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
과일을 원료로 한 증류주. 포도가 가장 널리 쓰이고 사과도 주요한 원료 중 하나다. 와인이 넓은 의미로는 과일을 발효시켜서 만든 모든 술에 해당되지만 보통은 포도주를 뜻하는 것처럼, 브랜디도 워낙에 포도가 주원료인 것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쪽의 뜻으로 널리 통한다. 나무통 숙성을 거치지 않은 무색 투명한 상태의 브랜디는 오드비(eau de vie, 생명의 물이라는 뜻)[1]라고 부르는데, 이 상태로 그냥 판매되는 것도 있다. 대표격이 그라파. 싸구려 브랜디 중에는 그냥 캬라멜 색소 집어넣어서 오크통 숙성 시킨 것처럼 흉내만 낸 것들도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효모가 서식할 수 있는 당분이 있어서 술로 만들 수 있는 과일이면 뭐든 브랜디로도 만들 수 있다. 곡물을 원료로 한 증류주는 위스키라고 부른다. 용설란 시럽으로 만든 테킬라나 사탕수수로 만든 럼은 주 원료가 곡물도 아니고 과일도 아니지만, 이미 당분이 있는 상태에서 효모만 투입해서 술을 만들고 이를 증류하기 때문에 만드는 방법으로 본다면 브랜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브랜디 하면 뭐니뭐니 해도 코냑의 나라 프랑스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판매량으로 보면 의외로 인도가 최강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디도 맥도웰 넘버원 브랜디 (McDowell's No. 1 Brandy).[2] 그 유명한 헤네시도 이 녀석에 비하면 콩라인밖에 안 된다. 덕분에 인도 회사인 유나이티드 스피릿이 생산 규모로는 브랜디 세계 1위이고, 증류주 전체를 통틀어서도 세계 2위다.[3][4] 물론 어디까지나 판매량 기준이지 품질이 최고란 얘기는 아니다.
등급
위스키는 숙성 년수 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브랜디는 드문 편이다. 숙성 기간이 다른 여러 원액을 블렌딩하기 때문이긴 하지만 위스키도 이건 마찬가지다. 위스키의 숙성 년수 표시는 블렌딩한 원액 중 숙성 기간이 가장 짧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 브랜디는 년수 대신 등급을 라벨에 표시하는 게 보통이다.
- V.S. : Very Special을 줄인 말이다.
프랑스가 주 무대인데 어째 영어 약자를 쓰네?블렌딩한 원액은 최소 2년 이상 숙성된 것이어야 한다. - V.S.O.P. : Réserve 또는 V.O.라고도 쓴다. Very Super Old Pale을 줄인 말 블렌딩한 원액은 최소 4년 이상 숙성된 것이어야 한다.
- X.O. : Extra 또는 Napoléon이라고도 쓴다. eXtra Old를 줄인 말. 블렌딩한 원액은 최소 6년 이상 숙성된 것이어야 한다.
위스키는 6년 숙성 정도는 싸구려 급으로 보는 편이지만 브랜디는 X.O.가 최소 6년인 걸 보면 좀 심하다 싶긴 한데, 유명하고 가격도 비싼 브랜디는 물론 6년 숙성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최소 6년이라는 것이고, 보통은 10년 이상 된 원액을 블렌딩한다. X.O.라고만 붙이기 왠지 아까운, 수십년 된 원액으로 블렌딩한 것들은 메이커마다 루이 14세라든가, 타이틀을 붙여서 내놓는다.
마실 때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다. 위스키처럼 온더락스로 마시면 정말 꽝이다(물론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 존재한다). 그냥 먹고 취하자는 목적이 아니라면. 너무 독하다 싶으면 온더록스가 아니라 반대로 따뜻한 물을 부어서 마시는 것이 좋다.[5] 하지만 사케처럼 뜨겁게 마시라는 뜻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알코올이 확 휘발되어서 향이 너무 독해진다. 상온 또는, 상온보다는 약간 높은,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가 딱 좋다. 물론 취향에 따라 온더록스로 차갑게 마실 수도 있다.
위스키와는 달리 마치 와인잔처럼 보울이 큰 잔에 조금만 담아서 보울의 아래 부분을 잡고 체온으로 따뜻하게 해 가면서 마시는 게 정석. 잔을 미리 따뜻하게 데우는 것도 방법이다. 와인처럼 스월링으로 보울에 향이 가득 차도록 하면서 마시면 정말 좋다.
브랜디의 종류
분류:브랜디 항목 참조.
브랜디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 하면 뭐니뭐니해도 코냑. 포도 브랜디의 일종이다.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만든 포도 베이스의 브랜디에만 코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비슷한 것으로 역시 프랑스 아르마냑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르마냑이 있고 사과 또는 배로 만든 칼바도스가 있다. 양으로는 인도가 가장 많지만 확실히 명성으로 보면 프랑스가 꽉 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때 브랜디라는 이름을 단 정체불명의 증류주가 나온 바 있다. 마패브랜디와 해태 나폴레옹이 그 예.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국순당에서 로얄 나폴레옹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성분을 보면 수입산 원액 75%, 국산 원액 25%, 그리고... 정백당과 카라멜색소가 들어가 있다...[6]
각주
- ↑ 다만 프랑스어 사용자들은 숙성을 했든 안 했든 그냥 증류주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사용한다.
- ↑ "The world’s 10 best-selling Cognac and brandy brands", The Spirits Business, 10 July 2014.
- ↑ "Who Are the 5 Biggest International Liquor Distributors?", bon apétit, 13 January 2014.
- ↑ 참고로 세계 증류주 시장 점유율 1위는 디아지오인데 유나이티드 스피릿의 지배주주이기도 하다.
- ↑ 사실 우리나라는 증류주를 지나치게 높은 도수 그대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습관이 있다. 독한 알코올을 그대로 들이키면 식도나 위에도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강한 알코올향 때문에 술 특유의 향미를 제대로 느끼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물을 조금 타서 마셔보면 스트레이트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향미들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몇 방울 정도만 넣어 보고 마시면서 어느 정도가 딱 좋은지 조금씩 물을 추가해 볼 수 있다.
- ↑ 색소는 오크통 숙성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넣은 듯. 설탕은 좀 의아할 수 있는데 숙성을 거친 위스키나 브랜디는 은은한 단맛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나무 자체에서 우러나올 수도 있지만 보통 증류주 숙성에 쓰이는 오크통은 와인을 양조했던 통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나무에 스며든 와인이 배어나온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