しめさば(締鯖). 〆さば라고도 쓴다. 알파사바?[1]
등푸른 생선을 소금과 식초에 절인 것. 청어나 삼치, 정어리, 전갱이로도 만들 수 있지만 특히 고등어를 많이 쓴다. 사바(さば)가 원래 고등어다. 우리말로는 '고등어 초절임' 쯤 되겠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고등어 초절임'으로 메뉴에 표시하거나 설명하는 음식점도 많다. 시메사바의 어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틀린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이 기사에서는 '締める'가 '졸라매다'라는 뜻이 있으므로 식초에 절여서 살이 탱탱해진 것을 뜻한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렇게 설명하는 데가 없다. 대체로 설명하는 것은 '締める' 자체에 '절이다'는 뜻이 있다는 것. 실제 사전을 찾아봐도 그렇다. 보통은 '절이다'라는 뜻으로는 츠케루(漬ける)를 쓰지만 식초에 절일 때에는 締める를 사용한다. 또한 '締める'는 '닫다', '잠그다'라는 뜻이 있어서 일을 마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소금에 절였다가 식초로 마감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엄히 다스리다'는 뜻도 있어서 식초의 살균효과를 지칭하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2]
원래 고등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빨리 죽어버리는 데다가 기름이 산패하기도 쉬워서[3] 아주 신선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팍팍 나서 회로 먹기는 쉽지 않다. 옛날에는 냉장고도 없었으니 죽어버리면 더더욱 빨리 맛이 가버린다. 더구나 고등어에는 아니사키스라는 기생충도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그냥 먹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4] 그래서 보존성도 높이고 비린내도 잡고, 옛날 사람들은 잘 몰랐겠지만 식초의 살균 효과까지 얻어서 탈이 날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발전한 것이 시메사바. 하지만 '보존성이 높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날것 그대로보다 좀 낫다는 것이지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고등어라는 게 회로 먹으려면 잡은 다음 빨리 먹어야 한다.[5] 안 그러면 얼마 못 가 살이 물러지고 맛이 없어지는데 시메사바는 식초를 이용해서 '금방' 맛이 가게는 만들지 않도록 한 것에 불과하다. 만들고 나서 그날 또는 그 다음날 먹는 게 좋다. 그 이상 가면 맛이 가거나 상해버릴 수 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아니사키스는 시메사바에 쓰이는 식초 정도의 농도로는 쉽게 죽지 않는다. 고등어를 익히지 않고 쓰려면 24시간 이상 냉동을 해야 기생충을 확실히 죽일 수 있다.
만드는 방법
통째로 식초에 다이빙 시키는 것은 아니고 가운데를 갈라서 뼈와 내장을 제거한다. 이 일도 상당히 세심하게 해야 하는데, 될 수 있으면 살을 안 다치게 하면서 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살에 박혀 있는 잔뼈는 족집게로 집어서 잡아 빼야 한다. 또는 일단 식초에 담가 숙성시킨 후에 손님에게 내기 전에 잔뼈를 뽑아 내기도 한다. 이쪽이 상처가 덜 난 상태에서 식초에 담그므로 좀 더 살이 덜 물러진다. 단 껍질은 벗기지 않는다. 손질이 끝났으면 소금을 뿌려서 수분을 빼준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하룻밤 정도 재워준 다음 물이나 식초로 소금기를 한번 씻어준다.
그 다음에는 식초에 담근다. 여기에 초밥처럼 설탕이나 청주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식초만 부어서도 만들 수 있다. 과일식초는 과일 향미가 너무 세게 날 수 있어서 별로 어울리지 않고[6] 맛이 중립적인 쌀식초 종류가 가장 좋다.[7] 너무 오래 담가 놓으면 오히려 좋지 않은데, 식초에 담그는 시간은 레서피마다 제각각이지만 보통 15분에서 30분 안팎이다. 15분 정도를 추천하는 레서피가 많다. 오래 담가둘수록 속까지 단백질이 하얗게 변하고 살이 굳는다. 그 다음 액에서 꺼내서 랩에 싸두든가 해서 냉장 보관한다.
