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죠베제
Sangiovese.
적포도 품종의 하나.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며 키안티를 위시한 이 지역 와인의 주요한 원료가 된다. 호주를 비롯한 신대륙에서도 키우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이름은 '주피터의 피'를 뜻하는 라틴어 sanguis Jovis에서 왔다.
산미가 강하면서도 산뜻한, 그러면서도 구운 고기 같은 향미도 깃들어 있는 와인이 나온다. 너무 무겁게 눌러대지 않아서 해산물 계열을 제외한 어떤 종류의 파스타와도 잘 어울린다. 치즈 중에서는 역시 이탈리아산인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와 잘 어울린다. 역시 술토불이. 다만 뒷심이 딸려서 절정을 지나면 하락 곡선이 가파르다. 산미와 태운 고기 향미만 남는다. 아끼면 똥 되는 와인. 디캔팅 어쩌고 할 필요 없이 그냥 마개 따고 천천 마시면 된다.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품종이긴 한데, 이쪽 동네에서 나름대로 고급 와인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페르 토스카나 와인 쪽에서는 찬밥 신세다. 이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계열의 품종이 주로 쓰이는지라, 산죠베제는 아예 안 들어가거나 들어가도 다른 품종의 조연, 혹은 엑스트라 신세에 머물고 있다. 요즈음은 신대륙에서도 산죠베제를 재배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어서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 만든 산죠베제 와인도 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아주 마이너한 정도.
산죠베제를 품종 개량해서 알을 크게 만든 것을 산죠베제 그로소라고 한다. 쉽게 말해 큰 산죠베제. 산죠베제 거봉. 이걸로 만드는 게 토스카나에서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로, 이 녀셕은 뒷심 부족이라는 산죠베제의 단점이 별로 없고 강한 농축도 속에서도 우아함이 공존한다.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전통의 브루넬로와 신진세력 수페르 토스카나와 누가누가 더 비싸나 겨루는 중이다.
산죠베제는 이탈리아 품종인만큼, 산죠베제 와인은 이탈리아음식과 잘 맞는 편이다. 무게감이 강하지 않고 향고 아주 진하지 않은, 조금 가벼운 스타일의 레드 와인이므로 소고기 같은 맛이 무거운 붉은색 고기보다는 닭고기 같은 흰색 고기와 가금류 종류들이 잘 어울린다. 치즈나 크림 소스와도 궁합이 좋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