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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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말의 오줌이란 말이다.
... 이렇게 얘기하면 좀 그렇고.
사실 말의 오줌에 관심 가지는 사람은 경마장/승마장이나 말 농장에서 말 관리하는 사람들 말고는 별로 없을 것이다. 오줌은 동물의 건강을 판단하는 중요한 징후 중 하나이기 때문. 보통 말오줌이라고 하면 마시는 것을 뜻한다... 말오줌에는 사람의 기분을 괜히 좋게 하는 마약 성분인 말리화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사람은 말오줌을 마신다. 특히 한국은 정말 많이 마신다.
맥주의 일종
맛없는 맥주를 뜻한다. 왜 하고 많은 동물의 오줌 중에서 말오줌인지는 의문이다. 직접 먹어봤더니 맥주랑 비슷해서 내린 결론일까? 색깔이 꽤 비슷한 것은 사실이고, 특히 당뇨가 좀 있으면 말이 설마 그럴리가 거품도 부글부글해서 정말 맥주스럽게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말' 오줌인지는 불확실하다.
영어에서도 horse piss 라고 하면 맛없는 싸구려 맥주를 뜻한다. 어반딕셔너리에 따르면 버드와이저, 내티, 키스톤, 밀러 라이트, 쿠어스 라이트가 여기에 속한다. [1] 한국이라면... 국산 맥주 전부다. 일단 앞의 미국 맥주보다 딱히 맛있는 것도 없잖아.
말오줌의 특징은 대략 이렇다.
- 맥아 말고 잡곡을 많이 사용한다. 옥수수, 쌀
맥주나라에서는 쌀이 잡곡이다.같은 것들이 쓰이고 아예 전분이나 당분시럽이 쓰이기도 한다. - 농도가 옅다. 맥아만 썼는데도 말오줌이라면 맥즙의 농도가 옅은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말오줌 맥주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진짜 말오줌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맥주 이름이 말오줌이다. 미국 켄터키주의 블루그래스브루어링주식회사[2]에서 만드는 호스피스비어(Horse Piss Beer)가 바로 그것. 말오줌의 이름에 충실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맥주 사이트의 리뷰를 봐도 평점이 최저급이다. BeerAdvocate.com의 리뷰를 보면 "이름 한번 맥주에 어울리게 잘 지었네!" 하는 반응들이 줄줄이 나온다. 왠지 이름부터 지어놓고 일부러 이름에 맞게 만든 것 같다.
유럽인들의 눈으로 본다면 미국이나 일본, 한국 맥주의 상당수가 말오줌스럽다. 이들 대량생산 맥주들은 아메리칸 라거가 일본으로 건너오고,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인들이 맥주 공장을 한국에 세우면서 역시 일본의 맥주가 건너 오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아메리칸 라거의 다운그레이드판이다 보니 대부분 잡곡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가 맛이 밍밍하다. 하지만 유럽이라고 해서 무조건 맥아만 쓰는 것은 아니라서 몇몇 맥주에는 옥수수나 잡곡, 녹말, 시럽이 쓰이는 것을 성분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맥주의 맛을 보면 우리의 말오줌과는 거리가 있다. 아마도 함량의 차이 또는 농도의 차이라고 봐야 할 듯. 유럽 사람들은 한국 말오줌의 향미가 "too artificial"(너무 인공적이다)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특히 영국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가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도 맛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3] 정말 한국 맥주는 맛이 없는 건가에 관한 논쟁에 불을 제대로 붙였다. 참고로 다니엘 튜더는 이후에 '대동강에일'[4]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북한에서 만든 것은 아니고, 이름만 그렇게 붙인 것.
한국 맥주가 맛 없는 이유로 원료 문제만이 아니라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맥주는 상할 수 있는 술이고 시간이 갈수록 신선도가 떨어져서 맛도 떨어진다. 따라서 운송이나 보관을 낮은 온도에서 할수록 좋은데, 한국에서 맥주가 유통되는 걸 보면 한여름에도 냉장차 따위 없고 일반 화물차로 운송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취향에도 좀 문제는 있는데, 맥주는 무조건 차갑게 마셔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고 그 차가운 정도도 아주 얼얼할 정도로 차가워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맥주가 너무 차면 우리의 감각기관은 향이나 맛을 잘 못 느낀다. 맥주 회사로서는 향미에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그냥 차갑게 죽죽 잘 넘어가는 맥주만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환영 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즉,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맥주를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한국 맥주 회사의 항변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된 데에는 맥주 회사들이 사람들 입맛을 그렇게 길들여 온 탓이 크다.
맥주 자체로는 맛이 별로지만 소맥 원료로는 인기가 높다. 소맥을 만들 때는 맥주 자체의 개성이 강하면 곤란하고, 그냥 쭉쭉 넘기기 쉽고 빨리 취하는 게 소맥의 진정한 목적이니 뭐.
