이 줄고 색깔은 검어지면서 맛이 깊어진 귀한 간장을 뜻하는 것인데, 일본에서 개발된 산분해간장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진간장'이라는 이름으로 제품화된 것. 즉 이름 세탁. 그러니까 시중에서 팔리는 진간장은 가짜 간장이라고 봐도 된다. 옛날에는 산분해간장으로만 만들거나 산분해간장 90%에 양조간장 10% 같은 식으로 혼합했지만 산분해간장의 실체가 방송을 통해 알려진 후로는 양조간장으로만 만든 것, 또는 혼합을 하더라도 양조간장의 비율이 높아지는 쪽으로 점점 바뀌었다. 다만 양조간장이라고 해서 전통 방식으로 담갔다고 착각하지는 말자.
응용
한식에서는 정말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장류다. 일단 무침, 구이, 볶음, 절임, 탕과 같은 다양한 음식에서 간을 맞출 때 많이 쓰인다. 발효된 콩의 감칠맛이 소금과 조미료의 구실을 동시에 하는 셈. 다만 소금 간을 할 음식과 간장으로 간할 음식이 구분되어 있다. 또한 진긴장과 국간장을 사용하는 음식도 구분되어 있다.
특히 조림에는 간장이 무척 중요한 구실을 한다. 연근, 감자, 우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조림 요리를 할 때는 간장과 설탕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재료를 담가아서 조린다. 마늘장아찌를 비롯한 갖가지 절임 음식이도 많이 쓰인다. 밥도둑의 지존 간장게장은 말 그대로 간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꽃게를 담아 숙성시킨다.
뭔가를 찍어먹는 디핑 소스로도 아주 애용된다. 일단 회를 먹을 때는 꼭 필요하며 전, 어묵, 두부, 만두와 같은 음식도 간장에 찍어먹는다. 김을 구울 때 소금이나 기름을 쓰지 않고 김 그대로 구운 다음 밥에 싸먹을 때 밥에 간장을 살짝 뿌려 먹어도 별미다.
외국에서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그리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간을 할 때 소금 대신 쓰는 중요한 조미료다. 서양 사람들은 아시아 음식 하면 일단 간장부터 떠올릴 정도이고, 서양 요리에 간장을 쓰면 아시아 퓨전으로 생각할 정도다. 아시아 나라들도 외국의 음식 문화를 받아들여서 현지화 할 때 간장을 종종 쓴다. 예를 들어 간장으로 맛을 낸 와후파스타.
그밖에
호언장담을 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주장을 할 때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을 쓰는데, 여기서 '장'이 간장을 뜻하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여러 모로 보면 '뜸'을 뜻한다는 쪽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각주
- ↑ 지금도 동남아시아 요리에 많이 쓰이는 피시 소스도 어장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 ↑ 이렇게 변형한 것은 '개량한식간장'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 ↑ "시사프로그램의 자기 통제력", <PD저널> 2009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