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프라이드 치킨에 맥주를 곁들여 먹는 것. 치킨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기름진 치킨에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실 수 있고 탄산가스의 청량감도 있는 맥주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마찬가지로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이나 부침개 같은 요리에는 소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치킨이 외국에서 들어온 음식이므로 맥주와 엮였다고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치킨집에서 소주보다는 맥주를 주력으로 팔았기도 했고.
프라이드 치킨이 외국에 없는 것도 아니고 맥주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서양 사람들이 이 조합을 보면 신기해 한다. 먹어보면 대체로 반응은 굿! 사실 서양 사람들은 우리만큼 안주 개념이 투철하지 않다. 한국은 캔맥주 하나를 마셔도 하다 못해 새우깡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서양 사람들은 펍에서 안주 없이 맥주 한두 잔 마시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제대로 음식을 먹을 때에는 아예 식사에 반주 개념으로 생각하고 안주 개념으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펍에 가면 안주도 팔지만 감자칩이나 땅콩 정도의 스낵이 아닌 안주는 최소한 가벼운 식사 개념으로 본다.
호주에는 아예 빅토리아 주에 치맥(Chimac)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까지 등장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왠지 알파벳으로 써도 위화감이 별로 없다. 다만 여기는 치맥만이 아니라 삼겹살이나 찌개 같은 여러 가지 한국음식도 팔고 있다. 치맥의 인기 덕분에 덩달아서 한국 생맥주도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맛이 강한 맥주는 그냥 마시면서 즐기기에는 좋지만 치킨 뜯으면서 먹기는 맛이 옅은 한국 맥주가 벌컥벌컥 들이키기에는 좋은 면도 있다.
야식 배달 아이템으로도 인기가 높고,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볼 때 치맥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큰 이벤트 때에는 치킨 주문이 폭주한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이 곧 치킨집 매출 실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고 관련 주식들[1]이 급등하다가 대표팀이 탈락하면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까지 일어난다. 사실 치킨과 맥주의 조합이 본격 치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대박 이후였으니까.
치맥의 인기가 워낙에 좋다 보니, 치킨집은 아예 생맥주 배달까지 한다. 생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밀봉한 다음 치킨과 함께 배달하는데 이렇게 되면 맥주 값은 사다 먹는 것보다 비싸다. 그냥 맥주 사러 나가기 귀찮으니까 돈으로 때우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음식점에서 파는 술을 바깥으로 반출하는 것은 유통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이유로 불법이었기 때문에 생맥주 배달도 예전에는 불법이었다. 그러다가 야구장 맥주보이의 불법 논란까지 겹쳐서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결국 정부에서 '소량 나가는 건 유통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6년 7월부터는 둘 다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런데 심하게 까자면 치맥은 치킨과 맥주가 아니라 튀김옷과 탄산가스의 만남에 가깝다. 닭고기 맛 대신 튀김옷 맛으로 먹는 한국의 프라이드 치킨, 그리고 맥아에 잡곡을 넣고 만들어 밋밋하고 옅은 맛을 탄산가스 잔뜩 넣어서 가리고 목넘김 드립을 치는 한국의 맥주가 만난 게 치맥이다. 치맥이 인기를 끌면서 치킨의 크기는 더욱 줄어들고 가격은 더욱 비싸졌다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치맥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조합도 여럿 생겨났다.[2]
전주에 가면 '가게맥주'를 줄인 '가맥'이라는 것도 있다. 물론 가게 앞에서 맥주 마시는 건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여긴 좀 독특한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각주
- ↑ 예를 들어 맥주 관련주로는 하이트진로, 제주맥주 같은 종목이 있고 치킨 쪽으로는 닭고기 가공업체인 마니커나 하림, 치킨 체인점인 교촌에프앤비 같은 종목이 있다.
- ↑ 버맥·피맥·감맥.. 포스트 치맥은?, <파이낸셜뉴스>, 2015년 1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