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금융
Mezzanine financing.
메자닌(mezzanine)이라는 말은 원래 이탈리아어에서 온 것으로, 두 개의 층 사이에 낮게 만든 중간층을 뜻한다.[1] 금융에서는 이 개념을 채권, 그 중에서도 선순위채권과 주식 사이의 중간 정도로 생각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교환사채와 같이 옵션이 붙어 있는 회사채들이 주로 이쪽으로 분류된다. 이들 상품이 가진 대부분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채권이지만 채권자가 원할 경우 주식으로 바꾸거나,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 대신 일반 회사채보다는 이자율이 낮거나 이자율이 아예 0%인 것도 있다. 흔히 기업이나 금융 쪽에서 '0.0 전환사채'라는 말을 쓰는데, 바로 표면이자율이 0.0%인 전환사채를 뜻하는 것으로,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원금 보장[2]만 받는 투자상품인 셈이다. 상환우선주와 후순위채권도 메자닌 금융으로 분류한다.
투자자는 이러한 메자닌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상품을 주요한 포트폴리오로 하는 간접상품, 즉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일반 개인 투자자가 전환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대체로 특수관계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에게 블록 딜로 판매하므로 개인 투자자들은 관련된 사모펀드나 간접상품에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도 메자닌 금융에 투자하는 펀드가 꽤 많긴 한데 대부분은 사모펀드 형태로 소규모 모집하며 최소 투자금액이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 한다. 또한 최소 1년, 보통 2~3년 동안은 중도 환매를 못 하게 되어 있다.
메자닌 금융의 장점이라면 유연성이다. 처음에는 채권으로 사서 채권 이자를 받다가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주가가 오르는 흐름이라면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가진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별 볼일 없다면 그냥 채권으로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이러한 유연성을 인센티브로 하므로 이자율은 일반 대출 또는 회사채 금리보다 낮게 책정된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법으로도 종종 애용된다. 신용도가 낮아서 은행 대출도 쉽지 않고 주식이나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창업 초기의 기업들이 일반 대출이나 회사채[3]보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면 일단은 채권으로 가지고 있다가 스타트업 기업이 대박을 치면 '이거 주식으로 바꿔 줘!' 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덜 위험하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중견기업들도 이러한 메자닌 회사채로 기관에게 투자를 받는 일은 종종 있다. 사실상의 블록 딜 유상증자다.
후순위채권은 주식 매입 또는 전환 옵션이 없고 기업이 청산될 때에는 말 그대로 돈 받을 권리가 후순위로 밀리는 대신 금리가 높으므로 기업이 망할 염려가 별로 없다면 투자 가치가 좋은 상품이다. 또한 국제결제은행(BIS)은 만기가 5년 이상인 후순위채권이나 후순위차입금은 자본금으로 인정하므로 채권이긴 하지만 자기자본금을 늘려서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4] 특히 자기자본 비율이 중요한 금융권이 많이 활용한다.
각주
- ↑ 가끔 1층과 2층 사이에 M층이라고 되어 있는 건물이 있는데, 이게 바로 mezzanine이다. 1층과 2층 사이 일부 공간을 천장이 낮은 공간으로 활용한 것.
- ↑ 여기서 '원금 보장'이란 은행 예금처럼 공적 보장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주식과는 다른 채권과 같은 수준의 원금 보장을 뜻한다.
- ↑ 이런 기업들은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상품이 아닌 한 대출 금리도 비싸고, 회사채 발행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이자를 높게 잡아야 한다.
- ↑ "초저금리 시대 후순위채 투자가 좋다", 주간경향 1436호, 2021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