맛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항상 한국의 맥주 회사들은 자기들 맥주가 절대 맛 없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단지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한국 맥주와 수입 맥주를 블라인드 테스트 해 보면 한국 맥주를 더 맛있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식의 연구 결과도 가끔 등장한다. 하지만 몇 종 안 되는 한국 맥주와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수백 수천 가지나 되는 수입 맥주를 어떻게 단순 비교한단 말인가? 같은 수입 맥주만 해도 라거와 에일은 하늘과 땅차이고 같은 라거, 같은 에일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로 갈라진다. 예를 들어 같은 라거 계열이라고 해도 체코의 필스너우르켈과 일본의 아사히슈퍼드라이는 어마어마하게 맛의 차이가 크다.
2017년에 다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고든 램지가 카스 광고에 등장하면서다. 세계 최고의 셰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든 램지가 한국 말오줌의 대표 주자를 광고하다니, 그야말로 충공깽. 이후 한국을 방문해서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카스를 칭찬하는 한편 '이런 맥주가 맛없다는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주겠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다니엘 튜더 현피 신청? 네티즌들은 "고든 램지도 돈 앞에서는 별 수 없구나", "요리는 최고지만 맥주 맛은 모르는구나."와 같은 반응이 나오는 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맥주 맛 없다는 사람들을 겉멋 든 맥주 사대주의자인들인 양 까는 기사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일단 고든 램지는 사실 아메리칸 라거와 같은 묽은 계열의 맥주를 좋아한다. 실제로 벡스나 미국산 버드와이저[5]만 마신다고 할 정도. 벡스는 독일 맥주이긴 하지만 독일 맥주 마니아들한테는 맛이 묽다고 까이는 맥주고 독일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더 잘 팔린다. 아무튼 원래 묽은 맥주를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입맛에 카스가 좋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고든 램지는 이런 맥주를 좋아하는가... 를 추측해 보면, 사실 유럽의 펍에서 마시는 맥주들은 대체로 술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마신다. 안주를 아예 안 먹거나, 먹어도 간단한 스낵 정도를 곁들여 먹는 것에 불과하다. 아니면 아예 반대로 기름 범벅에 맛이 강한 펍 푸드랑 마시든지... 그런데 상대적으로 기름도 적게 쓰고 향신료도 적게 쓰는 편인 한국음식과 같이 마신다면 오히려 묽은 맥주가 나을 수 있다. 유럽의 맛이 강한 맥주는 오히려 입 안을 너무 지배해서 음식 맛을 방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 드라이 맥주가 주류가 된 것도 역시 맛이 옅은 일본음식과 같이 마시기에는 맛이 묽은 맥주가 더 낫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꼭 고든 램지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의외로 한국 맥주를 잘 마시고 "괜찮네?" 하는 반응도 많이 나온다. 맥주 하면 어디 가서 안 빠지는 영국, 독일, 호주 사람들도 이런 소리를 한다.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소리를 듣기 바라는 사람들로서는 실망스러울 일. 반면 한국을 방문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살면서 일상 생활을 하는 사람들, 즉 한국 맥주를 오랫동안 마셔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국 맥주에 대한 평가가 별로 좋지 않다.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맥주가 있다. 이 맥주들을 1등부터 10000등까지 줄 세워서 서열을 매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물론 와인처럼 맥주 평가 사이트에서도 맥주 랭킹 같은 것들을 발표하지만 상위권을 차지하는 맥주는 절대 다수가 크래프트 비어다. 아무튼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 수많은 스타일의 맥주가 있다. 광범위한 맥주들을 손쉽게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카스 같은 맥주도 한 가지 스타일이다.
그리고 유럽 쪽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의외로 한국 맥주 괜찮네? 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유를 물어보면 "우리 맥주는 너무 진해서..."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다. 즉, 한국 맥주는 옅어서 그냥 부담 없이 죽죽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쩌다 한국 맥주를 맛보는 사람들은 어? 이건 내가 그동안 많이 마셨던 맥주하고는 다른데? 뭔가 새로운 맛이네? 오호~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고든 램지가 한국에서 살면서 카스를 많이 마셔 봤다면 모를까, 광고 제의 들어와서 마셔본 카스 맥주는 나름대로 색다른 스타일이라서 새롭고 괜찮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저 돈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사실 자신의 사업과 방송 출연만으로도 돈이 넘쳐나는 고든 램지가 뭐가 아쉬워서 그러겠나.
