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커피: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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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드립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적어도 다음 도구들은 필요하다. | 제대로 드립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적어도 다음 도구들은 필요하다. | ||
* 그라인더(핸드밀 또는 전동식 그라인더) : [[커피]]를 분쇄하는 도구. 아예 원두를 살 때 분쇄를 해서 살 수도 있지만 그러면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이 휘발되거나 산패되어 금방 맛과 향이 망가진다. | * [[커피 그라인더]](핸드밀 또는 전동식 그라인더) : [[커피]]를 분쇄하는 도구. 아예 원두를 살 때 분쇄를 해서 살 수도 있지만 그러면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이 휘발되거나 산패되어 금방 맛과 향이 망가진다. | ||
* 드리퍼 : 서버 위에 올려놓는 깔때기 모양의 도구로 여기에 커피 필터를 놓고 분쇄한 원두를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서 | * 드리퍼 : 서버 위에 올려놓는 깔때기 모양의 도구로 여기에 커피 필터를 놓고 분쇄한 원두를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서 [[커피]]를 추출한다. | ||
* 서버 : 드리버를 받치면서 내려오는 커피를 받아주는 주전자. | * 서버 : 드리버를 받치면서 내려오는 커피를 받아주는 주전자. | ||
* 드립포트 : 커피를 추출할 뜨거운 물을 부어줄 주전자. 보통 얇고 긴 S자 모양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어서 가는 물줄기가 일정하게 나오도록 해 준다. 전기주전자 기능을 겸하고 있는 제품도 있는데, 더 나아가 물의 온도를 정확하게 맞추어주는 기능을 가진 것도 있다. | * 드립포트 : 커피를 추출할 뜨거운 물을 부어줄 주전자. 보통 얇고 긴 S자 모양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어서 가는 물줄기가 일정하게 나오도록 해 준다. 전기주전자 기능을 겸하고 있는 제품도 있는데, 더 나아가 물의 온도를 정확하게 맞추어주는 기능을 가진 것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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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널리 알려진 메이커로는 드립 커피의 원조격인 독일의 멜리타, 일본의 하리오, 칼리타와 같은 브랜드가 있으며 고노 역시 유명하다. 한국도 몇몇 제품이 나와 있으며 구멍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디셈버가 유명한 브랜드에 속한다. 그밖에도 대만에서 개발된, 그냥 두었을 때에는 밑에 막혀 있다가 컵 위에 올려놓으면 밑이 열려서 커피가 쏟아지는 식으로 [[프렌치 프레스]]와 비슷한 스타일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클레버 드리퍼도 있으며, 드리퍼와 서버가 일체형으로 된 [[케멕스]]<ref>스타벅스 리저브에 가면 일반 드리퍼(포어오버)와 [[케멕스]] 중에 어떤 걸로 내릴지 선택할 수 있다.</ref>라는 것도 있다. | 가장 널리 알려진 메이커로는 드립 커피의 원조격인 독일의 멜리타, 일본의 하리오, 칼리타와 같은 브랜드가 있으며 고노 역시 유명하다. 한국도 몇몇 제품이 나와 있으며 구멍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디셈버가 유명한 브랜드에 속한다. 그밖에도 대만에서 개발된, 그냥 두었을 때에는 밑에 막혀 있다가 컵 위에 올려놓으면 밑이 열려서 커피가 쏟아지는 식으로 [[프렌치 프레스]]와 비슷한 스타일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클레버 드리퍼도 있으며, 드리퍼와 서버가 일체형으로 된 [[케멕스]]<ref>스타벅스 리저브에 가면 일반 드리퍼(포어오버)와 [[케멕스]] 중에 어떤 걸로 내릴지 선택할 수 있다.</ref>라는 것도 있다. | ||
===그라인더=== | ===[[커피 그라인더]]=== | ||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은 그라인더. 이건 진짜 맘 먹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라인더 하나가 나머지 도구를 합친 것보다 비싸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게 좋다. 싸구려 그라인더는 분쇄한 알갱이의 크기가 고르지 않으며, 잔가루(미분)가 많이 생기고, 여기에 마찰열이 심해서 [[커피]]의 맛과 향을 변질시킬 수 있다. |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은 그라인더. 이건 진짜 맘 먹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라인더 하나가 나머지 도구를 합친 것보다 비싸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게 좋다. 가격대는 다이소에 가면 살 수 있는 5천원 짜리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전동 그라인더까지 굉장히 폭넓은데, 싸구려 그라인더는 분쇄한 알갱이의 크기가 고르지 않으며, 잔가루(미분)가 지나치게 많이 생기고, 여기에 마찰열이 심해서 [[커피]]의 맛과 향을 변질시킬 수 있다. | ||
