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 곧 엿기름을 당화효소로 사용해서 곡물을 발효시킨 술. 흔히 보리로 담은 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밀, 쌀, 옥수수와 같은 별의 별 곡물은 물론 전분이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밀 맥아를 사용한 밀맥주는 독일과 벨기에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좋다.[1] 일본에서는 맥주 계열이지만 맥아 함량이 기준 미달인 술을 발포주라고 부른다.[2] 심지어 일본의 제3맥주에는 콩단백과 같은 산업폐기물재료도 들어간다. 물론 제대로 된 맥주라면 곡물은 오로지 보리만 들어간다.
영어로는 비어(beer). 그러나 비어는 넓게 보면 곡물로 담은 증류하지 않은 술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비어를 넓은 개념으로 보아 비어와 맥주를 구분한다. 그런데 다른 항목을 쓰다 보면 비어와 맥주의 개념이 마구 뒤섞일지도 모르니까 알아서 구분하실 것. 진저 비어와 같이 술이 아닌 것에도 '비어'가 붙기도 한다.[3]
맥주의 기본 재료는 맥아, 홉, 효모, 그리고 물까지 딱 네 가지다. 독일은 맥주순수령 때문에 딱 이것만 쓸 수 있다. 그래도 이 네 가지만 가지고 수백 가지의 맥주를 잘만 만들어 낸다. 맥아도 품종이나 가공 방법에 따라서 수많은 종류로 나뉘고 홉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물론 물도 다양하다. 일부 맥주들은 천연수를 사용한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한다. 효모 역시 종류가 많고 발효 온도와 결과물에 차이가 있다. 맥주 회사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는 효모를 배양해서 관리한다. 어떻게 이 세 가지를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오만가지 스타일이 나올 수 있다.
반면 미국 쪽에서는 유럽의 두줄보리가 아닌 여섯줄보리로 맥주를 만들려다 보니 맛이 영 안 나와서 쌀이나 옥수수를 넣은 아메리칸 라거, 일명 부가물 맥주가 발전했고, 이게 일본으로 넘어와서 일본식 라거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드라이 맥주로 진화했다. 이 일본식 라거가 한국으로 넘어와서 일본 맥주보다도 더 맛없는 한국식 말오줌이 된 것. 전분이나 당분을 넣기도 하며, 그밖에 과일, 허브를 비롯해서 향과 맛을 더하기 위한 재료들을 첨가하는 맥주들도 있다.
과거에는 병맥주는 장기 유통 및 보관을 할 수 있도록 열처리를 했다.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열처리로 살균하지 않은 맥주를 생맥주라고 불렀으나 일본 삿포로맥주가 비열처리 살균법을 개발하면서 경계가 모호해졌다. 최근 판매되는 일본이나 한국 맥주는 생맥주든 병맥주든 모두 비열처리 가공한 것이라 어차피 말오줌인 건 별 차이가 없으나, 유럽은 아직도 가열살균하는 병맥주가 꽤 나오고 있다.
발효 방법에 따라서 나누면 크게 상온에서 발효되며 위쪽 표면에서 발효가 일어나는 상면발효법으로 만드는 에일과, 섭씨 5도 정도의 차가운 온도에서 발효되며 밑바닥 쪽에서 발효가 일어나는 하면발효로 만드는 라거로 나뉜다. 벨기에 쪽에는 굳이 분류하면 에일 계열에 속하지만 양조 방법이 에일이나 라거와 차이가 커서[4] 아예 다른 종류로 분류되기도 하는 람빅이라는 것도 있다.
보리만 사용하고 홉을 쓰지않고 술을 담은 다음 증류하면 몰트 위스키의 원료가 된다.