식초물에 담그기 전에는 머리와 꼬리 지느러미를 잘라낸 다음 큰 뼈만 골라내고 절인 다음, 회를 뜨기 전에 족집게로 남아 있는 자잘한 가시를 뽑아낸다. 식초물에 담그는 기간이 길수록 반투명했던 살이 약간 불투명해지고 조금 단단해진다. 오래 가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오래 담그는 쪽이 좋은데. 담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살이 퍽퍽해지고 맛이 없다. 대량생산하는 것은 아무래도 오래 절여 냉동하는 거라 퍽퍽하고,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팔려고 만드는 것은 하루 이틀 안에 빠르게 소비되므로 담그는 시간이 길지 않고 고등어 살이 좀 더 살아 있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태평양 쪽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기생충 문제가 있어서 사전에 냉동 처리를 해야 하고 속살이 하얗게 굳어질 정도로 좀 오래 담그는 편인 반면 남해(일본에서 보면 현해) 쪽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기생충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속살이 발그랗게 남을 정도로 짧게 담가도 된다. 일본에서 시메사바를 먹어보면 대체로 대부분 속까지 굳어 있는 이유는 주로 태평양 쪽 고등어이기 때문이다. 후쿠오카를 비롯한 큐슈 북부 쪽은 남해산 고등어가 나오기 때문에 가볍게 초절임을 한 시메사바를 먹어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쪽은 그냥 회나 고마사바로 많이 먹기 때문에 오히려 시메사바 보기가 어렵다.
고등어가 은근히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식초에 절임으로써 비린내를 싹 잡아버리는 한편 익히지 않았는데도 살짝 익힌 듯한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단백질을 식초에 노출시키면 색깔이 변하면서 굳는 현상이 생기는데, 먼 옛날 사람들은 약간 하얗게 굳는 살을 보고 불로 익히는 것과 비슷하게 보았을 지도 모른다. 레몬즙을 이용해서 생고기에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이탈리아의 카르파초와 비견할 만하다. 식초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각종 세균에 대한 강력한 살균력이 있으므로 푹 담가 놓았다면 식중독 걱정을 덜고 먹을 수 있다. 생선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안다면 직접 고등어를 사다가 집에서 담을 수도 있는데, 기름이 오르고 회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신선한 고등어를 써야 비린내도 안 나고 맛도 좋다. 고등어잡이 배가 많은 항구 도시가 아니라면 그만큼 신선한 고등어를 구하기 힘들다는 게 함정이지만.
먹는 방법
보통은 익히지 않고 사시미로 먹거나 생선초밥의 재료로도 쓰인다. 사케와 가장 잘 어울리지만 맥주나 소주,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입맛에만 맞다면 정말로 군침돌게 만드는 안주다. 그러나 그저그런 술집에서는 냉동된 시메사바를 내놓는다. 우리나라도 모노마트와 같은 일본 식재료 매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맛은 별로다. 만든 다음 냉동해서 유통되므로 만든지도 오래 됐고 당장에 겉모습부터가 살의 색깔이 희멀건하고 먹어 보면 질감도 퍽퍽하다. 게다가 비린내도 충분히 못 잡은지라... 시메사바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진다. 정말 제대로 직접 담근 것을 먹어 봐야 한다. 고집스러운 곳은 고등어의 상태에 신경을 많이 써서 고등어가 통통하고 기름이 올랐을 때에만 시메사바를 만들려고 한다. 먹어 보면 회보다는 약간 단단하지만 냉동 시메사바보다 퍽퍽하지 않고 매끄러운 기름기까지 느껴진다. 비린내야 당연히 거의 없고. 일본도 체인형 이자카야 같은 곳에서는 제품으로 만든 시메사바를 쓰긴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파는 모노마트제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나라보다 소비량도 훨씬 많고 해서 진공포장한 냉장 시메사바가 유통되기 때문에 냉동보다는 훨씬 낫긴 하다.
익히지 않고 회처럼 저며서 먹는 게 기본. 썰 때 두툼하게 썰면서 중간에 칼집을 내는 곳들도 많다. 채썬 생강을 같이 내주는 음식점도 많은데, 생강을 칼집 난 데에 조금 떼어 올리고 간장 또는 와사비 간장을 살짝 찍어먹는다. 다만 이미 식초물로 맛이 배어 있기 때문에 간장은 안 찍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서일본 쪽은 그냥 먹는 쪽을, 동일본 쪽은 간장이나 생강 간장을 선호한다.