그런데 이 '싸구려'의 기준이 높다. 일단 다른 도구처럼 5만 원 정도 써서는 결과물이 제대로 안 나온다. 손으로 돌려서 커피를 가는 핸드밀조차도 10만 원 이상은 써야 그냥저냥 쓸만한 놈이 나오고, 20만 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핸드밀 쪽에서 최고로 쳐주는 독일의 코만단테는 수동인데도 제품에 따라 30만 원, 50만 원도 넘어간다. | 그런데 이 '싸구려'의 기준이 높다. 일단 다른 도구처럼 5만 원 정도 써서는 결과물이 제대로 안 나온다. 손으로 돌려서 커피를 가는 핸드밀조차도 10만 원 이상은 써야 그냥저냥 쓸만한 놈이 나오고, 20만 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ref>다만 중국의 타임모어 C2 같은 경우에는 5~6만원 정도 가격대로도 10만원 대 핸드밀 수준의 준수한 결과물이 나온다.</ref> 핸드밀 쪽에서 최고로 쳐주는 독일의 코만단테는 수동인데도 제품에 따라 30만 원, 50만 원도 넘어간다. | ||
싸구려 그라인더는 믹서기처럼 칼날이 회전하면서 분쇄하는 블레이드 방식을 사용하는데, 입자가의 굵기가 천차만별이다. 최소한 버(burr) 방식으로 된 것을 사는 것이 좋다. '버'는 맷돌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버 방식은 다시 크게 코니컬 버와 플랫 버 방식으로 나뉜다. 핸드밀이나 중저가는 코니컬 버를 많이 쓰고 플랫 버 방식을 사려면 적어도 50만원 이상은 가야 한다. 반드시 플랫 버가 좋은 것은 아니고 서로 장단점은 있으나 대체로 고가형 모델은 플랫 버로 가는 경향이 있다. | 싸구려 그라인더는 믹서기처럼 칼날이 회전하면서 분쇄하는 블레이드 방식을 사용하는데, 입자가의 굵기가 천차만별이다. 최소한 버(burr) 방식으로 된 것을 사는 것이 좋다. '버'는 맷돌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버 방식은 다시 크게 코니컬 버와 플랫 버 방식으로 나뉜다. 핸드밀이나 중저가는 코니컬 버를 많이 쓰고 플랫 버 방식을 사려면 적어도 50만원 이상은 가야 한다. 반드시 플랫 버가 좋은 것은 아니고 서로 장단점은 있으나 대체로 고가형 모델은 플랫 버로 가는 경향이 있다. | ||
전동식 | 전동식 [[커피 그라인더]]를 쓰겠다면 20만 원 이상은 기본으로 쓸 각오는 해야 한다. 다른 도구는 흔하게 쓰이는 하리오나 칼리타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그라인더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며<ref>하리오와 칼리타도 핸드밀이나 그라인더를 내놓고 있지만 별로 좋은 평가는 못 받고 있다.</ref>, 아예 자타공인 최고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쓸 형편이 아니라면 최대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아야 하므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각종 후기들을 잘 읽어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다른 도구는 가동부가 없기 때문에 몇 만원 정도 이상이라면 모양은 대체로 잘 잡혀 있고, 제품 자체의 품질보다는 사용자의 기술이 [[커피]]맛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원두 분쇄를 위한 가동부가 있는 그라인더는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라고 해도 그라인더가 나쁘면 답이 없다. 초보자라면 '내가 일단 기술이 좋아야지 처음부터 무슨 장비빨이야'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라인더는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좋은 것을 장만하는 게 좋다. 부담된다면 10만원 언저리에서 최대한 가성비 좋은 핸드밀을 찾아보고 드립 실력이 충분히 발전하면 아마도 알아서 확실한 제품을 찾게 될 것이다. | ||
===드립 포트=== | ===드립 포트=== | ||
