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브렉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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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1월 24일 (일) 14:57 판

English breakfast.

영국식 아침식사

모둠 정크푸드.

온갖 기름진 것들을 푸짐하게 모아놔서 제대로 먹으면 하루 권장 칼로리 대부분 혹은 그 이상을 먹게 된다. 그래놓고 점심 저녁은 또 잡수시고.

그런데 영국에서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보다는 풀 브렉퍼스트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런 정크푸드영국음식이라는 걸 숨기고 싶겠지. 그런데 딱 봐서 어느 나라가 이런 칼로리 테러를 하겠어?

역사

대략 18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이야 지금도 알게 모르고 계급 사회긴 하지만 그 시대에는 지금보다 더했고, 상류층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푸짐하게 먹고 마시는 것을 즐겼다. 아침부터 기름이 좔좔 흐르는 배부른 식사를 하는 것도 그 중 하나.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닥쳐 오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계급 구조가 바뀌면서 기름진 아침식사가 널리 퍼졌다. 과거의 귀족들은 힘을 잃어갔고, 중간계급들이 신분 상승을 하면서 이들도 푸짐한 아침식사로 부를 과시했다. 반면 노동자 계급은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해야 했고, 노동 조건이라는 게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을 테니 삼시세끼 잘 챙겨먹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싸구려 정크푸드라도 이것저것 모아서 기름지고 배부른 아침식사를 하는 문화가 노동자 계급으로까지 퍼졌다. 이러한 문화가 현대에까지 이어져서 정점에 이른 1950년대 초반에는 영국인 절반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아침 식사를 할 정도였다.

그 뒤부터는 식문화도 좀 다양해지고 쉽게 말해서 영국요리가 얼마나 맛이 없는지 사람들이 알아버린 것. 시리얼을 비롯해서 바쁜 아침을 더 간편하게 때울 수 있는 방법도 생기고, 비만을 비롯한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늘어나면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의 인기는 좀 식은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국의 보편화된 아침 식사로 영국요리로는 참 드물게 세계로 퍼져 나갔다. 사실 어떤 특정한 요리라기보다는 이것 저것 모아놓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형태의 아침식사는 확실히 영국에서 나온 문화이긴 하다.

구성

다음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

아래의 것은 영국에서 파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러니까 그 맛은 짐작이 가실 것이다.

메뉴에 따라서, 음식점에 따라서 그 구성은 정말 다양하지만 보통은 위의 음식 가운데 대부분이 들어간다. 대체로 조리해서 뜨거운 상태로 내므로 쿡드 브렉퍼스트(cooked breakfast)라고도 한다. 위 메뉴 가운데 최소한 베이컨, 소시지, 달걀, 이나 토스트, 해시브라운, 베이크드빈 정도가 들어가면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full English breakfast), 또는 그냥 풀 브렉퍼스트가 된다.

어디서 먹지?

사실 집에서 이렇게까지 아침부터 기름에 튀기고 굽고 하면서 열심히 조리하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고, 호텔이나 카페에서 주로 판다. 영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상당수 호텔뷔페식으로 위와 같은 아이템들을 제공한다. 일부 에서도 아침부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파는데, 커피는 물론이고 맥주와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아침부터 꽐라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아침부터 영업하지 않은 펍에서도 하루 종일 이걸 판다. 흔히 올데이 브렉퍼스트(all-day breakfast)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있는데, 사실 보시다시피 점심이나 저녁에 먹어도 배부를 만큼 칼로리가 장난이 아닌 데다가 조리법도 간단한 편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팔아도 별 문제가 없긴 하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대비해서 열로 조리하지 않은 차가운 음식 위주로 된 것은 컨티넨탈 브렉퍼스트(continental breakfast)라고 부른다. 주로 유럽 대륙의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

무조건 원조보다 좋아지는 외국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이게 외국으로 번져나가서 워킹걸 언니들이 사랑하는 브런치로 발전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서 해시브라운이나 베이크드빈 같은 싸구려티 심하게 나는 건 빼고 콘플레이크, 팬케이크 같은 것들이 들어가면 아메리칸 브렉퍼스트가 된다. 근데 콘플레이크팬케이크는 고급 음식이냐?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이 나라 저 나라 식문화가 뒤얽히면서는 둘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져가고 있는 추세.

호주에서는 빅 브렉퍼스트 (big breakfast) 또는 줄여서 빅 왜 날 브레키(big brekkie)라고 한다. 까놓고 말해서, 호주에 가서 먹으면 영국보다 뭔가 고급지고 맛있다. 블랙푸딩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영국요리가 물만 건너가면 어떻게 환골탈태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피시 앤 칩스도 그렇고. 그런데 대차게 스테이크까지 들어간 빅 브레키를 파는 카페도 있다.

맥도날드에서는 이것을 패스트푸드화 해서 아침 메뉴에 빅 브렉퍼스트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구성을 보면 많이 다른 게, 잉글리시 머핀, 스크램블드 에그, 해시 브라운, 소시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인이나 호주인들이 봤다면 전혀 '빅'스럽지 않은 뷁스러운 구성.

홍차의 일종

홍차라면 환장을 하는 영국인들이 일상, 특히 아침에 자주 마시는 차. 아침에 잠이 덜 깼을 때는 역시 카페인을 대량 투하하는 게 상책이라 진하고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든다. 주로 아삼, 실론, 케냐와 같은 산지의 차들이 블렌딩에 투입된다. 단일 산지 제품으로 만들어 팔기 뭐한 품질의 것들이 주로 들어간다고나 할까. 홍차 브랜드라면 기본으로 갖춰놓고 있는 차이며 가장 인기 좋은 홍차 중 하나다. 그리고 가장 싸구려란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립톤 옐로우 라벨이란 월드와이드 넘사벽 싸구려가 있어서. 우리나라 카페에 가도 차 전문점이 아니라면 홍차 메뉴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아니면 얼그레이다. 가끔 아삼이나 실론이 있는 정도.

이름처럼 영국에서 기름이 철철 넘치는 아침식사를 할 때 곁들여 나오는 홍차는 십중팔구 이것. 영국호텔에 가 보면 아예 주전자에 큼직한 티백 두개 넣어주고 알아서 따라 마시게 듬뿍 준다. 알고 보면 잔 비울 때마다 따라주기 귀찮으니 알아서 원없이 처마시라는 뜻. 오래 놔두면 떫으니 2분쯤 지나면 티백은 빼주자.