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핀
Muffin.
빵 또는 케이크의 일종.[1] 영국에서는 호떡처럼 납작하고 양쪽 면이 구운 갈색을 띠는 달지 않은 빵을 뜻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컵케이크 모양을 하고 단맛도 있는 퀵브레드를 뜻한다.
머핀이라는 이름을 가진 빵이 등장한 역사는 영국 쪽이 더 오래되었는데 지금은 머핀 하면 케이크 쪽을 생각하고 영국식은 따로 잉글리시 머핀이라고 부른다. 모양도 만드는 방법도 맛도 전혀 다른 이 두 가지가 어쩌다 같은 이름을 가졌는지는 미스터리. 아마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머핀이 미국에서 지금과 같은 스타일로 발전했을 거라는 추측 정도를 할 뿐이고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 공통점은 둘 다 아침식사 때 주로 먹는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머핀을 아침에? 하면 갸우뚱하겠지만 미국에서는 머핀에 커피가 간편한 아침식사로 인기가 많다. 아침에 문 여는 카페에 가 보면 카운터 주위에 갖가지 머핀이 그득하다. 그래서인지 크기가 크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머핀 크기를 생각하면 된다.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든든할 정도로 크다. 머핀 크기를 보면 '역시 미국놈들은 뭐든 크다니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물론 그런 점도 있긴 하지만 아침식사용으로 먹는 거라서 큰 것도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성업하고 있는 MP그룹[2] 계열 마노핀(Manoffin)이라는 체인점이 있다. 영국식 머핀과 미국식 머핀을 모두 팔고 있으며 영국식 머핀에 치즈나 햄을 넣은 샌드위치도 팔고 있다.
영국식 머핀
흔히 잉글리시 머핀이라고 부르는 것. 넙적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플랫브레드 머핀(flatbread muffin)이라고도 한다. 미국에서는 '잉글리시 머핀'이라고 부르지만 영국에서는 그냥 '머핀', 혹은 '베이커리 머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머핀이라고 하면 미국식 컵케이크 머핀을 떠올린다.
보통의 빵처럼 반죽을 효모로 발효시켜서 만드는데, 굽는 방법이 좀 다르다. 원래는 반죽을 난로 위 철판에 올려놓고 뒤집어가면서 구워 만들었다. 이 때 반죽을 머핀 링이라는 동그란 고리 모양의 금속제 도구에 넣아서 모양을 잡는다. 빵의 모양이 호떡처럼 납작하고 양면이 구운 갈색을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량생산을 할 때에는 오븐을 사용하는데, 이 때에도 중간에 한번 뒤집어서 양쪽이 골고루 잘 익고 색깔이 나도록 한다.
대략 18세기 정도부터 문헌에 등장하는데, 머핀이 든 상자를 머리에 이거나 바구니를 들고, 주거지를 돌아다니면서 손으로 종을 쳐서 손님을 끄는, '머핀 맨'이라는 상인들도 있었다. 주거지를 돌아다니면서 종을 쳐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건 우리나라의 두부장수와 꽤 비슷하다. 머핀 맨은 머핀만 팔았던 건 아니고 여러 가지 다른 식재료도 함께 팔았다. 여기서 나온 "Muffin Man"이란 영국 동요도 있다.
Do [or "Oh, do"] you know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Do you know the muffin man,
Who lives on Drury Lane?
Yes [or "Oh, yes"], I know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Yes, I know the muffin man,
Who lives on Drury Lane.
여기서 드루리 레인(Drury Lane)은 코벤트가든 옆을 지나는 도로의 이름이다. man과 lane으로 라임을 맞춘 것. 가사 내용은 아주 단순해서 대부분이 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딱 두 마디로 압축하면, "너 드루리 레인에 사는 머핀 맨 아니?", "응, 나 드루리 레인에 사는 머핀 맨 알아." 유튜브에서 이 노래의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어떻게 된 게 죄다 영상에는 미국식 컵케이크 머핀만 나온다. 이 노래는 19세기에 영국에서 나왔고 미국식 머핀은 이 언저리에 처음 미국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20세기 중후반에 가서야 미국식 머핀이 영국에도 알려졌다.
아침식사로 먹을 때에는 반으로 갈라서 다시 한번 구운 다음 버터나 마가린, 잼을 발라서 먹기도 하고, 사이에 베이컨이나 달걀 프라이, 소시지[3]를 끼워서 샌드위치로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는 머핀이라고 하면 미국식 머핀만을 생각했지만 맥도날드가 '맥모닝'이라는 이름으로 아침시간에 잉글리시 머핀에 소시지, 토마토와 같은 것들을 끼운 샌드위치를 판매하면서 영국식 머핀도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마노핀에서도 비슷한 샌드위치를 팔고 있다. 주로 아침에 먹는 달걀 요리인 에그 베네딕트에도 달걀 아래에 깔아주는 빵으로 널리 쓰인다.
영국에는 머핀과 비슷하게 둥글 납작한 호떡 모양의 빵인 크럼펫(crumpet)이라는 물건도 있다. 머핀과 가장 큰 차이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것. 머핀은 보통 빵처럼 표면에는 구멍이 없지만 크럼펫은 겉에도 큼직큼직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머핀과 비슷하게 잼, 버터 같은 것을 발라 먹거나 가운데에 고기나 채소를 끼워서 샌드위치로 먹는다.
미국식 머핀
컵케이크 모양으로 만든 퀵브레드다. 즉 베이킹소다를 넣는다. 19세기에 미국에서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효모로 발효해서 빵처럼 만들었지만 베이킹소다를 이용한 퀵브레드로 바뀐 것. 컵케이크 머핀이라고도 부른다. 미국에서 영국식 머핀을 '잉글리시 머핀'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이 머핀을 '아메리칸 머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잉글리시 머핀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빵이 왜 '머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초창기에는 모양을 잡기 위한 도구로 머핀 링을 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에는 효모 발효를 했기 때문에 잉글리시 머핀과 상당히 닮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베이킹소다를 사용하면서 더 크게 부풀고 맛도 점점 차이가 생기면서 우리가 아는 미국식 머핀으로 발전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케이크처럼 간식이나 디저트로 먹지만 미국에서는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빵이다. 컵케이크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게, 케이크류는 보통 박력분 밀가루를 사용하지만 머핀은 중력분을 사용하는 게 기본이다. 또한 컵케이크에 비해서는 덜 단 편이고 아예 달지 않은 머핀도 있다. 식감 역시 케이크보다는 퍽퍽한 편.
영국식 머핀은 샌드위치처럼 반을 갈라서 여러 가지 재료를 끼워 먹는 방법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컵케이크 형인 미국식 머핀은 그렇게 할 수는 없고 그냥 먹는다. 대신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큰데, 코스트코에서 파는 머핀을 보면 알 수 있다. 초콜릿칩이나 말린 과일 조각을 넣어서 달게 만드는 머핀이 많지만 별로 달지 않은 머핀도 있다. 이제는 그냥 '머핀'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쪽의 머핀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아시아권은 머핀을 아침식사로 먹는 사람들이 드물고, 서양의 식사용 빵이 들어와서 간식용으로 소비되는 것과 비슷하게 머핀도 좀 더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컵케이크에 가깝게 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크기도 아담하게 작아졌기 때문에 컵케이크와 차이가 흐릿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