커피 위에 물을 붓기 위한 주전자. 일반 주전자와 달리 S자 모양의 길고 가는 주둥이가 달려 있는데 이를 영어로는 goose-neck(거위 목)이라고 하고 일본어로는 ほそぐち(細口, 가는 입)라고 부른다. 물줄기를 가늘고 일정하게 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드립 커피를 낼 때 주전자를 빙빙 돌려가면서 물을 끼얹어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줄기를 커피에 골고루, 그리고 물줄기의 세기를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면서 일정한 물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용 드립 포트가 필요하다. 주전자로 물을 끓인 다음 드립 포트에 부어 적절한 온도가 되었을 때 | 커피 위에 물을 붓기 위한 주전자. 일반 주전자와 달리 S자 모양의 길고 가는 주둥이가 달려 있는데 이를 영어로는 goose-neck(거위 목)이라고 하고 일본어로는 ほそぐち(細口, 가는 입)라고 부른다. 물줄기를 가늘고 일정하게 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드립 커피를 낼 때 주전자를 빙빙 돌려가면서 물을 끼얹어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줄기를 커피에 골고루, 그리고 물줄기의 세기를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면서 일정한 물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용 드립 포트가 필요하다. 주전자로 물을 끓인 다음 드립 포트에 부어 적절한 온도가 되었을 때 [[커피]]에 천천히 부어준다.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물에 담그는 온도계를 쓰기도 한다. | ||
요즈음은 전기주전자와 드립 포트의 기능을 합친 제품도 나와 있으며, 고급 제품은 1도 단위로 물 온도를 설정하고 온도를 ±1~2도 이내로 유지시켜 주는 것도 있다. 값이 비쌀수록 온도가 정확하게 맞는다. 전기로 정확하게 1도 단위로 물 온도를 맞춰주고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제품을 찾다 보면 20만원대는 각오해야 한다. 또한 주둥이의 굵기, 길이, 모양에 따라 물줄기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여러 가지 제품을 써 보고 자기에게 맞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 | 요즈음은 전기주전자와 드립 포트의 기능을 합친 제품도 나와 있으며, 고급 제품은 1도 단위로 물 온도를 설정하고 온도를 ±1~2도 이내로 유지시켜 주는 것도 있다. 값이 비쌀수록 온도가 정확하게 맞는다. 전기로 정확하게 1도 단위로 물 온도를 맞춰주고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제품을 찾다 보면 20만원대는 각오해야 한다. 또한 주둥이의 굵기, 길이, 모양에 따라 물줄기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여러 가지 제품을 써 보고 자기에게 맞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 |
2021년 10월 27일 (수) 03:07 판
Drip coffee. 다만 영어권에서는 이 표현은 잘 안 쓴다. Drip brewed coffee 아니면 그냥 brewed coffee라고 한다. 프렌치 프레스와 같은 도구는 '드립'이라는 말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브루드 커피'라는 말이 좀 더 넓은 개념을 가지고 있다. 후에 이야기할 클레버 드리퍼나 사이펀 커피도 실제로 커피를 우려내는 과정은 드립과는 관계가 별로 없다.
갈은 커피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우려낸 커피. 수증기나 펌프를 이용해서 높은 압력으로 단시간에 뽑아내는 에스프레소와는 달리 2~3분에 걸쳐서 천천히 우려낸다. 종이나 고운 철망, 천으로 만든 필터로 커피 알갱이가 섞여들어오지 못하도록 분리하기 때문에 필터드 커피(filtered coffee)라고도 하며,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을 뜻할 때에는 드립 브루잉(drip brewing)이라고 한다. 커피 메이커와 같은 기계를 쓰지 않고 직접 손기술로 물을 부어 만드는 커피를 우리는 보통 핸드드립 커피(hand-drip coffee)라고 하는데, 영어권에서는 '위에서 붓는다'는 뜻을 가진 포어오버 커피(pour-over coffee)라고 한다. 원래는 독일에서 시작했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다음 일본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장인정신 넘쳐나는 고도화의 과정을 거쳐나갔다. 온갖 기법과 도구가 발달한 만큼 드립 커피의 본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브랜드인 하리오, 칼리타와 같은 커피 도구들도 일본 브랜드다. 다만 초고급 라인에는 독일 브랜드들도 포진하고 있으며 드리퍼와 종이 필터를 이용한 드립 커피의 원조인 멜리타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지금도 일본 쪽은 드립 커피가 보편이다. 스타벅스를 위시한 에스프레소의 공세가 강력하지만 대부분의 킷사텐은 드립커피를 고집한다. 에스프레소니 뭐니 하는 게 소개되지 않았던 시절 한국에서는 인스턴트 커피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원두커피'라고 불렀다. 원두에서 바로 커피를 추출해 낸다는 뜻.