틀로 눌러서 모양을 만들고 칼로 썰어내는 초밥인 오시스시(押し寿司)에 얹는 고등어도 보통은 시메사바를 쓴다.
주로 날것 그대로, 즉 회로 먹지만 껍질 쪽의 겉부분을 토치로 살짝 지져서, 아부리야키 상태로 먹기도 한다. 이를 아부리시메사바(炙りしめ鯖)라고 부른다. 껍질 위로 기름이 지글지글한 모습이 꽤나 먹음직하다.[8] 특히 테이블로 가져와서 토치로 직접 지져주는 곳이라면 눈앞에서 기름이 올라와서 끓는 모습이 끝내준다.
그밖에
서일본 쪽에서는 키즈시(きずし, 生寿司)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선초밥이 아닌, 그냥 생선만인데도 스시(寿司)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키즈시는 청어로 만드는 것인데, 그냥 서일본 쪽은 고등어까지 퉁쳐서 키즈시, 동일본 쪽은 시메사바라고 부른다. 일본 위키백과에도 키즈시로 되어 있고 시메사바로 검색하면 키즈시로 넘어가거나 코미디언 듀오가 나온다.[9] 만드는 방법도 좀 달라서 서일본의 키즈시는 생선을 담그는 식초물의 깊이가 깊고 먹을 때 아무 것도 찍어먹지 않지만 동일본의 시메사바는 식초물의 깊이가 얕고 간장에 찍어먹는다. 다만 서일본 쪽에서도 시메사바라는 말은 널리 쓰인다.
삿포로를 비롯한 홋카이도 쪽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으로 해산물을 취급하는 음식점이라면 메뉴에서 시메사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고등어회를 많이 즐기는 큐슈 쪽에서는 의외로 보기가 쉽지 않다. 이쪽은 그냥 회 또는 고마사바로 주로 먹는다. 이쪽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현해, 즉 우리나라의 남해와 같은 수역이기 때문에 태평양에서 잡히는 고등어와는 달리 그냥 회로 먹어도 기생충 걱정이 없기 때문. 아예 기생충이 없는 건 아니고 회로 먹는 부분에 기생충이 없다고 한다. 또한 후쿠오카항으로 바로 들어온 고등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선도도 괜찮기 때문이다. 다만 산패 문제로 선어회로 먹기는 까다로워서 숙성시키기보다는 활어회처럼 손질 후 바로 회로 먹는 경향이 있다.
각주
- ↑ '〆'는 편지를 봉한 자리에 치는 표식의 모양인데, 이걸 しめ(締め)라고 한다. 그래서 거꾸로 しめ를 '〆'라고 간단히 쓰기도 한다.
- ↑ "しめ鯖はなんでしめ鯖というのですか?しめとはなんですか?", Yahoo!知恵袋.
- ↑ 오죽하면 '고등어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썩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 ↑ 큐슈 쪽은 시메사바보다는 그대로 회로 혹은 고마사바로 많이 먹는 편인데, 앞바다에서 고등어가 잡히므로 신선한 고등어를 곧바로 공급할 수 있고, 남해(일본에게는 현해)에서 잡히는 고등어는 회로 먹는 부위에 기생충이 거의 없는 반면 태평양 쪽에서 잡히는 건 기생충이 많다고 한다.
- ↑ 선어회를 선호하는 일본도 고등어는 활어회가 주류다.
- ↑ 사실 시중에 팔리는 사과식초니 레몬식초니 하는 것들도 과즙을 발효시킨 게 아니라 주정으로 식초를 만들고 과즙을 조금 섞은 것이 불과하다.
- ↑ 아니면 그냥 '양조식초'라고 되어 있는 제품이 있다. 주정으로 만든 거라 쌀식초보다도 맛이 더 중립적이다.
- ↑ 시메사바만이 아니라 등푸른 생선들은 피하지방이 많아서 타타키를 하든 굽든 껍질 위로 기름이 올라와서 지글지글 먹음직스럽다.
- ↑ 다만 서일본 쪽에 가도 메뉴에는 시메사바라고 쓰여 있는 걸 많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