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增資.
기업이 자본금을 늘리는 행위. 반댓말은 감자(減資). 주식회사와 유한회사가 증자가 가능한데, 여기서는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기업은 자본금을 투자해서 사업을 하고, 이 사업으로 창출한 이윤을 재투자 하거나, 주식회사라면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이윤만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회사를 성장시킬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아주 큰 규모의 수주를 받았는데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이 수주를 소화할 수 없고, 생산시설을 늘리자니 가진 돈이 부족하면 기업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주식회사라면 회사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빚을 끌어다 써서 돈을 충당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투자금을 유치해서 돈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대출이든 회사채든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며, 이자도 줘야 한다. 반면 투자를 받으면 상환할 의무가 없고, 배당도 의무는 아니다.[1]
이렇게 보면 기업으로서는 대출보다는 투자금 유치가 여러 면에서 훨씬 나은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주, 특히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가 가진 지분을 팔아서 투자금을 유치하거나,[2] 자본금을 늘리는, 즉 증자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유통주식 수가 1천만 주인데, 자금 조달을 위해 1백만 주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유통주식수가 10% 늘어난다. 그러면 기존 주주들은 지분이 희석된다. 특히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분율이 낮은 경우에는 자칫 적대적 인수합병에 취약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3] 주주 배당을 할 경우에도 주식 수가 늘어나면 1주당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따라서 기존 주주들은 유상증자를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증자는 크게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로 나뉜다. 유상증자는 실제로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고, 무상증자는 단순히 기업이 기 가진 돈이 장부에서 자본금으로 옮겨가는 것이라 주주들에게 앞에서 이야기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
유상증자
기업 외부로부터 투자금을 받아서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것. 주식회사라면 주식을 새로 발행해서 돈을 받고 판다.
크게 일반주주 배정과 제3자배정으로 나뉜다. 아예 기존 주주의 권리를 무시한 일반공모도 가능하지만 기존 주주의 반발이 어마어마하므로 실제로는 일반 공모는 드물다.
일반주주 배정은 기존 주주에게 우선 주식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보유 주식 당 청약 가능 주식의 수를 정하는데, 예를 들어 주당 0.3이라면 100주를 가진 주주는 30주를 청약할 권리를 가진다. 만약 기존 주주 중에 권리를 포기해서 청약되지 못한 주식이 있으면 이를 '실권주'라고 하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청약 기회가 돌아간다.
제3자 배정은 하나, 또는 복수의 투자자(법인 포함)와 사전에 협상을 통해서 투자 규모 및 1주 당 매수가격을 합의하고 한꺼번에 대량의 주식을 넘기는 것으로, 흔히 블록 딜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주주 배정에 비해서는 주가에 미치는 충격이 대체로 약하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현 주가 대비 할인율이 일정 정도 적용되긴 하지만 일반주주 배정의 경우 신주가 상장이 되면 곧바로 유통이 가능한데 반해, 제3자 배정은 보통 1년 동안 보호예수를 적용한다. 만약 보호예수를 적용하지 않으려면 증권신고서를 작성해서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거래소에도 공시해야 한다. 그만큼 절차가 까다로워지지만[4] 블록 딜을 하면서 보호예수 적용을 안 하면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클 수밖에 없으므로 거의 대부분은 1년 동안 보호예수를 적용한다. 당장은 이 물량들이 시장에 풀리지 않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만 보호예수가 풀린 시점에서는 특히 주가가 상당 폭으로 올랐다면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량으로 물량을 쏟아내는 오버행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에 유상증자는 출입을 금지하는 PC방이 나타나서 화제가 된 바가 있다.[5]
무상증자
기업 내부에 있는 돈을 자본금으로 전환시키는 것. 그만큼 주식 수가 늘어나지만 기존 주주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배정한다. 예를 들어 1백만 주를 발행한 기업이 추가로 1백만 주를 무상증자 하면 기존 주주들은 보유주식 1주당 1주를 새로 받아서 보유주식 수가 2배로 늘어난다. 대신 주가가 자동으로 2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보유주식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상증자를 기존 주주를 위한 서비스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안 좋은 영향이지만 주식의 가격이 싸지므로 심리라는 면에서는 투자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100만원이라면 매수하기애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투자자가 많은데 무상증자로 주가를 10분의 1로 떨어뜨려서 10만원으로 만들었다면 실제로는 조삼모사지만 마음 속으로는 부담이 줄어든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실행하는 사례도 있다. 유상증자, 특히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는 주주 지분 희석이라는 면에서 주주들이 좋아하지 않는데, 이러한 불만을 달래기 위해 무상증자를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
각주
- ↑ 특히 우리나라의 주식회사는 배당 성향이 나쁘기로 악명이 높다. 미국과 비교하면 정말로 배당 성향이 좋지 않다.
- ↑ 예를 들어 경영자가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액면가 100원의 주식을 발행해서 5백만 주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주가가 1,000원이라면, 자신의 지분 가운데 1백만 주를 블록 딜 형식으로 투자자에게 넘기고 받은 10억 원을 회사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 ↑ 미국의 잘나가는 기업들이 왜 돈 들여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는지 생각해 보자.
- ↑ 제3자 배정도 공시는 해야 하지만 증권신고서에 비하면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 훨씬 간소하다.
- ↑ 링크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유증상자'를 '유상증자'로 잘못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