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고 간편하게 커피를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가장 널리 쓰이는 커피 추출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제대로 갖춰 놓으려면 이것저것 사야할 게 은근히 꽤 되긴 한다. 이 세상에 작정하고 돈지랄하자면 뭐는 안 그러나. 다만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다면 모카 포트라는 간편한 방법이 있긴 한데, 고압력 펌프로 뽑아내는 전문 기계에 비하면 아무래도 딸린다. 반면 드립 커피는 전문 커피점에서 사용하는 도구라도 해도 그라인더 정도를 제외한다면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 도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커피 그 자체와 바리스타의 드립 실력이 결과물을 더 많이 좌우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종이 필터를 사용해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역사가 별로 오래되지 않았다. 1908년에 독일의 주부인 멜리타 벤츠가 처음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오히려 에스프레소보다도 역사가 짧다. 물론 이전에도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게 없었던 건 당연히 아니었지만 린넨과 같은 천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용 후에 깨끗이 씻어서 관리하는 게 영 불편했다. 멜리타 벤츠는 아들의 공책을 뜯은 종이를 필터로 사용했는데, 의외로 결과물이 괜찮았던 것. 종이는 쉽게 쓰고 버릴 수 있었고 커피도 천을 사용했을 때보다는 쓴맛이 적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사업에 나섰고, 그게 지금도 드립 커피계의 강자로 남아 있는 브랜드인 멜리타의 시작이었다.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티백. 아예 한 잔 단위로 티백 포장이 되어서 나오는 커피도 있고, 티백을 사서 커피를 담아 우려낼 수도 있다. 컵만 있으면 되니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냥 차 우리듯이 뜨거운 물에 티백을 담그는 방법도 있고, 컵 위에 걸쳐놓고 위로 물을 부어 진짜 드립 커피처럼 내려먹을 수 있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소 같은 곳에 가면 커피 없이 컵 위에 걸치는 티백만도 판다. 여기에 갈은 커피를 담아서 내리면 된다.
프렌치 프레스를 쓰는 방법도 있다. 커피 전체를 물에 푹 잠기게 한 다음 필터로 커피 알갱이를 걸러내고 따르는 방법. 티백 다음으로 간편하다고 할 수 있다. 클레버 드리퍼는 이름처럼 드리퍼 형태의 도구지만 실제로 커피를 우려내는 원리는 프렌치 프레스에 가깝다.
드립커피 하면 그래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는 병이나 컵 위에 종이 필터[1] 위에 갈은 커피를 놓고, 그 위로 뜨거운 물을 불어서 중력으로 커피가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것. 이게 바로 드립(drip, 똑똑 떨어진다). 영어권에서는 'pour-over'라고 한다. 이걸 자동화한 게 커피메이커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유행하기 전까지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물건으로, 물론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다.
드립 커피가 발전한 일본에서 특히 발전한 방식으로는 사이폰 커피가 있다. 사이펀과는 다른 원리이며,[2] 영어권에서는 원래 진공흡입식 커피(vaccum coffee)라고 불렀지만 일본 쪽에서 하도 발달하다 보니까 요즘은 영어권에서도 그냥 siphon coffee로도 통한다. 추출할 때 직접 알코올 램프로 물을 끓여야 하고 물이 두 개의 용기 사이를 오가는 구조라서 도구의 구조도 보통 드립 커피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며 손이 많이 가는 반면, 드립 커피처럼 바리스타가 드립 과정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 커피를 내린 후에 청소도 번거롭다. 이래저래 난이도는 높은데 맛과 향이 보통 드립 커피보다 뛰어나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3] 커피의 향이나 맛 자체보다는 비주얼이 무척 신기하고 멋있어 보인다는 게 사이폰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이고, 그래서 허세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의 킷사텐 중에는 여전히 사이펀 방식을 고집하는 곳들도 상당수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에서도 사이폰 커피 추출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한국은 불가능.
도구
제대로 드립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몇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적어도 다음 도구들은 필요하다.
- 커피 그라인더(핸드밀 또는 전동식 그라인더) : 커피를 분쇄하는 도구. 아예 원두를 살 때 분쇄를 해서 살 수도 있지만 그러면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이 휘발되거나 산패되어 금방 맛과 향이 망가진다.
- 드리퍼 : 서버 위에 올려놓는 깔때기 모양의 도구로 여기에 커피 필터를 놓고 분쇄한 원두를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서 커피를 추출한다.
- 서버 : 드리버를 받치면서 내려오는 커피를 받아주는 주전자.
