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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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5월 21일 (목) 00:28 판

호주 제2의 콩라인 도시이자 빅토리아 주 의 주도.

원어민 발음대로 하자면 '멜번'에 가깝지만 한국어의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멜버른'이다. 멜번보다는 멜버른이 더 멋져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치안

안전한 편이다. 가끔 외국인 상대 범죄 사건이 보도되면서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으슥한 뒷골목이나 공원. 우범지대 같은 데만 안 다니면 밤늦은 시간이라도 안전한 편이다. 어딜 가나 외국인은 밤늦게 으슥한 데 안 돌아다니는 게 정석이다. 그렇다고 내국인도 그래도 되는 건 또 아니다. 멜버른 외곽 지역인 브런즈윅 스트리트 같은 곳은 우범지대로 잘 알려져 있고, 멀리 근교 지역인 프랭크스톤은 10대 범죄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이나 클럽 문 앞에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정부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가드가 지키고 있다. 의무로 배치해야 한다. 술에 취해서 행패 부리는 손놈이 있으면 바로 팔 꺾어서 내쫓아버린다. 그러면 경찰차가 바로 실어간다. 술 취한 사람한테 술 판 업주도 벌금을 물기 때문에 업소들도 술주정 민폐에는 단호하다. 혹시 술만 처먹으면 꽐라되는 친구가 있다면 멜버른으로 데리고 가자. 뜨거운 맛을 확실히 볼 수 있다.

교통

멜버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가 진짜 인구 400만 도시 맞아?' 싶을 것이다. 도심 자체가 작을 뿐만 아니라 도로도 작고, 그 작은 도로에 딱히 교통체증이라 할 것도 별로 없다. 우리나라라면 중소도시 정도로 보일 모습이다.

버스

도심보다는 주로 외곽 및 근교와 도시를 연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배차 간격이 띄엄띄엄한 편이고 하루에 몇 편 없는 경우도 많다. 정류장에 시간표가 적혀 있긴 한데 제 시간을 잘 안 지키고 아예 말도 없이 안 와 버릴 때도 있다. 절대 철썩같이 믿으면 안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운행 횟수도 적고 첫차와 막차 시간도 다르다. 평일과 비교해서 첫차가 한두시간 이상 늦게 온다. 일요일은 토요일보다 더 심하다. 주말에 외곽 지역에서 버스로 아침 일찍 어디 가는 건 포기하는 게 좋다.

철도

멜버른 철도 교통은 모든 지역 철도망인 메트로의 기점인 플린더스 스트리트 스테이션역과 광역철도망의 거점인 서던 크로스역을 중심으로 한다.

시내 구간을 순환하는 노선을 시티 루프(City Loop)라고 한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스테이션역 - 서던 크로스 역 - 플래그스태프역 - 멜버른 센트럴역 - 팔리먼트역 - 플린더스 스트리트 스테이션역으로 순환한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에는 시티 루프가 한쪽 방향으로만 운행되곤 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헤메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서 플린더스 스트리트 스테이션역에서 서던 크로스 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 시간대에 시티 루프가 반대 방향으로만 운행된다면 돌아버릴 일이다.

도시철도는 헬게이트 뉴욕 같은 곳과 비교하면 대체로 안전한 편이다. 다만 그놈의 그래피티 낙서 때문에 열차가 지저분해 보이고 밤늦은 시간에 열차에 사람이 없으면 껄렁껄렁한 젊은 녀석들이 가끔 시비를 걸 때가 있다. 그리 심한 일은 별로 벌어지지 않으므로 외국인이라고 깔보고 욕하면 그냥 참자. 하지만 태권도 유단자라면 어떨까? 싸움 나면 어느 나라나 외국인이 다 뒤집어 쓰는 게 보통이다. 특히 10대 범죄율이 높은 프랭크스톤 행 열차에 탔다가 깜빡 졸아서 종착역까지 간다면...

열차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 안에서든 밖에서는 누가 열어야 열린다. 신형은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고 구형은 레버를 밀어야 한다. 사름 별로 없는 역에서 열차 도착했다고 멀뚱멀뚱 있다가는 그냥 가버린다.

전차

지금도 전차(tram)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는 몇 안 되는 도시다. 여기서부터는 멜버른스럽게 '트램'으로 부르자. 시드니애덜레이드를 비롯한 다른 호주 도시에도 전차가 있긴 한데 거의 한두 개 노선만 남아 있거나 관광용으로 쓰이는 데 반해, 멜버른의 트램 노선은 굉장히 거미줄 같다. 도심에서는 버스지하철보다 훨씬 촘촘하게 짜여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야라트램(Yarra Tram)이 독점 운영한다.

어딘가로 빨리 가야 할 목적이라면 절대 피해야 할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최고 시속이 36km/h밖에 안 된다. 자전거 좀 타는 사람이 밣으면 트램보다 빠르다. 시내 구간에서는 더 느리게 간다. 트램 타고 가고 있는데 문득 창밖을 보니 조깅하는 사람이 나보다 더 빠른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1]

2014년부터 시내(CBD)구간이 프리 트램 존(Free Tram Zone), 곧 무료 전차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구간 안에서 만큼은 어떤 노선이든 트램이 공짜다. 교통카드도 찍을 필요 없다. 단, 프리 트램 존 바깥에서 타서 안에서 내릴 때나, 반대로 프리 트램 존 안에서 타서 바깥에서 내릴 때에는 돈을 내야 한다. 프리 트램 존 안에서 탔을 때 교통카드를 안 찍었다면 구역을 벗어날 때 카드를 찍어야 한다. 안 찍으면 부정승차로 간주된다. 언제나 국경 주변에는 매의 눈을 가진 경비병들이기다리고 있다. 당신을 삥뜯기 위해서...