만드는 법
크게 보리를 싹틔워서 맥아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과정, 당분을 담은 맥즙을 빼내고 홉을 첨가하는 과정, 당분에 효모를 투입해서 술로 만드는 과정, 탄산가스를 주입해서 병입하고 숙성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 매싱(mashing) : 당화라고도 한다. 맥아에서 맥즙을 추출해 내는 과정. 맥아를 빻은 다음 뜨거운 물을 넣으면 당화효소의 작용으로 맥아의 녹말이 당분으로 바뀌면서 물로 녹아 나온다. 식혜를 만들 때 엿기름과 밥을 뜨거운 물에 넣고 반나절 쯤 놓아두는데, 매싱도 이와 비슷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매싱에 사용하는 큰 용기를 당화조 또는 매시턴(mashtun)이라고 부른다. 매싱 과정에서는 당화효소가 가장 활성화되는 65~70도 정도로 온도를 유지시키는 게 품질에 중요하며, 지금처럼 큰 탱크 안 액체의 온도를 정교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이 없었던 시대에는 디콕션이라는 방법을 썼다. 즉 매싱 과정에 있는 액의 일부를 빼내어 끓인 다음 다시 넣어주는 방식으로 온도를 올려준 것. 지금은 양조를 위해서 디콕션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회사들은 있다. 필스너 계열 맥주들은 아직도 독특한 캐릭터를 내기 위해 디콕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편.
- 여과(lautering) : 당화 작업이 끝나면 맥아 찌꺼기는 걸러내고 달달한 향이 나는 액체만 받아낸다. 여과조에서 필터를 사용해서 여과하거나 찌꺼기를 가라앉힌 후 맑은 부분만 떠내고 나서 찌꺼기는 따로 짜내어 여과하는 방법도 있다. 이 과정을 거쳐서 얻은, 맥아당이 듬뿍 들은 액을 맥즙, 또는 워트(wort)고 한다.
- 스파징(sparging) : 매싱을 거쳐서 맥즙을 뽑아내고 난 맥아에도 상당한 당분이 남아 있다. 이것까지 알뜰하게 회수하기 위해서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당분을 녹여 뽑아내는 과정을 스파징이라고 한다. 매싱보다는 좀더 높은 온도인 80도 정도의 물을 투입하는데, 이를 통해서 더 이상 당화효소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스파징을 통해 얻은 액도 여과 과정을 거쳐서 찌꺼기를 분리해야 한다. 일본의 기린이치방시보리가 처음 짜낸 맥즙만으로 만든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즉 스파징으로 얻은 맥즙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보일링(boiling) : 맥즙을 얻어낸 다음에는 한번 끓여준다. 잡균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으며 효소 활동의 중지, 당분 농도 증가, 단백질 응고와 같은 여러 가지 화학적 작용들도 함께 일어난다. 보일링 호핑을 할 때에는 이 때 같이 한다.
- 호핑(hopping) : 맥주에 홉을 첨가하는 과정. 날것 그대로 홉을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팰릿 형태로 가공한 홉을 많이 사용한다. 아예 홉 추출물을 따로 뽑아서 넣응 수도 있다. 크게 위의 보일링 과정에서 홉을 투입하는 보일링 호핑(boiling hopping)과 보일링이 끝나고 식힌 맥즙에 홉을 투입하는 드라이 호핑(dry hopping)으로 나뉜다. 맛을 위해 여러 종류의 홉을 사용하는 맥주라면 호핑 과정도 복잡할 수 있다. 홉의 종류에 따라 투입 시기에 차이를 둠으로써 홉이 가진 맛과 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한다. 예를 들어 맥주의 향을 중점적으로 더해주는 아로마 홉은 휘발성 성분이 많아서 일찍 투입하면 이런 성분이 쉽게 날아가 버리는 반면, 쓴맛을 주는 홉은 일찍 투입해서 끓여주면 알파산이 이소알파산으로 분해되면서 맛이 극대화된다.
- 발효 : 호핑이 끝난 맥즙은 효모를 투입하고 발효에 들어간다. 크게 에일 계열 맥주를 만드는 상면발효와 라거 계열 맥주를 만드는 하면발효로 나뉜다. 드라이 호핑을 할 때에는 발효 과정 중간에 홉을 투입하기도 한다.
- 숙성 : 발효가 끝나면 일정 기간 숙성 과정을 거친다. 막 양조가 끝난 맥주는 좀 거친 편이지만 숙성을 거쳐 술 안에서 화학 작용을 통해 거친 느낌이 줄고 맛과 향이 향상된다.
- 병입 : 모든 과정이 끝난 맥주는 병, 캔, 또는 케그나 캐스크에 담아서 출하할 준비를 한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가스는 보통은 배출하기 때문에[5] 이 과정에서 탄산가스를 주입한다.