- 드립포트 : 커피를 추출할 뜨거운 물을 부어줄 주전자. 보통 얇고 긴 S자 모양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어서 가는 물줄기가 일정하게 나오도록 해 준다. 전기주전자 기능을 겸하고 있는 제품도 있는데, 더 나아가 물의 온도를 정확하게 맞추어주는 기능을 가진 것도 있다.
- 필터 : 많이들 알고 있는 것은 종이 필터지만 융, 면으로 만든 필터도 있다.
- 계량스푼, 또는 계량컵
드리퍼와 서버는 세트로 파는 것도 많다. 여기에 커피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 물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온도계까지 있으면 더 좋다. 이들 중 소모품은 커피 원두, 그리고 필터 정도다.
사실 이 중에서 돈이 많이 드는 것은 별로 없다. 비싼 것은 한도 없이 비싸지만 드리퍼와 서버, 드립포트는 다 합쳐서 10만 원 정도만 써도 충분히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드리퍼
필터와 커피를 올려놓는 용기로, 아래에 구멍이 나 있어서 위에 물을 부으면 커피와 필터를 타고 아래로 떨어진다. 밑에 컵, 주전자, 서버와 같은 것을 받쳐서 떨어지는 커피를 받아야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메이커로는 드립 커피의 원조격인 독일의 멜리타, 일본의 하리오, 칼리타와 같은 브랜드가 있으며 고노 역시 유명하다. 한국도 몇몇 제품이 나와 있으며 구멍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디셈버가 유명한 브랜드에 속한다. 그밖에도 대만에서 개발된, 그냥 두었을 때에는 밑에 막혀 있다가 컵 위에 올려놓으면 밑이 열려서 커피가 쏟아지는 식으로 프렌치 프레스와 비슷한 스타일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클레버 드리퍼도 있으며, 드리퍼와 서버가 일체형으로 된 케멕스[4]라는 것도 있다.
커피 그라인더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은 그라인더. 이건 진짜 맘 먹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라인더 하나가 나머지 도구를 합친 것보다 비싸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게 좋다. 가격대는 다이소에 가면 살 수 있는 5천원 짜리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전동 그라인더까지 굉장히 폭넓은데, 싸구려 그라인더는 분쇄한 알갱이의 크기가 고르지 않으며, 잔가루(미분)가 지나치게 많이 생기고, 여기에 마찰열이 심해서 커피의 맛과 향을 변질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싸구려'의 기준이 높다. 일단 다른 도구처럼 5만 원 정도 써서는 결과물이 제대로 안 나온다. 손으로 돌려서 커피를 가는 핸드밀조차도 10만 원 이상은 써야 그냥저냥 쓸만한 놈이 나오고, 20만 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5] 핸드밀 쪽에서 최고로 쳐주는 독일의 코만단테는 수동인데도 제품에 따라 30만 원, 50만 원도 넘어간다.
싸구려 그라인더는 믹서기처럼 칼날이 회전하면서 분쇄하는 블레이드 방식을 사용하는데, 입자가의 굵기가 천차만별이다. 최소한 버(burr) 방식으로 된 것을 사는 것이 좋다. '버'는 맷돌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버 방식은 다시 크게 코니컬 버와 플랫 버 방식으로 나뉜다. 핸드밀이나 중저가는 코니컬 버를 많이 쓰고 플랫 버 방식을 사려면 적어도 50만원 이상은 가야 한다. 반드시 플랫 버가 좋은 것은 아니고 서로 장단점은 있으나 대체로 고가형 모델은 플랫 버로 가는 경향이 있다.
전동식 커피 그라인더를 쓰겠다면 20만 원 이상은 기본으로 쓸 각오는 해야 한다. 다른 도구는 흔하게 쓰이는 하리오나 칼리타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그라인더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며[6], 아예 자타공인 최고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쓸 형편이 아니라면 최대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아야 하므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각종 후기들을 잘 읽어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다른 도구는 가동부가 없기 때문에 몇 만원 정도 이상이라면 모양은 대체로 잘 잡혀 있고, 제품 자체의 품질보다는 사용자의 기술이 커피맛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원두 분쇄를 위한 가동부가 있는 그라인더는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라고 해도 그라인더가 나쁘면 답이 없다. 초보자라면 '내가 일단 기술이 좋아야지 처음부터 무슨 장비빨이야'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라인더는 초보자라고 하더라도 좋은 것을 장만하는 게 좋다. 부담된다면 10만원 언저리에서 최대한 가성비 좋은 핸드밀을 찾아보고 드립 실력이 충분히 발전하면 아마도 알아서 확실한 제품을 찾게 될 것이다.