카스나 하이트 같은 맥주도 존재할 수 있고, 그런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자기 취향이다. 사실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어 있는 일본의 드라이 맥주도 알고 보면 말오줌과 거기서 거기다. 문제는 한국인들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맥주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수십 년동안 독과점 체제였던 OB와 크라운이 만드는 비슷비슷 밋밋한 잡곡 라거밖에 달리 선택할 게 없었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맥주 대기업이 밀맥주를 만들어 본 적이 있나? 시장성 없다는 핑계만 댈 줄 알았지 시장성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90년대만 해도 기네스는 편의점에서 눈씻고 봐도 없었다. 호텔에서 마시려면 한 병에 2만 원씩이나 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살던 사람들은 그저 한국 맥주가 전부인 줄 알고 있다가 수입 맥주가 본격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컬쳐 쇼크를 받게 된 것이고, 오랜 세월 동안 비슷비슷한 한 가지 스타일의 맥주만 만들어 온 한국 맥주에 대해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그리고 정말 유럽의 그 쟁쟁한 필스너나 라거들과 비교해 봐도[6] 맛이 엷고 별로인 게 사실이다. 단지 수십 년동안 사람들의 혀를 그렇게 길들여 왔을 뿐이다. 맥아로만 만든 하이트 맥스나 프리미어 오비, 클라우드 같은 것들은 좀 낫지만... 다양한 수입 맥주가 소개되고 인기를 끄니 이제는 한국 맥주 회사들이 열심히 외국 맥주를 수입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고? 그건 기분 탓이야!" 하고 강변하니 사람들이 좋게 볼 리가 없다. 아무튼 갖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 어쩌다 마셔보는 한국 맥주에 관한 감상을 가지고 수십 년 동안 그 맛에 강제로 길들여온 사람들을 윽박지르는 건 반칙이다.
한편으로, 같은 한국 맥주라고 해도 보관과 기계 관리에 따라서도 맥주 맛은 천차만별이다. 기계 관리 철저하게 하고 케그 보관에도 신경 쓰는 곳들, 손님이 많아서 회전율이 높은 곳들은 확실히 맥주 맛이 좋은 반면, 기계 관리도 부실하고 케그를 한번 꽂고 며칠을 쓰는지도 의심스러운 곳의 맥주는 정말로 맛이 없다.
그밖에
한국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로 냉장 유통을 안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여름에도 맥주가 담긴 케그나 병이 아무런 냉장 관리 없이 그냥 열을 받으니, 속에서 온도가 높아져버린 맥주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고 설령 변질까지는 안 되더라도 맛이 변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 주장은 타당하긴 한데, 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비교하는 게 일본이다. 일본 맥주는 모두 냉장유통을 한다면서 한국 맥주의 유통방식을 까는데, 사실 일본을 자주 가 보면 냉장 탑차를 사용해서 유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거 없이 그냥 트럭에 싣고 배송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즉, 일본도 업체 나름이라는 것, 일본을 가 보면 같은 브랜드의 생맥주라고 해도 업소에 따라 가격 차이가 꽤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가격 차이에 따른 맛 차이도 은근히 느껴진다. 기계 관리는 물론 냉장 유통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무래도 냉장 탑차를 사용하는 유통 업체를 이용하면 비용이 좀 더 올라가긴 할 테니까. 다만 소매점에 공급할 때는 보통 인근 도매상을 이용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맥주공장에서 도매상 물류창고로 운송하고 창고에 보관되는 과정은 좀 의심해 볼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칭타오맥주 때문에 중국 맥주 이미지가 괜찮은 편이지만 중국 가서 마셔보면 상당수 중국 맥주들은 말오줌 급들이다. 우리가 마시는 칭타오맥주는 칭타오맥주의 라인업 중에서도 상위에 있고 중국에서도 고급 맥주에 속한다. 맥주 값은 확실히 싸지만 맥주 맛은 정말 별로다. 중국에서 파는 맥주에는 맥즙 함량이 쓰여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한국 술이 맛없다고 까는 사람들 중에는 한국 맥주도 희석식 소주처럼 주정을 타서 만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주정이나 다른 알코올을 타면 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빠지기 때문에 제품이든 광고든 '맥주'라는 말을 못 쓴다. 필라이트가 딱 그런 경우. 맛없는 국산 맥주는 맥아가 아닌 잡곡이나 전분을 써서 맛이 옅은 거지 주정을 타서 그런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자.
각주
- ↑ "horse piss", http://www.urbandictionary.com/
- ↑ 웹사이트 주소가 http://www.bbcbrew.com/ 이다.
네? BBC에서 맥주도 만들어요? 하긴 영국이라면 뭐... - ↑ 그런데 대동강맥주는 사실 상당히 괜찮은 맥주다. 김정일이 제대로 된 맥주 한번 만들어 보자고 독일의 문닫은 맥주공장의 시설을 통째로 가져다가 공장을 세웠고, 설립에 김정일이 직접 관여한만큼 재료나 제조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 외국 손님 대접할 때에도 쓰이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 ↑ 원래 대동강 에일이었는데 2017년에 갑자기 관계 당국에서 소비자들이 '대동강에서 만든 맥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시비를 걸기 시작하는 바람에, '동'자를 지워서 졸지에 '대강맥주'가 되어 버렸다.
이거 뭐 한국의 성인들을 초딩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 ↑ 원래 체코에 부드바이서(Budweisser)라는 맥주가 있다. 둘 다 부드바이스라는 체코 지역의 이름에서 따온 것.
- ↑ 에일은 뭔가 같은 맥주라고 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스타일이 워낙 다르니까 단순 비교는 안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