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육지동물이나 가금류[1]의 고기를 불에 구운 것. 가장 세계구급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와 같이 널리널리 먹는 고기에서부터 지역에 따라서는 별의 별걸 다 먹는다. 넓게 보면 오븐과 같이 불이 직접 닿지 않아도 높은 열기에 익히면 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고기구이'라고 하면 보통은 불에 직접 가깝게 대거나 불 위에 판을 대고 그 열로 굽는 것을 주로 고기구이라고 부른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 중 하나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도구를 발명해서 사냥을 하고, 불을 다루는 방법을 깨우치고 불에 음식을 익혀먹는 화식을 터득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기도 불에 구워 먹는 방법을 익햤을 것은 당연한 이야기. 불만 있으면 꼬챙이에 끼우든 해서 가장 간단하게 익혀 먹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으므로 날고기가 아닌 한은 인류가 가장 먼저 터득한 고기요리는 당연히 고기구이였을 것이다.
한국도 고기구이라고 하면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다. 고구려 시대에도 맥적이라는 양념 고기구이가 기록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2] 불교가 국교였기 때문에 육식을 삼갔던 고려시대 정도를 제외하고는 고기구이는 늘 인기 있는 음식이었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소고기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3]
한국에서는 적당하게 썰은 고깃조각을 철판 또는 석쇠를 이용해서 굽는 방식이 가장 인기가 많다. 열원으로는 숯불이나 가스를 많이 사용하며 전기 불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편은 아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월등히 인기가 많으며 그 중에서도 국민고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삼겹살이 단연 톱. 그 뒤를 목살과 돼지갈비가 잇고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과 같은 상대적으로 양이 적게 나오는 부위도 인지도가 있다. 이것저것 잡고기를 모아서 싸게 구워먹는 뒷고기라는 것도 있다. 소고기는 구이로 먹는 부위가 좀더 다양하기 때문에 가장 인기가 많은 등심을 필두로 안심, 채끝살, 갈빗살, 살치살, 부채살, 업진살, 토시살, 차돌박이 같은 다양한 부위들이 나오며, 소와 돼지 모두 곱창, 막창, 대창과 같은 내장 부위도 구워 먹는다.
고깃집이라고 하면 당연히 고기구이를 파는 집일만큼[4] 고기구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닭고기는 주로 삼계탕이나 백숙처럼 삶거나 프라이드 치킨처럼 튀기는 쪽이 인기라[5] 구이는 인기가 덜하지만 전기구이나 장작구이 통닭은 꽤 인기 있는 닭고기 구이. 굽는 과정에서 기름기가 많이 빠지기 때문에 이쪽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최근에는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굽는 이른바 '베이크드 치킨'을 파는 체인점도 많이 늘었다.
일본에서는 야키니쿠(焼き肉)라고 부른다. 의외로 지금과 같이 발전한 역사는 짧은데, 막부 시대에 육식을 아예 금지시켰기 때문에, 아주 안 먹었던 건 아니지만 대놓고 먹기는 어려웠고 권력이 막부에서 일왕과 정부로 넘어가고 메이지시대에 들어서 육식 금지가 풀리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야키니쿠는 사실상 한국에서 넘어갔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야키니쿠집 메뉴를 보면 비빔밥(ビビンバ)이라든가 냉면[6], 육개장(ユッケジャン)과 같은 한국음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추(サンチュ), 나물(ナムル)도 한국식으로 쓴다.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야키니쿠집도 많은 편이고 일본인들도 야키니쿠는 한국에서 건너온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온다면 한국식 고깃집은 물론 필수코스. 일본에 비해 값싸고 양도 푸짐하고 무엇보다도 쌈채소나 반찬 무료 리필이 된다! 그밖에도 몇 가지 차이가 더 있는데, 일본의 야키니쿠는 소금구이를 거의 볼 수 없고[7] 양념이 기본이다. 양념이 처음부터 되어서 나오거나, 고기를 양념에 적셔서 굽거나 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야키니쿠를 좋아한다면서도 한국식에서 삼겹살에 기름장만 찍어 먹는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 또한 한국은 대부분 고기를 먹고 나서 후식으로 밥이나 국수를 시켜먹는데 반해, 일본은 처음부터 밥과 고기를 같이 먹는 사람들이 많다. 즉 고기를 일종의 밥반찬으로 생각하는 것.
영어로는 바비큐(barbeque) 혹은 줄여서 BBQ라고 부른다. 한국의 고기구이도 영어권에서는 Korean barbeque라고 한다. 단, 프라이팬에 굽는 것은 팬프라이드(pan-fried), 그릴에 굽는 것은 그릴드(grilled), 오븐에 굽는 건 로스티드(roasted)라고 부른다. 바비큐는 직화 또는 연기를 쐬어서 굽는 것을 뜻하며, 이렇게 고기를 굽기 위한 도구를 뜻하기도 한다. 한류 문화가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식 고기구이도 점점 서양에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고, 서양 사람들이 무척 좋아한다. 특히 삼겹살을 구워먹는 걸 보고 놀라는 서양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에게는 삼겹살은 그저 베이컨 재료일 뿐이다 보니[8] 삼겹살 생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건 생소해 보이는데 막상 맛을 보면 지글지글한 돼지기름의 맛이 끝내 주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도 좋아한다.
각주
- ↑ 보통 '고기'라고 하면 육상생물의 것을 뜻하며 해산물류는 '물고기'라는 이름에 있는데도 '고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바다생물은 생선구이나 해산물구이로 따로 부른다.
- ↑ 오늘날 불고기의 조상뻘로 보는학자들이 많다.
- ↑ 옛날에는 소가 농업에서 대단히 중요한 동력이었고, 지금처럼 고기소와 젖소를 구분해서 품종개량을 한다든가 하는 것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공장식 대량 축산을 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를 너무 많이 잡아먹으면 농사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종종 나라에서 소 도축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은 몰래몰래 먹었다.
- ↑ 다른 방식으로 고기를 요리하면 꼭 그 요리 이름이 붙는다. 불고깃집, 보쌈집, 족발집과 같이.
- ↑ 한국에서는 그냥 '치킨'이라고 하면 당연히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생각한다. '치킨집'도 그렇고.
- ↑ 다만 이 냉면은 일본에서 진화한 모리오카 냉면일 수도 있다.
- ↑ 예외로, 소혀는 구울 때 양념을 하지 않고 소스에 찍어먹는 방식이 대세다.
- ↑ 그나마 유럽이나 캐나다에서는 베이컨을 등심으로 만들기 때문에 삼겹살은 더더욱 인기가 없다. 우리나라에 스페인산 이베리코 삼겹살이 널리 퍼진 것도, 스페인에서는 주로 하몽 재료로 뒷다리를 사용하고 베이컨으로는 등심을 사용하기 때문에 삼겹살은 인기가 없는 부위라 수입하기에 좋은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