드립 포트
커피 위에 물을 붓기 위한 주전자. 일반 주전자와 달리 S자 모양의 길고 가는 주둥이가 달려 있는데 이를 영어로는 goose-neck(거위 목)이라고 하고 일본어로는 ほそぐち(細口, 가는 입)라고 부른다. 물줄기를 가늘고 일정하게 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드립 커피를 낼 때 주전자를 빙빙 돌려가면서 물을 끼얹어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줄기를 커피에 골고루, 그리고 물줄기의 세기를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면서 일정한 물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용 드립 포트가 필요하다. 주전자로 물을 끓인 다음 드립 포트에 부어 적절한 온도가 되었을 때 커피에 천천히 부어준다.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물에 담그는 온도계를 쓰기도 한다.
요즈음은 전기주전자와 드립 포트의 기능을 합친 제품도 나와 있으며, 고급 제품은 1도 단위로 물 온도를 설정하고 온도를 ±1~2도 이내로 유지시켜 주는 것도 있다. 값이 비쌀수록 온도가 정확하게 맞는다. 전기로 정확하게 1도 단위로 물 온도를 맞춰주고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제품을 찾다 보면 20만원대는 각오해야 한다. 또한 주둥이의 굵기, 길이, 모양에 따라 물줄기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여러 가지 제품을 써 보고 자기에게 맞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
필터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커피가루가 물과 함께 아래로 같이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또한 과한 오일이나 잡맛을 일으키는 일부 성분을 잡아주는 구실도 한다. 다양한 재질과 특성을 가진 필터가 있으며, 필터에 따라서도 커피의 맛은 차이를 나타낸다.
가장 많이 쓰이는 재질은 종이다. 커피는 통과시키면서 커피가루, 특히 미분은 확실히 잡아주므로 깔끔한 커피를 내릴 수 있고, 과한 커피 오일을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반면 이러한 장점을 단점으로도 볼 수 있는데, 커피의 향이나 맛을 일부 걸러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한번 쓰고 나면 버려야 하므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 하얗게 표백한 것과, 표백하지 않아서 옅은 갈색을 띠는 것이 있는데, 표백하지 않은 것은 나무맛이 나기 때문에 린싱 과정으로 한 번 씻어내는 것이 좋다. 흰 필터도 다른 약품을 쓰는 게 아니라 과산화수소로 표백한 것이므로 안전하며, 바리스타에 따라서 린싱을 하는 게 좋은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다. 단 무표백 필터는 린싱이 필요하다는 게 일치된 의견. 면을 가공해서 종이 필터처럼 만든 것도 있으며[7] 필터에서 나오는 맛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스테인리스 필터도 많이 쓰이는 편이다. 스테인리스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망으로 가공해서 드리퍼에 맞는 모양으로 만든다. 최고의 장점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 커피를 내린 다음 커피가루를 버리고 잘 씻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단점은 아무리 구멍이 미세해도 종이 필터보다는 훨씬 성길 수밖에 없어서 미분이 빠져나올 여지가 있고 커피 오일도 거의 거르지 못하고 과하게 내려온다는 문제가 있다. 프렌치 프레스도 스테인리스 망이 필터 구실을 하는만큼 비슷한 장단점이 있다.
융필터도 마니아들이 있다. 주머니 모양으로 되어 있다. 잘 씻어서 여러 번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종이보다는 오일 성분을 덜 잡아내면서 미분은 잘 걸러주기 때문에 융드립을 최고로 치는 마니아들도 많다. 세척과 보관이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종이 필터와 드리퍼를 사용하는 멜리타식 드립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드립 커피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밖에
물론 드립 커피 경험이 쌓이고 기술도 늘면 다른 도구들도 욕심이 생긴다. 이렇게 좀 더 장비 욕심을 부린다고 해도 에스프레소에 비하면 한참 저렴하긴 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수십만 원짜리 저렴한 기계도 있지만 크레마가 제대로 나오는[8] 쓸만한 기계를 쓰려면 가정용이라고 해도 백만 단위는 써야하고, 천만 단위도 돈만 있으면 일도 아니다. 드립 커피는 그라인더를 제외하고는 전동 기계장치가 필요하지 않으며, 에스프레소 머신도 그라인더는 필요하다.
