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개념의 대중음식점. 말 그대로 분식을 파는 곳이다.
사실 분식이란 게 원래는 밀가루 음식을 뜻하는 말이었다가[1] 김밥과 같이 밀가루 음식과 거리가 먼 것까지 분식으로 포함이 되어 버렸는데, 그 이유가 분식집이다. 즉, 분식이라는 개념이 분식집에서 파는, 식사라기보다는 간식이나 간편식에 가까운 음식들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로 변했다. 떡볶이야 쌀떡볶이도 있고 밀가루떡볶이도 있으니 분식의 원래 뜻에서 크게 이탈한 건 아니겠지만 김밥이나 주먹밥은 진짜로 분식의 원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요즈음은 김밥이 주 메뉴다 보니 간판에 '김밥'을 내건 분식집이 태반이고, 그러다 보니 김밥집이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일종의 한국식 패스트푸드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김밥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문을 받고 조리한다. 보통 간단하게 조리해서 빨리 내올 수 있는 음식들을 위주로 하며, 간단한 대신 종류가 많아서 2~30가지는 기본이다. 그래 봐야 재료 한두 가지 차이로 메뉴를 따로 만드는 게 태반이지만. 라면과 떡라면, 만두라면, 떡만두라면만 해도 메뉴가 벌써 네 가지다!
일단 가장 기본은 김밥과 라면, 여기에 만두 및 쫄면과 잔치국수, 비빔국수 정도의 몇 가지 국수와 떡볶이, 어묵 정도를 더하면 일단 분식집의 기본 메뉴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분식만 파는 것도 아니라서 비빔밥이나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카레라이스, 각종 덮밥, 돈까스, 오무라이스, 볶음밥, 냉면 같은 명실상부한 식사류까지도 파는 곳이 많다. 이쯤 되면 푸드코트도 울고 갈 정도. 물론 각각의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 비한다면 맛이야 뭐 MSG로 어떻게 한다지만 최소한 재료는 대폭 다운그레이드다.
요즘은 뭐든 고급화 분위기인데 분식집도 예외는 아니다. 스쿨푸드와 같이 고급화된 분식집은 메뉴 가격이 일반적인 분식집의 1.5배는 족히 된다. 그만큼 고급재료를 쓰고 플레이팅의 때깔이나 인테리어도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쓴 티가 나다 보니 웬만한 밥집을 능가하는 비싼 가격에도 꽤 인기가 좋다. 요즘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동네 분식집도 고급화되는 분위기. 그래도 김밥천국을 필두로 한 저렴한 분식집은 건재하다.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 불황을 예약해 놓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긴 생명력을 유지할 듯.
외국에 가도 한국인들이 좀 있는 도시에는 한국식 분식집들이 있다. 그런데 김밥 메뉴는 우리나라만큼 많은 편이 아니다. 라면, 떡볶이, 순두부찌개, 김치볶음밥과 같은 것들이 주로 메뉴를 차지한다. 스쿨푸드와 같은 몇몇 고급형 체인점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 진출해서 잘 영업하고 있다.
분식집에서 쓰는 회계장부를 분식회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