요즘은 집에서 맥주를 담는 홈브루잉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간편하게 다양한 맥주를 담을 수 있는 키트도 나온다. 소독 살균하는 과정이 좀 귀찮기는 하지만 설명대로만 잘 따라하면 절대 어렵지 않다.
마실 때
흔히 거품이 충분히 있어야 하고, 차갑게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름에 맥주를 많이 찾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맥주가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에일 계열이나 흑맥주는 너무 차갑지 않은, 상온 또는 상온보다는 좀 서늘한 정도가 오히려 향을 즐기기에 좋다. 거품도 한국이나 일본은 좀 과하게 많은 모습이고, 유럽 쪽은 탄산가스가 적기 때문에 거품도 좀 적거나 지속 시간이 짧은 편, 게다가 영국의 캐스크 에일은 아예 탄산가스를 안 쏘기 때문에 거품이 잠깐 있다가 없어져 버린다. 차갑게 마시는 게 좋은 라거라고 해서 무조건 차가울 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차다 못해 살얼음까지 끼어 있는 엄청나게 차가운 맥주를 나름 브랜드로 밀고 있는 맥줏집들도 있는데, 이런 맥주는 마셔보면 뭘 마시고 있는지 모를 정도다. 라거를 차갑게 마시고 싶다고 해도 섭씨 5도 정도가 적당하며 향과 맛도 살릴 수 있다.
목넘김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개소리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맥주 항목 참조.
건강
뱃살의 주범으로 낙인 찍혀 있다. 영어에서 불룩 튀어나온 배를 가리켜 맥주배(beer belly)라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맥주배라는 말이 널리는 아니지만 꽤 쓰이고 있고.
이런저런 원인 분석이 있다. 맥주 속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분이 있어서 지방이 잘 축적된다는 이론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실 맥주가 아니라 안주다. 맥주 자체는 칼로리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알코올이며 이 열량은 원래 몸 속에 쌓이지 않고 연소된다. 문제는 안주. 맥주만 마시거나 열량이 별로 없는 안주를 먹으면 몰라도 맥주와 함께 먹는 안주는 프라이드 치킨을 필두로 기름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양 역시도 펍에서 파는 안주들이라는 게 감자튀김, 피시 앤드 칩스, 스코치 에그를 비롯해서 죄다 기름에 튀긴 것들. 맥주와 함께 먹으면 맥주의 열량이 연소되는 동안 안주는 지방으로 몸 속에 쌓인다. 안주를 거의 안 먹고 알코올에 집착하는 알코올중독자들을 보면 오히려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쩌나. 맥주를 마시다 보면 기름진 게 당기는데. 결국은 맥주가 악마다.
통풍 환자는 피해야 한다. 알코올 때문이 아니라 맥주에 많이 들어 있는 푸린 때문이다. 통풍은 관절에 요산이 쌓이면서 생기는 건데. 푸린이 요산 배출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물질이기 때문. 와인처럼 푸린이 없는 술은 괜찮다. 맥주를 워낙에 사랑하시는 일본에서는 푸린을 제거한 맥주도 팔리고 있다.
이런저런 얘기
중국 맥주는 맥즙의 농도를 표시하게 되어 있다. 물론 이 농도가 높을수록 맥주의 질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중국에서 맥주를 마실 때에는 한번쯤 확인해 보자. 글쎄 이 표시를 믿어도 될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도록.
각주
- ↑ 우리나라에서도 잘 나가는
오가든호가든, 그리고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좋은 크로넨버그 1664 블랑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 ↑ 이는 일본의 주세법이 가진 특성을 활용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 ↑ 진저 비어에는 술이 아닌 생강맛 음료도 있고 생강을 넣은 맥주도 있다.
- ↑ 세균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맛이 강하며, 양조 방법은 오히려 우리나라나 일본의 청주에 가깝다.
- ↑ 탄산가스가 못 나가게 막으면 발효조의 압력이 너무 높아지며 발효 과정에는 온도가 올라가므로 탄산이 맥주에 잘 녹아들지도 않기 때문에 탄산가스는 나중에 따로 주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