드립 과정
린싱
드리퍼에 필터를 올려놓고 뜨거운 물로 필터를 씻어내는 (rinsing) 단계다. 종이 필터를 사용할 때 종이 냄새가 커피에 밸 수도 있는데, 린싱을 함으로써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표백하지 않은 필터라면 린싱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 표백한 필터나 면 드리퍼에 대해서는 필요 없다는 의견과 그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밖에도 드리퍼를 예열하는 효과도 있고, 드립을 할 때 물이 흡수되지 않도록 미리 필터를 적셔 놓는 효과도 있다.
린싱을 할 때에는 충분한 양의 물을 사용함으로써 필터를 씻어내고 예열을 시키는 효과를 볼 필요가 있다. 린싱을 한 다음에는 필터에 물이 고여 있을 수 있으므로 이는 가볍게 털어내든지 해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뜸들이기
커피에 적은 양의 물을 부어서 커피를 불리는 단계다. 커피를 적셔 줌으로써 드립을 할 때 커피가 잘 추출되도록 하며, 커피 안에 갇혀 있던 가스(주로 이산화탄소)를 빼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스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물이 채움으로써 추출이 더욱 잘 되는 효과가 있다. 뜸들일 때 물을 어느 정도 쓸 지는 의견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커피와 같은 무게에서부터 무게의 2배 정도 사이로 보고 있다. 강배전일수록 물의 양을 적게, 약배전일수록 좀더 물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물을 붓고 나서 아래 서버로 몇 방울 정도 떨어지는 정도가 좋다는 게 중론이다. 뜸들이는 시간은 30초 정도가 중론이며 제임스 호프만처럼 45초를 이야기하는 바리스타도 있다.
드립
본격적으로 커피를 내리는 단계다. 바리스타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나오는 본격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각자의 드립 레시피와 각자의 의견, 주장들이 갈라져 나오는 단계이기도 하다. 단순화시켜 보면 과소추출, 그리고 과다추출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과소추출이 되면 커피가 가진 캐릭터를 충분히 뽑아내지 못해서 밋밋한 커피가 되고, 반대로 과다추출이 되면 커피의 잡맛까지 함께 빠져나와서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커피에 따라 추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A라는 커피에서 좋은 결과를 낸 드립 레시피가 B라는 커피에서는 영 좋지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커피마다 바리스타가 끝없이 고민하고, 연습하고, 시음하면서 답을 찾아야 한다. 경험치가 많이 쌓이면 어느 정도 통찰력도 쌓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커피라고 해도 더 빨리 특성을 파악하고 좋은 레시피를 찾아낼 것이다.
중간 중간에 교반이나 스월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교반은 찻스푼 혹은 교반용 스푼으로 표면을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휘저어주는 것을 뜻한다. 숟가락을 깊게 담그지 말고 표면만 살살 돌려준다는 기분으로 1~3 바퀴 정도 돌려준다. 스월링은 드리퍼를 잡고 원을 그리듯 가볍게 흔들어주는 것으로, 1~2번 정도 돌려준다.
최근에는 좀더 과학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드립 레시피를 찾기 위해 TDS 측정기를 사용하기도 하고, 수율과 TDS를 기록하면서 적정한 드립 레시피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특히 결과물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카페, 혹은 여러 지점을 둔 카페일수록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한 품질 관리에 신경을 많은 쓰고 있다.