시내 구간을 순환하는 35번 트램은 시티 서클(City Circle)이라고 부르며, 무료로 운행된다. 아예 교통카드 단말기도 없다. 하긴 트램도 고물이니까 단말기를 다는 게 불가능할 지도. 대부분은 프리 트램 존 구간이지만 도클랜드와 같이 무료 구간 바깥으로도 조금 나간다. 바깥에서 보면 나무로 만든 무척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하지만 타보면 냉방이고 뭐고 없는 똥고물인 트램이 배치된다. 어쨌거나 사진 찍기에는 그림이 근사하다.

심지어 트램 레스토랑도 있다. 식당차가 있는 열차야 많은 나라에서 운행되지만[2] 이건 아예 트램 전체가 레스토랑으로 운행된다. 트램 레스토랑이 운행되는 구간은 정해져 있으며 100% 예약제다. 하긴 좁은 트램 주방 안에서 모든 요리 준비를 할 수는 없으니 예약을 받아서 미리 재료를 준비한 다음에 딱 최종 단계의 조리 과정만 거치면 되도록 하는 듯.

항공

땅덩이 넓은 호주 답게 항공 교통이 발달해 있다. 멜버른 주변에는 여러 개의 공항이 있지만 여객 수송용으로 제대로 쓰이는 곳은 멜버른국제공항(털라마린공항)과 아발론공항이다. 멜버른국제공항은 말 그대로 국제선의 거점으로 모든 국제선은 이 공항으로 출도착한다. 국내선도 대부분은 여기서 뜨고 내린다. 아발론공항은 제트스타와 같은 국내선 저가 항공사들이 사용하고 비행편도 많지 않다. 그밖에도 털라마린공항이 생기기 전 멜버른 항공 교통의 거점이었던 에센돈공항, 무라빈공항과 같은 소규모 공항이 있으며, 이들의 실제 기능은 개인 비행기 또는 경비행기를 위한 비행장 수준이지만 근교 지역이나 섬으로 가는 정기운항 여객기도 있다. 우리 땅덩이의 '근교' 개념과 우리보다 열 배 이상 큰 호주의 '근교' 개념은 영 다르다는 점에 유의하자. 부러우면 지는거다.

시드니공항이나 브리스번공항과는 달리 공항철도 노선이 없다. 그냥 버스 타자. 서던 크로스역과 멜버른공항 사이를 24시간 운행되는 스카이버스(SkyBus)가 가장 널리 쓰이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보통 때에는 10분 간격으로,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심야시간대에는 15-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서던 크로스역 버스 터미널에서는 소형 버스로 주요 호텔까지 데려다 주는 환승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격이 무려 18 AUD 욕 나오는 가격. 우리나라의 리무진 공항버스보다 비싼데 좌석은 그냥 시내버스 수준이다. 예전에는 가격을 약간 깎아주는 왕복권을 팔았지만 그나마도 없어졌다. 에이 18 AUD. 아발론공항은 더욱 안 좋다. 멜버른에서 가려면 서던 크로스역에서 하루 다섯 번 출발하는 버스가 전부. 하긴 아발론공항에서 운항되는 비행편이 몇 편 없는지라. 접근성 나쁜 공항에 들어가는 건 저가 항공사의 기본 전략이다. 접근성 나쁜 공항일수록 이용료가 싼 편이니까.

한국에서는 직항이 없다. 예전에 대한항공에서 주 3회 인천-멜버른 구간을 운항했지만 수요 부족으로 단항했다. 멜버른 교민 사회는 다시 복항을 하든지, 아시아나항공을 끌어오든지 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감감 무소식. 인구로 치면 시드니와 비슷한 400만 명 대인데도 주 3회 운항편마저 단항된 반면, 인구가 절반밖에 안되는 브리스번에는 아직 대한항공이 여전히 주 3회 운항 중.

문화

호주의 문화 수도라는 자부심이 있다. 어디까지나 자기들 얘기. 시드니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 볼까? 국제적으로 유명한 페스티벌이 여럿 열린다. 3월부터 4월 사이에 4주 동안 열리는 멜버른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몬트리올의 Just for Laugh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코미디 페스티벌. 이 기간 동안 공연하는 팀만 500 팀이 넘는다고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멜버른은 꼭 가봐야 할 곳 중에 하나다. 정말로 좋은 카페들이 사방에 널렸다. 그냥 동네에 있는 카페를 가도 웬만하면 정말 근사한 카페라테나 카푸치노를 뽑아준다. BBC에서도 인정한 커피의 도시.[3] 다만 스타벅스글로리아진 같은 대형 체인점은 피하자. 그런 거 마시려면 굳이 멜버른까지 갈 것 없다.하긴 커피 좀 마시자고 멜버른까지 가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지만.

포뮬러 1 호주 그랑프리가 멜버른의 알버트 파크에서 열린다. 이름처럼 평소에는 공원으로 쓰이는 곳이지만 공원 도로를 임시 서킷으로 조성해서 경기를 개최한다. 보통 포뮬러 1 의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다.

각주

  1. 호주에서는 대도시 시내에서 조깅하는 사람들 모습이 은근히 자주 목격된다. 서울과 같이 사람 바글바글하고 도로 널찍널찍한 거대 도시에 익숙해 있으면 충격과 공포다.
  2.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새마을호에 식당차가 있었다. 프라자호텔에서 운영했는데 어느 때부턴가 스스륵 사라졌다. 아마 계약 갱신을 안한 듯.
  3. http://www.bbc.com/travel/story/20140421-living-in-the-worlds-top-coffee-cities?ocid=fbtv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