자동 드립 머신
자동으로 드립 커피를 만들어 주는 전기제품도 있는데, 흔히 '커피메이커'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물통에 물을 넣고, 드리퍼에 필터를 끼운 다음 분쇄한 커피를 필터 위에 올리고 작동시키면 물을 끓여서 일정한 속도로 커피 위에 떨어뜨려주는 원리다. 일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사무실 같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편리한 도구지만 물이 가운데로만 떨어지기 때문에 커피에 고르게 물이 퍼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문 바리스타가 드립 커피를 내리듯이 물줄기를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돌려가면서 커피 위에 고르게 물을 떨어뜨려 주는 고성능 드립 머신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도구 중에는 유명 브루잉 카페에서도 들여다 쓸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들도 있다. 물을 떨어뜨려주는 주둥이가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X, Y 축으로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물줄기의 궤적을 자유자재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여러 번으로 나눠서 드립하는 경우도 어느 정도의 유량으로 얼마 동안 어느 정도 물을 부을지, 얼마 동안 쉬었다가 다시 물을 부을지 등등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으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드립 기술을 거의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또한 드립 레시피를 프로그래밍해서 저장했다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커피의 종류나 손님의 요구에 따라 대응할 수 있으며[9], 무엇보다도 바리스타에 따라서, 혹은 같은 바리스타라고 해도 그때 그때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서 드립 결과에 차이가 날 수 있는 변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카페가 대형화되면 바리스타도 여러 명 둘 수밖에 없고 시간대에 따라 교대근무도 해야 하는데, 바리스타의 차이에 따라 드립 과정에 미묘한 차이가 생기고, 이에 따라 커피가 달라지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유명 브루잉 카페를 중심으로 도입이 늘고 있다. 또한 바리스타 한 사람이 드립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시간이면 에스프레소를 여러 잔 내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만큼의 차이를 드립 커피의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단, 커피를 분쇄하고 드리퍼에 필터와 커피, 그리고 서버를 세팅하는 것은 사람 손으로 해야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분쇄, 탬핑 및 추출 후 청소까지 완전히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머신도 있지만 드립 머신의 경우에는 카페마다 선호하는 드리퍼에 차이가 있으며, 에스프레소는 보통 한 가지 종류의 커피만 사용하며 많아야 2~3가지 정도에 불과하며[10], 분쇄도 역시 거의 차이가 없지만 드립 커피의 경우 브루잉 카페에서는 많게는 10가지 이상의 커피를 보유하고 있으며 분쇄도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11] 이러한 변수가 생길 때마다 그라인더를 청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드리퍼 위에 필터를 올려놓고 커피를 넣어서 고르게 해 주는 과정 역시 기계로 모두 처리하려면 일이 너무 커지며, 이는 기기 가격도 큰 폭으로 올라가게 할 뿐더러 기기의 덩치도 에스프레소 머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진다. 따라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드립의 전후 과정은 사람의 손을 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최근 들어 유명 브루잉 카페를 중심으로 푸어스테디(Poursteady) 제품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동시에 3개, 또는 5개의 드립을 할 수 있다. 5구 머신은 가격이 무려 2천만 원이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장점에 높은 정밀도까지 더해서 점점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각주
- ↑ 면을 펄프 가공해서 종이 필터처럼 만든 것도 있다. 이쪽이 좀 더 비싸다.
- ↑ 두 개의 용기 중 아랫쪽 용기에 물을, 위쪽 용기에는 커피를 담아 용기를 위아래로 결합한 다음 아래쪽 용기를 가열하여 기화된 물이 뒤쪽 용기로 밀려올라가는 것이 기본 원리이므로 차라리 모카 포트의 원리에 더 가깝다.
- ↑ 보통 드립 커피보다 원리 면에서 맛과 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만드는 과정을 보면 프렌치 프레스 혹은 클레버 드리퍼와 별로 다르지 않다.
- ↑ 스타벅스 리저브에 가면 일반 드리퍼(포어오버)와 케멕스 중에 어떤 걸로 내릴지 선택할 수 있다.
- ↑ 다만 중국의 타임모어 C2 같은 경우에는 5~6만원 정도 가격대로도 10만원 대 핸드밀 수준의 준수한 결과물이 나온다.
- ↑ 하리오와 칼리타도 핸드밀이나 그라인더를 내놓고 있지만 별로 좋은 평가는 못 받고 있다.
- ↑ 우리나라의 지폐도 종이가 아니라 면을 펄프 가공해서 만든다.
- ↑ 싼 머신들은 바스켓을 듀얼 월로 만들어서 강제로 '가짜' 크레마, 속칭 뻥크레마를 만들어낸다. 덕후들 중에는 듀얼 월을 싱글 월로 개조하고 머신을 튜닝해서 싸구려 머신으로도 그럴싸한 진짜 크레마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 ↑ 심지어는 네트워크로 다른 머신에 레시피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것도 있다. 지점을 여럿 두고 있는 카페라든가, 다른 브루잉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고 있는 로스터라면 이 기능이 굉장한 장점이 된다.
- ↑ 많이 갖춰 놓은 곳은 2가지 정도의 블렌드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한 종류를 제공한다.
- ↑ 커피마다 적정한 분쇄도가 따로 있는 데다가 보통 드립인지 아이스 드립인지에 따라서도 같은 커피라도 분쇄도가 달라질 수도 있고, 같은 커피라도 어떤 특성을 강조할 것인가에 따라 분쇄도를 다르게 잡고 드립 레시피를 그에 맞게 잡는 일도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